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역사가 바뀌었다.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은 각각 유럽 대륙과 태평양에서의 전쟁에 승리해 세계를 양분해 지배하고 있다.
이 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는 미국으로 일본과 독일의 전쟁에 개입하다 결국 두 나라의 지배를 받게 된다. 서부는 일본이, 동부는 독일이 각각 통치하고 있다.
두 제국주의 국가에 지배당하고 있는 현실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일본과 독일 문화의 이질감은 물론이며, 정치적 지배 강화를 위해 '민족 우월주의'를 내세운 정복자들의 정책으로 인해 노예 정책과 민족 말살 정책이 자행돼 소수 민족, 계층 간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
전범 국가들의 승리는 그야말로 암울하면서도 비참한 결과를 초래했다. 과연, 이 세상의 희망은 없는 것일까?
너무나 암울한 이 이야기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자이자 SF 문학의 거장 필립 K. 딕의 가상 역사 소설 '높은 성의 사내'(원제: The Man in the High Castle)의 이야기다.
▲출처:교보문고, 국내 출시명: [높은 성의 사내, 출판사:폴라북스]
가상 역사 문학의 최고로 알려진 이 작품은 현대인이 지닌 정체성의 혼란과 다중 현실, 불안감과 편집증 그리고 지금의 우리 현실과 묘하게 닮으면서도 판이한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60년대에 쓰인 작품인 만큼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2차 세계대전의 여파와 냉전 시대에 대한 불안감 속에 살아가는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와 현대인의 불안정한 심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미국의 유통 기업 아마존에 의해 제작되었고, [X 파일] 시리즈의 제작, 각본, 연출자인 프랭크 스포트니츠가 연출을 [링컨:뱀파이어 헌터]의 루퍼스 스웰, 루크 클레인탱크, 알렉사 다바로스 등 수많은 배우들이 출연했으며, 지난 1월 아마존의 자체 콘텐츠 스트리밍 제공 방식을 통해 [더맨 인 더 하이 캐슬]이란 제목으로 파일럿 상영을 가졌다.
소설의 충격적인 설정과 세계관을 현실감 있게 담아낸 동시에 북미 대륙 전체를 지배하기 위한 일본과 독일의 야욕을 정치, 첩보물 형식으로 그려낸 이야기가 주축이 돼 긴장감 넘치는 재미를 선사하며 시청자들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아마존은 이번 하반기 [더맨 인 더 하이 캐슬]를 정식 방영하기로 했으며, 10일 드라마의 예고편을 샌디에이고 코믹콘 행사와 온라인을 통해 공개했다.
공개된 예고편은 일본과 독일의 지배로 인해 암울하게 변한 1960년대 미국의 모습을 충격적으로 담았다. 미국을 상징하는 성조기는 50개 주를 상징하는 별들이 사라지고 나치의 하켄크로이츠가 대신했고,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에는 일본 제국을 상징하는 '전범기'가 걸려있다.
이 암울한 현실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은 일본과 독일 문화와 정책에 녹아든 삶에 적응하며 살고 있다. 그러던 와중 두 나라의 지배 체계를 흔드는 사건이 발생했음을 암시하며, 각 체제의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영상의 마지막 여주인공은 누군가로부터 건네받은 필름을 확인하게 되고, 그것을 확인한 여성은 무언가에 홀린듯한 표정을 짓게 된다. 과연, 그녀가 본 것은 무엇일까?
[더맨 인 더 하이캐슬]은 미국, 일본, 독일이 주축이 되는 이야기지만, 역사가 지닌 시대적, 배경적 시각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를 빼놓을 수 없다. 작품에 등장하지 않지만, 배경대로라면 1960년에도 한국은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을 것이다.
현재도 역사의 아픈 상처를 완벽하게 지우지 못한 우리에게 이 작품이 가져다주는 암울함은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가상의 역사를 통해 미국과 세계의 현재를 이야기 하고있는 만큼 [더맨 인더 하이 캐슬]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의미 또한 매우 클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