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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4]리뷰:100분짜리 히어로 사이코 영화(?)★★

15.08.18 11:06




[판타스틱 4, 2015]
감독:조쉬 트랭크
출연:케이트 마라, 마일즈 텔러, 제이미 벨, 마이클 B. 조던

줄거리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 리드(마일즈 텔러). 저명한 과학자 스톰 박사의 눈에 띄어 과학연구소 백스터에서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발명품을 개발한다. 자신의 발명품을 이용해 연구원인 빅터(토비 캡벨), 스톰박사의 딸인 수(케이트 마라)와 아들 조니(마이클 B. 조던), 그리고 절친한 친구인 벤(제이미 벨)과 함께 무한한 에너지원이 있는 행성으로의 이동을 시도한 리드. 하지만 그곳에서 일어난 폭발로 인해 네 사람은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되고, 빅터는 실종된다. 겨우 구조되어 깨어난 이들은 자신의 신체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갑작스러운 변화에 괴로워한다. 정부와 군 관계자들은 그들을 무기로 이용하려 하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네 사람은 강력한 힘, '닥터 둠'으로부터 지구를 구해야만 하는데…


조쉬 트랭크의 [판타스틱 4]는 이미 전에 기사화된 바 있었던 북미 비평가들이 느꼈던 반응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 문제의 반응을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아무리 북미서 좋지 못한 반응을 이끌었다 한들 마블 원작의 형태에 익숙한 북미 비평가들의 인식이 순수 창작물이 되어버린 이 작품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데뷔작 [크로니클]로 특유의 어두운 세계관을 보여준 조쉬 트랭크의 개성에 익숙하다면 그에 의해 완성된 [판타스틱 4] 또 한 충분히 볼만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 또한 잘못된 인식이었음은 영화 시작 20분 후에 깨닫게 되었다. [판타스틱 4] 리부트는 애초에 기획되지 말았어야 할 작품이었다.   

작품에 대한 비평, 분석의 차원을 넘어 히어로 영화를 감상할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히어로 영화 장르를 통해 오락적인 대리만족과 쾌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히어로 영화는 적어도 특유의 흥미 요소는 기본으로 있어야 한다.

물론 [다크 나이트]와 [왓치맨] 처럼 진지함과 어두운 성향이 공존하는 강인한 인상의 작품도 나올 수 있지만, 그 작품들 또 한 본연의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었다. 조쉬 트랭크의 [크로니클]도 마찬 가지였다. [판타스틱 4]는 후자의 길을 선택했다. 마블 작품 특유의 발랄한 개성을 지닌 히어로들의 이면을 분해해 이들에게 볼 수 없었던 어두운 성향을 드러낸 다음 적당한 볼거리가 첨가된 진지한 히어로 영화를 지향했다.

하지만 완성된 결과물은 네 명의 돌연변이 정신병자들의 심리극이었으며 유머, 액션, 연기 등 볼거리와 흥미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한 사이코 히어로 영화였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북미의 비평가들이 지적한 이 영화에 대한 공통된 문제점은 '너무 진지하다' 라는 점이다. 물론 [배트맨][왓치맨][엑스맨]과 같은 진지한 히어로 영화들도 있다. 다만, 그 진지함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 배트맨이 시종일관 진지한 데에는 불우한 과거와 타락한 고담시가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왓치맨은 냉전 시대에 대한 풍자가, 엑스맨은 소수인종에 대한 핍박이 세계관의 배경이 되었듯이 진지함은 영화의 전체적 메시지를 함축한 기능을 담고있다.

그에 비해 [판타스틱 4]의 진지함은 이유 없는 '폼'에 불과했다. 인물들은 시종일관 심각한데 이들의 심각함에는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 이들이 이렇게 심각한 이유는 실험으로 인해 돌연변이가 되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전부다. [판타스틱 4]의 원작과 전작이 이들의 고뇌와 고통을 심각하게 다루지 않은 것을 메우기 위해 이러한 설정을 도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다루는 방식 자체가 잘못되었다. 그 방식의 총체적 문제의 원인은 바로 각본에 있었다. 

[판타스틱 4]는 돌연변이가 된 인물들의 고통을 고뇌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로 다루려 했다. 청춘 성장물의 이야기를 진행한 점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 과정에는 흥미 자체가 없었다. 전자에 소개한 배트맨, 엑스맨의 진지함에 관객들이 공감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주인공들이 개성과, 이에 대응하는 악역이 있었기 때문이다. 캐릭터들의 독특한 개성에 관객들은 흥미를 갖게 되고 이들의 고통에 공감을 하게 된다. 공감 하게 된 히어로가 자신의 컴플렉스를 상징하는 악역(빌런)을 물리치고 일어설 때 관객들은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다크 나이트][맨 오브 스틸][어벤져스]의 성공에는 이러한 기본적 공식을 전제로 한 각본이 빛났기 때문이었고 이를 통해 여러 다양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었다. [판타스틱 4]의 각본은 바로 이러한 기본 공식을 무시했다. 우선 인물들은 개성 자체가 없는 존재들이다. 

천재, 천재의 절친, 코소보 출신의 입양된 아이, 방황하는 청춘 등의 다양한 청춘 군상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모두 일관적인 행태만 지닌 고뇌하는 인물들이다. 네 명의 캐릭터 모두 개성 없는 '범생'일뿐 아무도 사고를 치려는 반항아가 되려 하지 않는다. 이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의지해야 할 영화는 대부분의 러닝타임을 이들의 고뇌와 갈등만 보여주는데 할애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100분 동안 철학에 빠진 네 명의 인물들을 시종일관 바라봐야 한다.

하이라이트가 되어야 할 액션과 볼거리는 영화의 마지막 15분 동안 벌어지는 액션이 전부이며 세트장에서 간단히 촬영한 장면인 탓에 생동감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악역인 닥터 둠을 존재감과 카리스마조차 없는 캐릭터로 만들어 버렸다는 점이다. 마블 세계관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강력한 이 악당을 사회 부적응자, 강박관념에 빠진 질투성 캐릭터 같은 평범한 인물로 만들어버렸다. 이렇듯 주인공과 악역조차 개성 없는 이 영화를 어떤 관객이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

가족적인 작품이자 마블 시리즈 만의 유쾌함의 상징이었던 [판타스틱 4]를 조쉬 트랭크와 폭스는 보기좋게 망쳤다. 원작을 무시한 지나친 파격적인 설정탓에 원작이 지닌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해 기존 코믹스 팬들과 영화팬들의 반발을 사게 되는 것은 당연했다. [판타스틱 4]는 애초에 진지하게 나가지 말았어야 할 구조였으며 이를 분석하지 않고 무시한 채 세계관만 빌린 패기만 넘친 연출력이 패착의 원인이 되었다. 


그럼에도 폭스는 2017년 [판타스틱 4]의 후속을 예고한 상태며 [엑스맨] 시리즈와의 크로스오버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좌초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번 실패로 이를 보완하거나 새롭게 판을 짤 계획을 갖게 될 테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완성도를 보았을 때 차라리 마블에게 판권을 넘기는 게 더 좋은 대안이라 생각한다. 그나마 욕이라도 덜 먹는게 좋지 않을까?

[판타스틱 4]는 8월 20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20세기 폭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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