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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리뷰: 우리가 만든 국산 [엑소시스트], 과연? ★★★

15.10.2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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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2015]
감독:장재현
출연:김윤석,강동원,박소담

줄거리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한 소녀(박소담). 잦은 돌출 행동으로 교단의 눈 밖에 난 ‘김신부’(김윤석)는 모두의 반대와 의심 속, 소녀를 구하기 위한 자신만의 계획을 준비한다. 이를 위해선 모든 자격에 부합하는 또 한 명의 사제가 필요한 상황, 모두가 기피하는 가운데 신학생인 ‘최부제’(강동원)가 선택되고, 그는 ‘김신부’를 돕는 동시에 감시하라는 미션을 받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소녀를 구할 수 있는 단 하루의 기회, 김신부와 최부제는 모두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예식을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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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김윤석이 연기한 김신부의 입에서 '악령'과 '엑소시즘'을 의미하는 단어가 나오자 방 안에 있는 신부들은 일제히 코웃음을 친다. 이는 스크린 밖에서 이를 지켜본 관객들의 심정과도 같을 것이다. 

한국 영화에서는 절대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한 '엑소시즘' 소재의 영화가 등장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은 신선한 자극을 주기 마련. [검은 사제들]은 완성도의 호불호를 떠나 한국에서도 이러한 장르의 영화를 완성했다는 시도만으로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다.

[검은 사제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생소하다'라는 느낌이 강하다. 가톨릭 세계관, 용어, 라틴어, 사제들의 관계, 악령에 정의를 비롯해 이를 묘사한 전개 방식과 설명은 이질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한국 영화 특유의 개성 연기와 유머로 이를 풀이해 내고 있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신부들의 검은 사제복 만큼 종교적 색채가 강했다. 

이것이 [검은 사제들]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분명 영화만의 색채를 강조하기 위해 상세한 묘사와 고증을 하는 것은 필수. 하지만 지나친 디테일 묘사와 세계관 강조는 일반 관객에게는 피로만 가져다준다. 가톨릭 세계에 대한 정의와 이를 라틴어와 같은 외국 언어와 문화로 세세하게 설명하고 묘사하는 것은 흥미인 동시에 무수한 의문만 발생시킨다. 지나치게 생소한 분위기에 적응해야 하는 와중에 핵심 이야기가 전개중 이어서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봐야할지 혼란을 불러온다.

한편으로는 [검은 사제들] 특유의 어두운 세계관과 종교적 분위기를 독보적으로 잘 살려냈다는 점에서 영화의 개성과 비주얼에 맞춰 감상한다면 신선한 인상을 가져다주며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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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과 관련된 소재인 만큼 이를 대처하는 캐릭터들의 성격은 매우 어둡다. 악령에 시달리는 소녀와 두터운 관계를 지니고 있었던 김신부의 과거, 죽은 여동생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최부제. 두 종교인이 모습은 '종교'라는 간판 속에 두려움을 가리고자 한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물론 캐릭터들의 인간미를 강조하려는 유머 코드 장면들도 종종 있지만, 이들의 본성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결국,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두 사제가 악령 퇴치를 통해 자신들의 아픔과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드라마 였다. 여기에는 가톨릭 특유의 종교관과 메시지가 주를 이뤄내 한국영화에서는 보기드문 정서를 남긴다.

다소 모호했던 초반의 분위기는 영화의 중후반부터 진행되는 '의식 장면'이 긴장감을 가져다주기에 이른다. 이 부분에서는 단점으로 볼 수 있었던 지나친 디테일이 장점으로 승화되어 영화가 지니고 있는 특유의 공포적 분위기를 높여준다.

생소한 느낌의 라틴어와 엑소시즘 의식은 신비로움을 전해주며 초자연적 공포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공포의 정점은 박소담의 악령 연기를 통해 이뤄졌다. 공포스러운 표정 연기를 비롯해 나약한 소녀와 다양한 악령의 모습을 오가는 연기는 한국 영화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소름을 불러오는 박소담의 열연은 [검은 사제들]의 압권이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CG와 특수효과, 그리고 짐승들을 불러오는 묘사도 나름 영리하게 그려내 한국형 '엑소시즘 영화'의 정점을 찍게 된다.

기존의 한국영화에 없는 신선한 느낌의 종교 호러물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검은 사제들]의 시도는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너무나 과도한 개성과 분위기는 일반 대중들이 적응하기에는 다소 무리한 부분이다. 그래서 [검은 사제들]은 임필성 감독의 데뷔작 [남극일기]를 떠올리게 한다. 감독의 연출력과 개성이 돋보였지만 지나치게 이질적인 정서가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특유의 개성과 연출력을 확인한 신인 장재현 감독인 만큼 향후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PD와 제작진을 만나 대중적인 요소와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완성했으면 한다.

[검은 사제들]은 11월 5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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