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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화가] 리뷰: 약간의 진정이 필요했던 성난 개성 (★★)

15.06.17 19:18

 
 
[성난 화가, 2015]
감독: 전규환
출연: 유준상, 문종원
 
줄거리
차가운 세상을 그리는 ‘화가’ (유준상). 성난 세상을 달리는 낭만적인 ‘드라이버’ (문종원) 악마 같은 살인마들의 사냥에 나선 두 사람은 절대 멈출 수 없는 질주를 시작한다.
 
 
빈티지 액션을 지향하는 [성난 화가]의 가장 돋보인 부분들은 상징적인 캐릭터, 대사, 연기, 미술, 몽환적인 분위기, 장면마다 의미를 더하려는 세심함 연출 방향이었다. 

타락한 세상의 패악을 상징하는 마초 집단의 모습과 이에 맞서 심판자를 자처한 두 주인공의 일상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설정은 독립영화만이 지닌 B급적 상상력과 연출의 묘미를 보여준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무엇보다 출연진의 파격적인 노출과 행동을 통해 성(性)에 대한 다양한 표현 방식은 나름 인상적이었다. 
 
문제는 이 대담한 시도를 나열만 한 것에 그쳤다는 점이다. [성난 화가]의 연출과 서사적인 전개 방식이 아무리 의도한 것이라 하더라도 일반 관객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진행되어야 했다. 

대중영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적어도 대사 전달과 배우들의 연기와 같은 기본적인 요소들이 어느 정도 갖춰져야 했다. 영화상의 여러 문제점을 뒤로 하더라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대사와 지나치게 잡음이 섞여 있는 음향효과, 일관적인 성향으로만 연기하는 배우들의 어색함은 흥미를 떨어뜨리고 만다. 

[성난 화가]는 신선함과 독특함을 지향하는 데 앞선 나머지 기본기를 버린 우를 범했다. 표현 방식과 연출력이 무의미하게 진행되다 보니 이야기는 산만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전개만 이어진다. 지나치게 상징성을 강조하려는 문어체적인 대사와 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축소한 각본은 영화가 구현한 독특한 분위기만 띄어줄 뿐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역동성이 느껴지지 않는 액션 연출과 카메라 워킹은 너무나 조잡해 영화의 유일한 흥미마저도 잠식시켜 버린다.
 
[성난 화가]는 전규환 감독의 시각에서는 의미 있는 실험 작으로 생각하겠지만, 결과물은 이해 불가의 '괴작'이 되어 버렸다.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과 세계관을 구성하는 것은 모든 장르의 예술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욕심일 것이다.
 
전규환 감독은 여러 전작을 통해 대중성과 거리가 먼 이야기와 투박한 스타일을 지향했지만 파격적인 실험, 장르적 비틀기는 기존 장르 영화의 전형성을 거부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
때문에 그의 작품들이 '완성'이 아닌 '미완성'의 상태였지만 특유의 독특함 덕분에 나름의 개성으로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러나 미완성은 언젠가 완성이 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그것이 전규환만의 스타일이자 지향점이라 하더라도 특유의 투박함이 지속한다면 그것 또한 그가 거부하고자 한 전형성의 한 예와 다를 바 없다.
 
그에게는 자기만의 세계를 좀 더 폭넓은 방향으로 전개하는 시도가 필요했다. 김기덕 감독이 [빈 집]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같은 공감도 높은 정서적 작품을 통해 자신의 예술관을 대중에게 이해시키려 했던 것 처럼 말이다. 비록 그것이 개성 강한 예술인의 입장에서 '타협'과 같이 보이 더라도 자신의 개성과 예술관을 지속해서 지키기 힘든 한국영화의 현실에서는 어느 정도 타협해야 할 부분이다.
 
[성난 화가]는 6월 18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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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상=트리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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