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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씬] 우리를 웃기고 울린 맷 데이먼의 [굿 윌 헌팅] 명장면

15.10.2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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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은 맷 데이먼의 다재다능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위기의 순간 속에서도 침착성을 잊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시종일관 관객들을 웃겨주고, 말미에는 울리기까지 한다. 극한 환경 속에서 다양한 감정의 굴곡을 지닌 인간 우주인 마크 와트니를 보며 엉뚱하게도 '신인'시절 맷 데이먼을 유명하게 만든 한 작품 속 캐릭터가 떠올랐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1997년 작품인 [굿 윌 헌팅]은 과거의 방황하는 천재 청년 윌(맷 데이먼)이 자신의 심리 상담 치료를 담당한 맥그리거 교수(로빈 윌리암스)를 통해 인생의 지표를 찾게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린 영화다. 상처받은 청춘을 위로하는 여타의 작품과 달리 [굿 윌 헌팅]은 다소 어두울 수도 있는 소재를 나름의 낙관적인 분위기를 통해 마주하려는 작품이었다.  

당시 신인이자 젊은 20대였던 맷 데이먼, 벤 애플렉은 이 영화의 공동 각본을 맡아 어두운 과거를 지닌 청춘의 성장을 유쾌하면서도 아름답고 공감 있게 풀어내며 당시의 청춘 관객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게 되었다. 특히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대사와 장면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굿 윌 헌팅]의 윌은 오늘날 맷 데이먼의 연기 정석을 완성한 캐릭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독, 기쁨, 분노, 슬픔의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오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혼자 있을 때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상처를 잊으려 하지만, 타인들과의 교류와 만남을 통해 숨겨졌던 감정들을 표출하게 된다. 때로는 그것이 타인들을 향한 상처로 적용되기도 하며, 의도치 않은 자아를 발견하고 오랫동안 싸여왔던 상처를 극복하는 위로가 되었다. 

생생한 캐릭터를 표현한 배우들은 물론이며 장면이 만들어지는 배경의 조화, 절제된 카메라의 움직임은 윌과 주변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속 감정을 자연히 느끼게 해주었다. [굿 윌 헌팅]은 한 장면만 꼽으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상 깊은 장면들의 향연이었다. 


#1.복도에서의 문제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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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의 학도들마저 손을 놓아버린 문제가 복도 칠판에 걸려있다. 

모든 학생들이 절망을 느끼며 복도를 지나간 후 학교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윌이 칠판을 유심히 살펴 보다 분필로 무언가를 쓰기 시작한다. 바로 그때 문제의 출제자 제랄드 램보(스텔란 스카스가드)교수가 이를 보게 되고 청소부 복장의 윌의 행동을 낙서로 생각하며 그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윌은 욕설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진다. 윌이 칠판에 쓴 내용을 유심히 살피던 램보 교수와 조교는 순간 얼어붙게 된다. 그가 정답을 맞춘 것이다.

텅빈 복도의 장면은 복잡한 윌의 내면을 상징한다. 재능을 발휘하고 싶지만, 누군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면 도피하는 그의 모습은 자신의 상처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윌 스스로의 본능이었다. 겉으로는 세상을 증오하고 있지만, 깊은 내면속의 한쪽은 세상을 원하고 있었다. 단지 방법을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2.바(Bar)에서의 지식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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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의 바에 놀러 온 윌과 동네 친구들. 대학생을 가장하며 여대생에게 작업을 거는 친구 척키(벤 애플렉)에게 잘난 체하기 좋아하는 대학생이 나타난다. 그는 척키에게 남부 경제학에 관해 이야기하며 망신을 주려고 한다. 이때 윌이 앞에 나타나 "막스나 개리슨 저서를 이제 막 봤나 본데, 다음달 제임스 레먼 저서를 배울 때쯤엔 버지니아와 펜실베니아 경제에 대해 떠뜰겠지."라며 경제학과 관련된 저서와 내용들을 설파한다. 

술집안에 있는 사람들은 흥미진진하게 이를 지켜보게 되고, 자신의 견해 대신 책에서 본 지식을 자기주장인양 떠들어대는 학생에게 망신을 준 윌의 입담에 학생은 꼬리를 내린듯 자리를 피한다.

조용한 복도에서나 재능을 낭비하던 윌이 친구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장면으로, 조용한 복도와는 대비되는 장면이다.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켜보고 있으며, 윌의 뒤에는 '절친'과 그의 여자 친구가 될 스카일라(미니 드라이버)가 있다. 윌이 혼자가 아닌 타인들의 존재로 인해 성장하게 될 것을 암시 하는 장면이자 오락적으로는 허세적 지식에 대한 통쾌한 반격을 표현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 장면 속의 어법은 영화의 중반부 숀 교수가 윌에 대해 충고하는 내용과 흡사해 영화 주제에 대한 암시로도 연결된다. 



#3.맥과이어 교수를 향한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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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의 재능을 확인한 램보는 그를 키우려 여러 정신적인 문제와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그를 치료하고자 대학 동기인 숀 맥과이어 교수(로빈 윌리엄스)에게 심리 상담을 부탁한다.

그럴듯한 상담으로 이어지나 싶었던 분위기는 윌이 숀을 도발하면서 부터 이상한 분위기로 이어진다. 최대한 그의 성격에 맞추려 했지만 계속되는 윌의 도발에 숀 또한 인내심의 한계치까지 이르게 되고, 급기야 윌이 숀의 떠나간 아내를 건들자 숀은 윌의 목을 잡고 그를 위협한다.

