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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한] 리뷰: '나쁜 남자'와 '칸의 여왕'이 연애를 한다면?(★★★☆)

15.05.15 15:39


 
 
[무뢰한, 2015]
감독: 오승욱
출연: 전도연, 김남길, 박성웅, 곽도원
 
줄거리
범인을 잡기 위해선 어떤 수단이든 다 쓸 수 있는 형사 정재곤(김남길). 그는 사람을 죽이고 잠적한 박준길(박성웅 扮)을 쫓고 있다. 그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는 박준길의 애인인 김혜경(전도연). 재곤은 정체를 숨긴 채 혜경이 일하고 있는 단란주점 마카오의 영업상무로 들어간다. 하지만, 재곤은 준길을 잡기 위해 혜경 곁에 머무는 사이 퇴폐적이고 강해 보이는 술집 여자의 외면 뒤에 자리한 혜경의 외로움과 눈물, 순수함을 느낀다. 오직 범인을 잡는다는 목표에 중독되어 있었던 그는 자기 감정의 정체도 모른 채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고 언제 연락이 올 지도 모르는 준길을 기다리던 혜경은, 자기 옆에 있어주는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무뢰한'은 누구에게도 소속되거나 의지하지 않는 사람을 뜻 하지만, 그 본질은 자기가 쟁취해야 하는 목표나,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행동이 있을 때, 선과 악의 개념 없이 어느 방향으로든 나갈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무뢰한]은 제목의 본질에 해당하는 두 남녀가 주인공인 영화로 '이기적인 '무뢰한'들이 사랑을 하게 된다면?' 이라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무뢰한]은 무미건조하고 어두운 블루톤의 영상으로 형사 재곤의 모습을 비치면서 시작한다. 주인공 재곤의 모습은 하드보일드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두운 형사의 전형과도 같다. 시니컬 하면서도, 혼자 있기를 좋아하며,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폭력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결혼했다가 이혼까지 한 상태이다. 이러한 재곤의 표정과 성격은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를 대변하며 그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 때문에 [무뢰한]은 하드보일드 형사물을 보는듯한 인상을 준다. 범인 추적, 예상치 못한 인물들과의 만남, 음모 등 형사 스릴러물의 전형적인 이야기는 주인공의 성격, 어두운 배경과 조화를 이룬다.
 
하드보일드 장르에 완벽히 흡수된 형사 재곤은 범인 박준길을 검거하기 위해 직접 어두운 세계로 걸어 들어간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이곳에서 재곤은 여러 인물과 대립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박준길 체포에 도움을 주겠다고 접근한 민영기(김민재), 그를 걱정하는 척하면서도 곱게 보지 않고 있는 악질 선배 형사 문기범(곽도원), 그에게 어둠의 길을 권하는 대선배, 그리고 직접 맞닥뜨린 박준길(박성웅)이 그들이다. 이러한 대립 관계는 예측 불가의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음을 암시하며 하드보일드 장르 특유의 긴장감을 높여주게 된다.
 
재곤의 이러한 상황은 '운명의 대상'인 김혜경과의 만남에서부터 달라진다. 범인의 여자인 혜경의 주변을 맴돌며 박준길을 체포하려는 단서를 잡으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도청을 통해 혜경의 슬픔을 느끼는 장면, 한때 잘나갔지만, 지금은 별 볼일 없는 유흥업소의 마담으로 일해야 하는 비참한 모습의 그녀를 멀리서 지켜보는 재곤의 표정을 통해 그녀의 외로움에 완벽하게 동화 되었음을 보여준다. 재곤이 혜경에게 동화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전자서 언급한 수많은 대립 관계를 통해 부각된 재곤의 외로운 내면 때문이라는 것을 이야기 한다.
 
범인 추적을 위한 수사 장면을 중점 있게 보여준 영화는 재곤이 혜경에 직접 다가서면서부터 다른 전개를 이어나가게 된다. 박준길의 단서를 잡기 보다는 그녀의 일상에 직접 개입하게 되면서 점점 그녀를 알아가고 빠져가게 되는 남자의 모습은 예상치 못한 흥미로 이어지게 된다. 어둡고 냉정한 분위기 속에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은 예상외의 흥미와 정서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게 된다. 특히, 영업부장으로 위장한 재곤의 계속되는 접근을 특유의 입담으로 차단하는 장면은 남녀간의 '밀당'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롭다.  
 
재곤과 혜경은 외로움 속에 서로의 감정을 공감하는 사이로 발전되지만, 시종일관 서로를 경계하는 사이이기도 하다. 이러한 감정이 애정으로 급진전 되면서 둘은 더욱 조심스러운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자신의 진짜 정체를 드러내면 모든것이 끝나는 형사 재곤, 사랑을 갈구하지만 수많은 배신을 당했기에 진실된 사랑을 만나고 싶어하는 혜경. 진실을 알게 되면 모든 것이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 이들의 내면에 자리 잡은 '무뢰한'과 같은 욕망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래서 그들의 애정은 언제나 완성 단계에서 겉도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애처로움이 오가는 감성은 작품 속에 완전히 동화된 배우들의 감성적인 내면 연기로 방점을 찍는다.
 
전도연의 김혜경은 타인을 경계하며 겉으로는 독하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녀의 내면은 겉과 달리 연약해 자신을 구원할 사랑을 기다리고 있는 캐릭터다. 절망의 순간에서도 자신을 배신할 사랑의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그녀의 처절한 내면은 극단적 상황에서도 절실하게 표현되며 큰 울림을 전해준다. 이를 받쳐주는 김남길의 냉정한 형사 연기도 압권이다. 인간적인 갈등, 나쁜 남자의 표본을 보여주는 모습은 너무나 매력적이며 냉소적 표정과 감성으로 사건을 대면하는 그의 형사 캐릭터는 멜로물의 주인공으로 두기에는 아깝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칸의 여왕'과 '나쁜 남자'의 만남은 결과적으로 최상의 조합으로 완성 되었다.
 
벅성웅, 곽도원 등의 연기파 배우들도 제 몫을 하지만 전작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를 반복한 것 같아 아쉬움을 준다. 야비한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주며 남다른 긴장감을 형성한 민영기를 연기한 김민재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형사물에서 멜로로 넘어오는 과정이 조금 미지근해 긴장감이 떨어진 설정과 모호한 로맨스 때문에 비중 있는 사랑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조금은 아쉽게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무뢰한]은 자신만의 개성과 작품관을 고집하며 특별한 하드보일드 로맨스를 완성했다. 투박하고 애매한 정서를 통해 우리 모두 사랑과 욕망 앞에서는 '무뢰한'들이 될 수밖에 없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무뢰한]은 5월 27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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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상=CGV 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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