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은 작품 선택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 잘못된 작품 선택은 그들의 경력에 큰 타격을 주게 돼 재기마저 힘들 게 만든다. 한때, 전성기를 구가했던 스타들이 한순간에 잊혀지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는 잘못된 작품 선택이 불러온 파급효과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작품들을 선별하기란 쉽지 않다. 각본상으로는 훌륭했으나, 연출 과정에서 의도와 달리 엉망이 되어버린 작품들도 있었고, 완성도는 좋았으나 흥행 실패로 '불운'을 겪은 작품들도 있었다. 결국, 그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작품을 만나는 것은 '운'에 달린 셈이다.
이로 인한 피해를 본 스타들은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이거나, 이제 막 스타로 거듭나기 시작한 신예들이었다가 사라져 버린 이들도 있었다. 오늘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전성기 또는 경력에 오점을 남기며 급격히 추락하게 된 스타들과 작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1.데미 무어와 [스트립티즈]
데미 무어는 잘못된 작품 선택으로 인해 여러 오점을 남긴 대표적인 여배우다. 그중 그녀의 전성기에 큰 타격을 준 대표작을 꼽으라면 1996년 작품인 [스트립티즈]였다.
[스트립티즈]는 8,90년대를 대표하는 섹시스타 데미 무어의 파격 노출과 몸매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대표작이다. 이미 그전에 [사랑과 영혼] [어퓨굿맨] [은밀한 유혹] 같은 굵직한 작품들이 그녀의 경력을 뒷받침해 주고 있었기에 [스트립티즈]와 같은 가벼운 작품에 출연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직 FBI 요원 출신의 스트리퍼라는 설정이 다소 황당했던 만큼 [스트립티즈]의 전개, 구도, 연출력은 눈뜨고도 봐줄 수 없는 수준이었다. 1992년 [난폭한 주말] 이라는 작품으로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었던 데미 무어는 1997년 [스트립티즈]와 더불어 같은 연도 개봉한 [주어러]라는 작품으로 다시 한 번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된다.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은 이후에도 데미 무어의 경력에 여러 오점을 남겼는데, 1998년 [지 아이 제인]으로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2004년 [미녀 삼총사-맥시멈 스피드]에서는 최악의 여우조연상을 가져다주었다.
2.브렌든 프레이저 [잉크하트:어둠의 부활]
[미이라] 시리즈를 통해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블록버스터 스타 브렌든 프레이저는 어느 순간 우리의 기억 속에 잊혀진 스타가 되었다. 액션,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게 된 그였지만, [갓 앤 몬스터] [크래쉬] [내가 숨쉬는 공기]와 같은 굵직한 작품에 출연했을 정도로 연기력도 출중했다.
그랬던 브렌든 프레이저를 어느 순간 잊혀지게 만든 장본인격의 작품을 꼽으라면, 그의 마지막 블록버스터 출연작이라 불리어도 무방한 [잉크하트:어둠의 부활]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그의 출연작중 가장 최악으로 불리고 있는 [퍼리 벤전스]도 있지만, [잉크하트:어둠의 부활]의 실패로 더는 그를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볼수 없었기 때문에 그의 경력에 큰 타격을 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잉크하트:어둠의 부활]은 최악의 작품은 아니었지만, 브렌든 프레이저의 출연작중 그다지 눈에 띈 개성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지 못했다. 영화의 전체 수익도 총제작비를 간신히 넘어선 수준이었다.
3.알리시아 실버스톤과 크리스 오도넬의 [배트맨과 로빈]
알리시아 실버스톤과 크리스 오도넬은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하이틴 스타들로 떠오른 신성이었다. 그들이 나란히 출연한 [배트맨과 로빈]은 모두가 기대할 만 했다. 오도넬은 [배트맨 포에버]에 이어 로빈으로 출연하고 실버스톤은 배트 우먼으로 출연해 동료이자 묘한 '썸'관계를 연기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영화는 그들의 '썸' 연기보다는 엄청나게 어색한 조지 클루니의 배트맨 연기,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존재감 없는 악역 연기 그리고 적나라하게 유두가 튀어나온 의상부터 손봤어야 했다. 모든 것이 엉망인 [배트맨과 로빈]으로 인해 두 유망주는 한순간에 잊혀진 그 시절 스타들로 전락했다.
4.지나 데이비스와 매튜 모딘의 [컷스로트 아일랜드]
헐리웃의 가장 잘못된 만남을 대표하는 지나 데이비스와 레니 할린 감독이 부부시절 완성한 대표작 중 하나인 [컷스로트 아일랜드]. 90년대 이후 더 이상 제작되지 않은 추억의 해적 영화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레니 할린의 정성과 노력이 돋보였고, 여자가 주인공인 해적 영화라는 점에서 분명 특별한 영화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허나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이었을까? [컷스로트 아일랜드]는 비평가들과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실패작이 되었고, 레니 할린을 비롯해 지나 데이비스, 매튜 모딘의 경력마저 추락시킨 망작이 되고 말았다. 영화의 실패로 스튜디오에 입힌 피해액만 1억 5백만 달러였다고 하니 정신적 상처는 물론 물질적 피해도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컷스로트 아일랜드]의 희생과 영향이 있었기에 지금의 전 세계인들이 사랑한 해적물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나올수 있지 않았나 싶다.
5.쿠바 구딩 주니어의 [보트 트립]
얼마 전 보게 된[셀마]에서 반가운 흑인 배우 한 명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는 바로 쿠바 구딩 주니어 였다. 그는 1997년 톰 크루즈 주연의 [제리 맥과이어]에 출연해 주인공 제리의 마음을 들었다 올렸다 하는 미식축구 선수 로드 티드웰을 연기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거머쥐게 되었다. 이후에도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그리 눈에 뛴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똑같은 모습의 연기력만 보여주다 결국 2002년 [보트 트립]의 실패로 엄청난 추락을 걷게 된다. 어느새 그는 헐리웃을 대표하는 흑인 배우의 반열에도 제외되었다.
