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 2015]
감독:천성일
출연:설경구,여진구,이경영,정성화
줄거리
휴전 3일전, 농사 짓다 끌려온 남한군 ‘남복(설경구)’은 전쟁의 운명을 가를 일급 비밀문서를 정해진 장소, 정해진 시간까지 전달하라는 임무를 받게 되지만, 인민군의 습격으로 동료들과 비밀문서까지 모두 잃게 된다.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 탱크병 ‘영광(여진구)’은 남으로 진군하던 도중 무스탕기의 폭격으로 사수를 잃고 혼자 남게 된다. 탱크를 끌고 홀로 북으로 돌아가려던 ‘영광’은 우연히 남복의 비밀문서를 손에 쥐게 되고 서부전선에서 단둘이 맞닥뜨리게 되는데…
[서부전선]은 한국 전쟁 휴전 이전의 긴박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지만, 영화는 그와 거리가 먼 소박한 정서의 작품을 지향한다.
폭격과 총알이 예고 없이 빗발치며 모두가 잔혹하게 죽어가는 상황에서 남북한의 어리버리한 군인들만이 살아남게 된다. 비문을 전담하다 잊어버린 남복, 선임들의 사망으로 졸지에 홀로 탱크를 책임져야 하는 북한군 막둥이 영광. 이 어리버리한 군인이 진행하게 되는 전쟁 영화는 잔혹함과 거리가 먼 어설픔 그 자체로 그려진다.
처음 마주한 적을 보고 당황한 나머지 수류탄 안전핀을 뽑지 않고 곧바로 투척하는 영광의 공격과 이에 당황해 숨을 곳을 찾으려 하는 남복의 대응이 이 영화의 전투를 대표하는 장면이다. 전투 자체가 어설픈 군인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는 잔인함과 거리가 먼 순박한 분위기의 휴먼 코미디로 연결된다.
탱크 내부에 갇힌 채 엎치락뒤치락 하는 영광과 남복의 주도권 싸움, 우연히 마주친 마을 사람들과의 에피소드, 서로의 과거와 정서를 공유하며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 과정이 흥미롭게 진행된다.
휴머니즘이 가득한 에피소드와 유머가 지속하면서 [서부전선]은 자연히 반전(反戰)의 메시지가 담긴 분위기를 풍기게 된다. 그것은 영화를 주도해 온 영광과 남복의 정체성을 통해 드러난다.
두 주인공의 목숨과 같은 임무인 탱크 보존, 비문 전달은 평범했던 이들의 일상을 억압하는 전쟁의 산물로 묘사된다. 생존을 위해서는 이 임무를 버려야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군법에 의해 사형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 임무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순박하고 착한 마음씨를 지닌 이들의 본 심성을 의미하는 바이기도 하다.
한국적인 유머에 설경구와 여진구의 연기도 작품의 따뜻한 정서를 더 해준다. 설경구는 더할 나위 없이 안정적이었으며, 순박한 소년 탱크 병사를 연기한 여진구는 [서부전선]의 정서를 상징하는 메인 캐릭터의 역할을 잘 표현하였다.
하지만 [서부전선]의 이러한 소박함과 따뜻한 정서 지향은 영화의 장점인 동시에 이 작품의 치명적 단점이기도 했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요소를 피하려다 보니 긴장감이 높아져야 할 부분과 웃음이 크게 나와야 할 부분에서 예상보다 강도가 약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두 배우의 순박함이 웃음을 준다 해도 그 강도가 약하면 그리 깊은 여운과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특히, 유머를 통해 전쟁을 묘사, 표현하려는 의도가 담겼음에도 캐릭터들의 행동이 역시적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듯한 여운과 결말을 남긴다. 결과적으로 영화의 분위기와 배경이 따로 노는듯한 아쉬움을준다.
영화의 주 배경이자 소재인 탱크의 매력을 기대만큼 살려내지 못한 부분도 아쉽다.
물론 [서부전선]은 탱크를 정서적, 비주얼적으로 활용했지만, 이를 좀 더 상징적인 의미로 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탱크가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만큼 영화의 제목, 컨셉을 탱크에 초점을 맞춰서 수정했다면 [퓨리] 만큼은 아니어도, 좀 더 개성적인 전쟁 영화가 되었을거라 생각한다.
그 외 필요 이상의 설정, 캐릭터가 등장하고 비중을 높여준 부분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전쟁영화가 가져다준 상징과 스케일을 뒤로하고 소박함이 불러올 따뜻한 여운에 기대하고 본다면 의외의 재미를 가져다줄 영화가 될 것이다.
[서부전선]은 9월 24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영상=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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