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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3D를 거부하는 이유

12.08.31 16:51

배트맨이 8년 만에 500만 관객을 이끌며 화려한 복귀를 했습니다. 개봉 전부터 이슈가 되었던 <다크 나이트 라이즈>. 사람들은 ‘3D로 볼까, 2D로 볼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었죠. 영화 <아바타> 이후 블록버스터 영화에 불어 닥친 3D 열풍에 <다크 나이트 라이즈>도 열외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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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통주의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 영화가 디지털로 촬영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제작 전 영화사는 감독에게 3D로 만들자는 제안을 했지만 감독은 완강히 거부했죠.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의 기술력을 이용한 가짜 세계 즉, 인공적 입체감보다는 관객들에게 자연적 광활함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줌 렌즈를 사용하기보다는 오직 한대의 카메라를 움직여 초점, 거리를 맞추면서 먼 공간까지도 세세하게 화면에 담아냈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스케일의 장면은 아이맥스 카메라를 통해 관객이 실제 액션현장에 있는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촬영했습니다.

‘IMEX’라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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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가 주는 엄청난 스케일을 중시하는 이 영화는 ‘무성영화’(소리가 없는 영화)처럼 이미지 표현을 가장 중요시합니다. 때문에 이 영화는 윌 스트리트에서 벌어지는 도심결투, 폭탄이 터지면서 미식축구장이 초토화되는 군중 신 그리고 비행기 외부에서 매달려 총을 쏘는 아슬아슬한 장면 등을 수많은 엑스트라를 동원하고, 세트장이 아닌 실제 상공에서 촬영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각종 신무기나 차량, 오토바이 등도 CG 사용의 당위성을 조성하지만 최후의 싸움이 결국 살과 살이, 주먹과 주먹이 부딪치는 싸움인 이유도 카메라 렌즈 범위 내에서 육체적으로 가능한 최대치에 맞추기 위함이었습니다. 
 
감독은 이번에 아이맥스 카메라 촬영시간을 전편보다 두 배 늘려 55분이나 되는 분량을 뽑아냈는데 이는 <다크나이트> 27분, <트렌스포머 2> 28분, <미션임파서블 4> 23분과 비교하면 최장시간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IMEX’는 무엇이고, ‘3D’는 무엇일까요. ‘필름’과 ‘3D 디지털’ 그 차이는?
 
사실 ‘필름’과 ‘디지털’의 차이는 촬영기법이 아니라 상영방식이 다른 것입니다. 그런데 상영화 과정에서 디지털 소스는 최적의 해상도를 보여줄 수 있는 사이즈가 한정적입니다. 즉 화면이 커질수록 화질이 저하되죠. 반면 아이맥스(70mm) 필름소스는 인간이 볼 수 있는 시야한계까지 모두 영상으로 채울 수 있고, 현존하는 최고의 디지털로 촬영한 것보다 10배 이상의 해상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필름보다 디지털이 화질이 월등하지만 아이맥스에서는 오히려 디지털이 필름을 쫒아 가지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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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D가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면 아이맥스는 스크린이 5도 정도 기울어져 있습니다. 디지털 3D 영화가 입체감으로 현실성을 준다면 아이맥스 필름은 화실과 화면크기만으로 현실성을 주는 것입니다. 게다가 필름은 디지털 3D같은 인위적 기술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더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또한 디지털 아이맥스는 후 보정 과정에서 필름 촬영 즉 아이맥스 상영 크기에 맞게 화면을 업 시켜야 되지만 필름은 그렇지 않아도 되죠. 놀란 감독이 필름 촬영을 고집하는 이유도 이런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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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비용입니다. 디지털 촬영과 후반작업은 필름보다는 용이하고, 비용도 적게 듭니다. 최대의 이익 추구와 기타 이유로 상업영화에선 꺼릴 수밖에 없죠. 게다가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는 크기도 크고 무거워서 실제 촬영을 하기에 힘이 더 듭니다.
 
상영방식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쉽기 때문에 국내에서 현재 아이맥스를 필름으로 상영하는 상업극장이 전무합니다. 국내에서 아이맥스를 독점하고 있는 GV가 몇 년 전에 영상기를 죄다 디지털로 교체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북미도 예전부터 아이맥스를 필름에서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맥스는 주로 다큐멘터리 등에 쓰였고 지금도 주가 되고 있기 때문에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상업영화 최초로 일부를 오리지널 아이맥스로 촬영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제임스 카메룬감독에게는 꿈 실현의 창인 ‘3D 디지털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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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지난 2009년 영화 <아바타>로 3D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그가 영화의 시나리오를 완성한 것은 1995년 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자신의 상상력을 영상으로 표현할만한 기술력이 부족했고, 때문에 그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수준의 영화제작 여건이 이뤄지기를 기다렸죠. 지금 봐도 이 영화는 엄청난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데요.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아바타’라는 주요 소재를 비롯해 영화배경, 다양한 동 식물들은 CG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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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들을 감정이 살아 있는 실제 인물 같은 생생한 재현과, 영화에 등장하는 각종 과학 장비들의 현란함은 CG와 홀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고는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감독의 꿈을 실현시켜준 것이죠. 그는 앞으로 몇 년 안에 방송에서 3D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중국 3D 영화 시장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아이맥스가 3D보다 친밀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해 관객을 압도하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바타>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컴퓨터 그래픽이 상상력을 실현시켜 주기도 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맥스가 필름에서 디지털로 전환되어 가고 있는 것은 우려할 사항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영화의 대 흥행은 필름 영화의 더 나은 발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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