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우, 2015]
감독: 데이빗 로버트 미첼
출연: 마이카 먼로, 케어 길크리스트, 올리비아 루카르디, 다니엘 조바토
줄거리
19살 제이는 멋진 남자친구와 근사한 데이트를 한 그 날 이후, 누군가 자신을 따라다닌다는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녀를 더욱 불안에 떨게 한 것은 자신을 따라다니는 존재가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다는 것! 알 수 없는 정체는 언제 어디서나 제이 앞에 나타나 그녀의 일상을 서서히 옥죄어오고, 악몽보다 더한 공포와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성공하는 호러물에는 공포를 불러오는 특유의 개성과 법칙이 있다. [스크림]의 통화후 살인, [나이트메어]의 꿈속의 공포, [컨저링]의 유령들의 행동 등 호러 영화만의 특징적인 법칙은 가늠할 수 없는 공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마련이다. [팔로우]는 한동안 보기 힘든 창의적인 호러 영화만의 법칙을 선보여 2014년 세계 유수의 영화제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영화의 시작, 한 여성이 집에서 뛰쳐나와 무언가에 겁먹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하지만 주변은 평범한 일상 그 자체로 여자가 두려워할 만한 대상은 보이지 않는다. 이웃들도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며 지나가지만, 오직 여자만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녀의 불안 심리를 표현하려는 듯 기분 나쁜 전자 배경음이 시종일관 울려 퍼진다. 그녀는 인적이 드문 먼 곳으로 떠나지만, 그곳에서도 공포는 끝나지 않는다. 관객이 공포의 주체를 확인하게 되는 시점은 주인공이 여자와 같은 상황에 부닥치면서부터다.
[팔로우]는 오프닝을 통해 시각적인 요소가 이 영화의 핵심적 공포가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 영화를 자극적인 영상미가 난무할 작품으로 예상하겠지만, [팔로우]의 시각적 공포는 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문제의 대상은 일반적인 시각에서 볼 때 그다지 무서워 보이지 않지만, 이 대상에 대한 설정, 상징, 등장 음악, 편집이 종합되는 순간 섬뜩한 심리 호러 영화로 완성된다.
영화의 공포는 '죽음을 부르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끝까지 따라온다' 라는 설정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이는 저주처럼 다른 사람에게 전이 될 수 있으며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문제의 존재는 저주받은 대상에게만 보이며 유령처럼 형상화된 요소로 출현해 노인, 중년 여성, 정신병을 앓고 있는 일반인, 사랑하는 주변인 등 수시로 형체를 바꿔가며 오로지 저주의 대상을 향해서만 다가온다. 정체불명의 존재는 뛰지 않고 천천히 걷기만 하지만 대상을 죽일 때까지 끝까지 따라온다.
[팔로우]는 7,80년대 클래식 호러영화가 추구했던 심리적 공포를 유도하는 방식을 도입해 핏방울이 등장하지 않는 섬뜩한 여운의 공포를 추구한다. [할로윈]의 존 카펜터 감독이 추구한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와 [조스] [사이코]의 명장면을 연상케하는 불길한 배경 음악이 그것이다.
무서운 전자 배경음이 등장하며 정체불명의 존재가 외부에서부터 주인공을 향해 걸어온다. 주인공은 벗어나려 하지만 자신만을 응시한 채 천천히 걸어오는 정체불명의 존재 앞에 극한의 공포를 느끼게 된다. 그 공포의 분위기는 공간과 배경을 활용한 영상미, 절묘한 편집, 섬뜩한 음악을 통해 그대로 전해진다.
이처럼 [팔로우]의 공포는 스크린 밖의 관객에게까지 직접적인 체감을 선사하는 데 집중돼있다.
호러 영화 대부분의 사건이 저녁과 밀폐된 공간에서만 벌어지는 것과 달리 [팔로우]의 사건이 발생하는 시간과 공간은 한정돼 있지 않다. 죽음의 위협은 아침, 낮, 저녁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사건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발생한다. 발자국 소리, 열려있는 문과 같은 일상의 풍경이 공포의 복선이기에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방심하지 못하게 만든다.
아날로그와 심리적 정서를 도입시켜 특별한 공포적 분위기를 완성한 설정도 눈에 띈다. 현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낡은 TV가 등장해 고전 SF 영화를 방영하고 오래된 폐가 지역이 자주 등장하는 장면은 현실이 아닌 악몽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듯한 여운을 남긴다. 이유 없이 주인공을 괴롭히는 공포의 실체는 10대에서 20대로 넘어오며 발생하는 성장기의 불안 심리, 인간관계 등 어두운 내면을 부각하고 있어 잠재적인 공포심리를 불러일으킨다.
심리적 요소에 기반을 둔 호러 영화인 탓에 느린 전개, 역동성 없는 편집, 실험적인 화면 구성,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정체 불명 존재와의 대결은 역동적인 전개와 자극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한 근래의 호러 영화와 다소 차이를 줘 보는 이에 따라 지루하게 느껴질 것이다. 또한, 호러 영화의 기본 주체인 강렬한 '악역'의 등장을 기대했다면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 [할로윈]의 마이클, [컨저링]의 애나벨, [오큘러스]의 거울 등) [팔로우]의 공포적 주체들은 그러한 요소들과는 조금 거리가 먼 캐릭터여서 공포의 강도에 편차를 줄 수도 있다.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공포적 기대감을 버리고 감상해야 한다.
[팔로우]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서움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등장한 유령 같은 영화다. 정교하게 계산된 공포, 우리의 일상을 보는 듯한 생생함, 심리적 요소까지 자극하는 불안 심리는 영화가 끝난 이후의 일상에도 잔상처럼 남겨질 것이다. 연쇄 살인마, 유령, 좀비, 괴수가 등장하는 호러물에 질린 영화팬이라면 [팔로우]는 매우 신선한 영화가 될 것이며, 2015년 깊은 인상을 남길 호러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팔로우]는 4월 2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P.S: '정체불명의 존재가 끝까지 따라온다' 라는 [팔로우]의 설정은 데이빗 로버트 미첼 감독이 유년시절 반복해서 꾸던 악몽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잊고 싶은 악몽을 영화의 소재로까지 사용한 걸 보면 담 큰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