6.마이크 마이어스의 [러브 그루]
영어권 국가에서는 여전히 웃기는 코미디언 배우지만 이제 마이크 마이어스라는 이름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너무나도 생소한 이름이 되었다. [슈렉]의 주인공이자 [스타워즈:에피소드 1]의 조지 루카스의 아성을 무너뜨린 [오스틴 파워] 시리즈의 주인공 이었지만, 2008년 그의 재능은 [러브 그루]와 함께 추락한다.
과장된 웃음, 철 지난 말장난 유머, 난잡한 저질 코미디는 관객들의 외면을 받게 되었고, 평단으로부터는 욕이란 욕은 다 먹어야 했었다. 여기에 제시카 알바, 저스틴 팀버레이크, 제시카 심슨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총출동시켰지만, 이들 모두 애꿎은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러브 그루] 이후 더이상 마이크 마이어스를 스크린에 볼일은 없었다.
7.존 트라볼타의 [배틀필드]
2000년 초반 존 트라볼타의 행보는 나쁘지 않았다. 2000년 [배틀필드] 라는 영화의 제작과 주연을 맡으면서 부터 그의 가치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현 사이언톨로지 교의 창시자 L.론 허바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이야기의 배경과 설정은 나쁘지 않았으며, 존 트라볼타, 포레스트 휘태커, 베리 패퍼의 연기, 수준있는 영상미와 특수효과도 괜찮은 편이었다.
그러나 이에 비해 이야기 전개와 과정은 너무나 못 봐줄 정도로 엉성했으며, 시대를 너무 앞서간(?) 듯한 기괴한 분장에 관객들은 질색하기에 이르렀다. 총 제작비 8,000만 달러를 투자해 북미 총수익 2,800만 달러 수준을 회수한대 그친 [배틀필드]는 존 트라볼타의 경력에 큰 타격을 입혔다.
물론, 지금에서야 [배틀필드]는 몇몇 컬트 영화 팬과 비평가들로부터 재평가를 받는 분위기여서 존 트라볼타의 기를 살려줄지 모르겠지만, 과연 그때는 언제일까?
8.할리 베리의 [캣우먼]
2000년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을 통해 할리 베리는 때아닌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후 그녀는 여러 작품에 캐스팅 제의를 받게 되는데, 대부분이 그녀의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부각하기 위한 작품들이었다. 그중에서는 [몬스터 볼] 처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선사한 작품도 있었지만, [007 어나더 데이] [고티카] 같은 망작도 포함돼 있었다.
[엑스맨] 이후 단독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들이 큰 관심을 끌지 못하면서 존재감이 사라질 즘, '반전'이 될 수있는 작품의 캐스팅 제안이 들어오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배트맨] 시리즈의 매력적인 안티히어로 '캣우먼'을 주인공으로 한 [캣우먼] 이었다. 섹시함, 역동성 그리고 특유의 잔인함을 갖춘 만큼 [캣우먼]은 분명 할리 베리의 신체적 매력과 연기력 모두를 강조해 줄 작품이었다.
그러나 모두 알다시피 [캣우먼]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흥행실패는 고사하고 [배트맨]의 세계관을 무시한 란제리 회사 설정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화면은 오로지 할리 베리의 글래머한 가슴과 몸매, 엉덩이를 담는데 열중했으니 이야기는 있으나 마나였다.
[캣우먼]의 처참한 실패 덕분인지 이후의 할리 베리의 작품 선택은 신중해졌고, 최근 행보는 무난한 편이다.
9.에디 머피의 [플루토 내쉬]
한때 미국 코미디 영화계의 제왕으로 군림한 에디 머피를 물 먹인 작품이 있었으니 2002년 [플루토 내쉬]라는 작품이 바로 그 '원흉'이었다. 80,90년대 까지 끈질기게 질긴 인기와 개성을 이끌며 흥행 보증수표 역할을 톡톡히 해낸 그였지만, 그에게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플루토 내쉬]는 1억 2천만 달러의 거액을 들여 완성한 SF 어드벤처 코미디로 에디 머피 특유의 수다스러운 유머와 조화를 이룰 것 같았다. 하지만 희망 사항과 달리 [플루토 내쉬]는 거액을 들여 만든 특수효과를 부각하기보다는 에디 머피의 유머를 강조하려다 길을 잃어버린 산만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SF와 코미디 사이에서 길을 잃은 이야기 전개로 영화의 흥미는 떨어져 버리고, 그만의 개성이 감상의 방해요소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플루토 내쉬]는 비평은 물론 북미 개봉 당시 4백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 최악의 실패작이 되었다. 이후 에디 머피는 여전히 기사회생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씁쓸하게 잊혀지고 있다.
10.캐빈 코스트너의 [워터 월드]
개봉 당시만 해도 엄청난 혹평과 처참한 흥행 실패를 앗아간 작품으로 기억되지만, 지금에서야 [워터 월드]는 재평가받으며 90년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아마도 지구 온난화가 이슈가 되어서였을까?
너무 앞서간 설정과 지나치게 많이 들인 제작비 탓에 [워터 월드]의 실패는 배가 되었다. 물로 휩싸인 미래의 모습을 비롯해 이를 통해 완성된 액션 또한 매력적이지만, 이 모든 시도가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었다.
[워터 월드]의 주연은 물론 제작에까지 관여한 케빈 코스트너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며, 그의 인기와 위상을 추락시킨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