안정을 찾은 숀은 윌에게 다음에 다시 보자고 제안하며 그를 상담실에서 나가게 한다. 한참동안 고민하던 숀은 램보에게 전화를 걸어 윌의 상담을 담당하겠다고 말한다.

윌의 멘토가 될 숀과의 첫 만남은 살벌했다. 스스로 피해의식 속에 살며 세상을 비웃었던 윌이 숀의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로 인해 첫 위협을 느끼게 된 장면으로 숀에 대해 관심을 갖게된 계기이기도 하다. 숀은 창가에 걸린 바다 그림을 보며 마음의 안정을 취한다. 그리고 상담실 주변에 꼳혀져 있는 수많은 서적 속 지식으로 윌을 치료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그림속의 장면처럼 진정으로 마음의 문을 여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4.강가에서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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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윌과 숀은 강가 앞 공원 벤치서 만나게 된다. 갑작스러운 장소 변경에 윌은 의아하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숀은 이러한 윌의 질문에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채 닫혀 있는 윌의 자아에 관해 이야기하며 자신의 죽은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조용히 꺼내놓게 된다.   

"내 눈엔 네가 지적이고 자신감 있기보다는 오만에 가득한 겁쟁이 어린애로 밖에 안보여. 하지만 넌 천재야 그건 누구도 부정 못해. 그 누구도 네 지적 능력을 측정할 수 없을 거야. 그런데 넌 그림 한장 달랑 보곤 내 인생을 다 안다는 듯 내 아픈 삶을 잔인하게 난도질했어. 네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고 네가 뭘 느끼고 어떤 앤지 올리버 트위스트만 읽어보면 이해할 수 있을까? 솔직히 그건 내 알바 아냐. 어차피 너한테 들은게 없으니까. 책 따위에서 뭐라든 필요 없어. 우선 네 스스로에 대해 말해야 돼. 자신이 누군지 말이야."

진정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드러낸다. 강위를 떠다니는 백조를 농담 삼았던 윌은 숀의 진심 어린 충고에 백조처럼 숙연해진다. 숀의 죽은 아내를 모욕한 점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의 오만이 타인을 아프게 한 '어린애'의 행동이란 사실, 무엇보다 자신의 깊은 내면의 상처를 들켜버린 감정이 그를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숀의 마음의 문을 연 대화덕에 윌은 그에게 서서히 자신의 마음을 열게 된다. 

조용한 분위기의 공원을 배경으로 진심 어린 어조의 표정과 대사를 선보인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와 이를 조용히 듣고 있는 맷 데이먼의 숙연한 연기가 인상 깊은 명장면을 완성했다. 



#5.쓰레기장에서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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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중후반, 쓰레기 처리장의 인부로 일하고 있는 윌과 척키가 맥주를 마시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윌은 자신의 재능을 키워주려는 교수들과 일부 기업들을 비웃으며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대화를 듣던 척키는 그런 말을 하는 윌을 나무란다.

"넌 내 친구니까 이런 말 한다고 오해하지 마. 20년 후에도 여기 살면서 이러고 살다 우리 집에 와서 놀고 있으면, 그땐 널 죽여버릴 거야. 넌 우리한테 없는 재능을 가졌어. 50이 되도 난 육체 노동을 하고 있겠지. 하지만 넌 지금 당첨될 복권을 깔고 앉고서도 너무 겁이 많아 돈으로 못 바꾸는 꼴이라구.

네가 가진 재주를 가질 수 있다면 난 뭐든 할 거야. 여기서 20년이나 곯는 건 우리에 대한 모욕이야. 내 생애 최고의 날이 언젠지 알아? 내가 너희집 골목에 들어서서 네 집 문을 두드려도 네가 업을 때야. 안녕이란 말도 작별의 말도 없이 적어도 그 순간만은 행복할 거야."

윌의 친구로서 그의 진짜 성공을 기원하는 진심어린 충고를 쓰레기장에서의 망중한과 같은 정겨운 분위기로 연출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실제 절친한 친구인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의 연기 덕분인지 영화속 두 사람이 주고받는 장면은 실제 친구들이 느낄 수 있는 정서를 그대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벤 애플렉의 대사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한 복선이 되기에 이를통한 감동의 정서는 더욱 커지게 되고, 관객들은 이 장면과 대사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된다. 

배경이 되는 쓰레기장은 지금의 윌과 친구들의 삶을 의미하지만, 화창하면서도 잔잔한 하늘은 쓰레기 장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갈 윌의 성장을 암시하는 대목과도 같았다.  



#6.네 잘못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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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과의 오랜 대화를 통해 그의 불쌍한 과거를 알게 된 숀 교수는 그에게 직접적으로 문제적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며 더이상 상처속에 얷매이지 말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유명한 대사인 "It's not your fault.(네 잘못이 아니야)"를 반복한다. 윌은 그만두라고 말하지만 숀 교수를 멈추지 않고 같은 말을 반복했고, 윌은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숀 교수와 포옹한다. 결국 상처속에 갇혀있던 윌을 벗어나게 한 것은 진심어린 위로와 공감 그리고 포옹이었던 셈이다. 


이후 윌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깨달으며, 자신이 먼저 해야할 중요한 일을 시도하러 나아가게 된다. 자신의 집이자, 추억 그리고 아픔이 담긴 도시를 떠나며…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굿 윌 헌팅] 캡처,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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