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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리뷰: '미생' 칼을 들다 ★★★

15.08.20 18:39



[오피스, 2015]
감독:홍원찬
출연:고아성,박성웅,배성우,류현경,김의성

줄거리
어느 날 한 가족의 가장이자 착실한 회사원인 김병국 과장이 일가족을 살해하고 사라졌다. 이에 형사 종훈은 그의 회사 동료들을 상대로 수사를 시작하지만 모두들 말을 아끼고, 특히 김과장과 사이가 좋았다는 이미례 인턴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눈치다. 게다가 종훈은 김과장이 사건 직후 회사에 들어온 CCTV 화면을 확보하지만, 그가 회사를 떠난 화면은 어디에도 없어 사건은 미궁으로 빠진다. 한편, 김과장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동료들은 불안에 떠는 가운데, 이들에게 의문의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는데…


[오피스]는 시작부터 충격적 이었다. 

넑이 빠진 채 식어가는 아메리카노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 퇴근 후 가족들과 화목하게 저녁 식사를 한 그는 가족들과 화목한 시간을 보내다 난데없이 망치를 들고 자신에게 평안을 준 가족을 잔혹하게 살해한다. 동네 유리창도 깨본적 없어보이는 순진한 그의 행동에 영화를 보는 이들은 의문을 갖게 된다. 무엇이 그를 살인범으로 만든 것일까?

이어지는 장면은 평범하면서도 익숙한 우리의 일상을 비춘다. 답답한 출근길, 무언가에 쫓긴듯 정신없이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회사원들, 동료의 사고에도 아무렇지 않은듯 태연한 척 하려는 동료들, 부진한 영업실적에 직원들을 윽박하는 직장 상사… 회사원들의 답답한 정장만큼 [오피스]는 초반부처 관객의 숨을 옥죈다. 김병국의 잔혹한 살인과 답답한 사무실의 분위기가 일치되는 순간이었다. 

[오피스]는 많은 면에서 드라마 [미생]을 떠올리게 한다. [미생]이 생생한 직장생활 묘사로 긴장감과 흥미를 불러온 것처럼 [오피스] 또 한 여러 묘사를 통해 직장생활의 생생함을 전달하는데 할애한다. 

다만 [미생]이 이러한 묘사를 통해 직장생활에 대한 공감과 위로적 정서를 동반하려 했던 것과 달리, [오피스]는 따뜻함 이라고는 전혀 없는 비정함과 섬뜩한 공포로 표현했다. 

사무실에 남겨진 김병국의 동료들은 그의 우발적인 범행을 알게 되고 불안감을 느끼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자신들의 업무에만 신경쓰게 된다. 한때 그를 잘 따랐던 인턴 이미례(고아성)가 그에 대한 연민의 정으로 자리를 정리 해주자 나무랄 따름이다. 사람에 대한 정과 인간미가 사라진 냉정한 사무실의 분위기는 더욱 더 불안감을 가중시키기에 이른다. 

[오피스]는 심리 스릴러와 잔혹극을 동시에 진행해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김병국의 참변 이후 회사원들의 불안 심리가 표면상으로 떠오르게 되고 그로인해 침묵과 긴장감이 흐르던 사무실

은 예상치 못한 공포의 장이 되어버린다. 

살인을 자행하고 다시 회사에 출근한 살인범, 사무실 천장 안에 목을 맨체로 발견된 동료의 시신 등 섬뜩한 범죄 장면들이 등장하며 영화의 긴장감은 더욱 커져 간다. 한편의 도시괴담으로 진행될 것 같았던 영화는 실적에 대한 압박, 해고에 대한 불안감, 동료와의 경쟁, 가식적인 인간 관계 등 회사 생활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일을 피부에 와닿는 생생한 공포로 표현하기에 이른다. 


[오피스]가 선사한 공포는 한 마디로 자본, 경쟁 사회에 대한 풍자였다. 김병국은 이 사회가 낳은 괴물인 동시에 피해자 이자 희생양 이었으며 이는 이 영화에 공감하고 있는 모든 직장인의 불안한 심리를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오피스]가 조명하고 있는 또 다른 핵심적인 피해자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고아성이 연기하는 이미례로 대변되는 비정규직 이었다.

직장에서 소외당한 '미생' 김병국과 비정규직 인턴으로 회사의 소모품이 된 채 경쟁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이미례는 결국 비슷한 심리를 동반한 존재로 그려지며 김병국이 어떻게 살인범이 되었는지 설명한다. 이미례의 존재는 영화만의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매개체이자 정서적인 요인이었다. [오피스]가 묘사한 자본 사회에 대한 풍자는 전반적으로 불편한 느낌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강렬한 공감을 불러왔다. 

이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긴 풍자 영화의 전형을 갖춘 [오피스]지만 너무 많은 풍자와 에피소드를 동반한 나머지 중후반 부터는 장르 영화 특유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기에 이른다.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지만 복선이 약해 이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져 메시지를 강조한 작위적 설정인가 하는 인상을 가져다 준다. 이러한 문제는 영화의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종종 발견된다.

이야기의 초점도 심리 스릴러와 잔혹극 사이를 오가다 애매 모호한 결말로 마무리 된다. 초중반까지 유지되었던 수준높은 긴장감이 무의미 하게 느껴졌다. 스릴러를 기대하고 온 관객의 입장에서는 실망이 클 수 있겠지만, 지금의 답답한 현실을 생생하게 표현한 만큼 마지막에 강행되는 잔혹극의 시선에서 영화를 감상한다면 보는 이에 따라 통쾌한 여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오피스]는 따뜻한 [미생]을 감상적으로 치부하며, 칼을 든 채 지금의 사회가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경고'하고 있다. 아마 이 모습에서 인간미를 잃은 채 서성이고 있는 우리 각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잔혹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슬픔과 공감을 동반하고 있는 드라마 였다.  

[오피스]는 9월 3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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