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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피] 리뷰: 불량 청소년 로봇의 좌충우돌 혁명기 (★★☆)

15.03.06 16:24

 
 
[채피, 2015]
감독:닐 블롬캠프
출연:휴 잭맨, 샬토 코플리, 시고니 위버, 데브 파텔
 
줄거리
2016년, 매일 300건의 범죄가 폭주하는 요하네스버그. 도시의 치안을 책임지는 세계 최초의 로봇 경찰 ‘스카우트’ 군단을 설계한 로봇 개발자 ‘디온(데브 파텔)’은 폐기된 스카우트 22호에 고도의 인공지능을 탑재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성장하는 로봇 ‘채피’를 탄생시킨다. 한편, 진화하는 로봇에 맞서 인간의 힘으로 로봇을 통제하고 싶은 무기 개발자 ‘빈센트 (휴 잭맨)’는 눈엣가시 ‘채피’를 제거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게 되고,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성장하던 ‘채피’는 어느새 인류를 위협하는 대상으로 몰리게 되는데…

 
 
[채피]의 원작은 닐 블롬캠프 감독이 무명 시절 완성한 단편 영화 [테트라 발] 이며 남아공 도시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로봇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로봇을 통해 남아공 사회의 만연한 문제를 적나라하게 그렸다. 이를 기반으로 장편으로 완성된 [채피]는 전체적으로 [디스트릭트 9]을 연상시킨다. 인종/계급 사회의 문제, 강압적 치안 제도의 문제,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 인간 내면의 폭력성, 과학 기술의 가능성 등 [엘리시움]을 비롯한 두 편의 작품들을 통해 확인된 닐 블롬캠프 만의 개성과 특징이 자연스럽게 축적돼있다.    
 
[채피]는 제작 전 SF 코미디로 알려졌지만, 영화의 메시지를 포함한 분위기는 [디스트릭트 9] 만큼 의미심장하면서도 거칠다. 주 배경은 각종 범죄가 만연한 남아공의 뒷 골목과 슬럼가 지역이며, 각종 화기로 무장한 갱단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스카우트' 라는 치안 로봇이 강력 범죄 현장에 투입된다. 주인공 '채피'는 스카우트 로봇의 한 종류였다. '스카우트 12호'라는 명칭을 지닌 이 로봇은 현장에 투입되면 자주 망가져서 곧장 수리에 맡겨지는 볼품 없는 존재였다. 현장에서 완벽하게 고장 난 이 로봇은 폐기 처분의 단계를 거치다 회사 몰래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려 한 개발자 디온에 의해 구제된다.
 
이로 인해 채피는 인공지능 로봇으로 다시 부활하게 되지만, 지능과 감성은 유아와 다를 바 없다. 새끼 오리가 처음 본 존재를 엄마로 생각하며 따라 다니듯, 채피 또한 제대로 된 로봇이 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가정과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하지만 채피가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사람들은 도시 내 폐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3인조 갱단 무리였다. 그들은 자신들을 위협하는 거대 갱단의 빚을 갚기 위해 큰 한탕을 해야 했고, 채피와 같은 스카우트 로봇을 범죄에 사용하기 위해 디온을 납치하면서 채피를 얻게 된다.
 
등장인물들이 한곳에 모이면서 영화의 전개는 어느 정도 명확했다. 각 분야의 루저들과 함께 지내게 된 인공지능 로봇이 이들과 한 무리가 되어 어우러지는 영화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후 전개되는 영화는 기대와는 다르게 심각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닐 블롬캠프는 자신의 작품에 메시지와 같은 의미 부여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던 것일까? 영화는 채피가 지니고 있는 특징(귀여운 외형, 아이다운 감성)을 오락적인 요소로 사용하기보다는 가혹한 현실과 관련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그로 인해 영상을 통해 재생되는 장면은 거침없는 폭력과 냉혹한 현실에 대한 부각이다. 이는 데뷔작 [디스트릭트 9]의 절차를 그대로 따르려는 듯한 자세였다. [디스트릭트 9]의 비커스가 외계인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통해 남아공과 인간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이야기했듯이 채피는 영락없는 비커스의 로봇 버전이다.
 
 
그러나 [채피]는 [디스트릭트 9]처럼 흥미를 끄는 데 실패했다. [디스트릭트 9]의 암울한 전개가 흥미 있었던 것은 전개 방식이 드라마틱 했기 때문이다. 비커스는 아내를 사랑하고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평범한 남성으로 그가 외계 물질에 감염된 것이 얼마나 가엾은 것인지 부각하며 그를 이용하려는 정부와 기업을 악역으로 만들었다. 괴팍한 설정 속에서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했던 것이다.
 
그에 비해 [채피]는 인간미와 같은 정서적인 요소를 느낄만한 구성 방식과 설정 자체가 부재하다. 채피의 순수한 감성과 특징을 잘 활용해 갱단 일원들과 어울리고 친해질 수 있는 부가적 이야기가 필요했지만, 닐 블롬캠프는 그러한 필수 요소를 간과한 채 곧바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메시지를 던지려 한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는 방향성을 잃고 러닝 타임은 의미 없이 흘러간다. 

악역인 휴 잭맨과 시고니 위버는 카리스마가 너무 강해 채피의 매력적인 요소가 부각되는 것을 허락해 주지 않았다. 이렇게 완성된 주인공 채피는 아무 이유 없이 나쁜 사람들에게 당하고 자연스럽게 불량해지며 끝내 사고를 치는 무의미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외계인 E.T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던 것처럼 그와 같은 친근한 요소가 채피에게 필요했다.
 
[채피]는 이 작품이 닐 블롬캠프 감독의 작품이 맡는지 의구심을  갖게 할 정도로 중심을 잃은 미미한 이야기 전개와 연출력에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그런 아쉬움이 다시 반전되는 시기는 그의 재능과도 같은 액션 장면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액션은 파괴력이 넘치고 로봇에 관한 특별한 애정을 지닌 메카닉적인 시각효과는 현실감 있게 재생된다. 지루했던 영화의 전개는 채피가 액션 스타가 되었을 때 전혀 다른 분위기를 띄게 되었다. 미미했던 전개와 다르게 다소 파격적인 결말 또한 큰 인상을 남기며 기술 사회와 인간성에 대한 메시지 또한 의미심장하게 전달된다. 
 
닐 블롬캠프가 좀 더 휴머니즘 측면의 분위기로 영화를 이끌었다면 후반부 그려진 '채피의 혁명'이 좀 더 통쾌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닐 블롬캠프는 자신의 특징을 잘 알고 그에 맞는 영화를 완성하는 재능있는 연출자지만, 스타일보다는 연출과 이야기에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 봐야 할 시기인 것으로 보인다. 차기작으로 새로운 [에일리언] 영화를 예약한 만큼 이후의 차기작을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채피]는 3월 12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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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PI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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