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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씬] [생활의 발견] 김상경의 허탈한 표정이 담긴 마지막 장면

15.02.13 15:09

 
 
연극 무대에서 이름이 알려지긴 했지만 화려한 영화 데뷔에는 실패한 배우 김경수(김상경). 실의에 빠져 춘천에 있는 선배를 찾아간다. 그런데 선배가 마음에 두고 있던 무용 강사 명숙(예지원)과 덜컥 묘한 관계에 빠져버리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춘천 청평사의 상사뱀과 관련된 전설을 듣게 된다.
 
중국 당나라의 평양 공주가 있었다. 어느 날 평민 출신인 어떤 젊은이가 공주를 사모하다 죽임을 당하게 된다. 젊은이는 죽은 뒤에 뱀으로 환생해 공주의 몸을 휘감고 떨어지질 않는다. 공주는 이곳저곳 절을 찾아 불공을 드리며 다니다가 신라 청평사에와 불공을 드리게 되는데, 청평사의 회전문에 있던 뱀이 벼락을 맞아 죽게 된다. 뱀을 불쌍히 여긴 공주는 상사뱀을 묻어주게 되고 이곳에 삼층석탑을 세우고 돌아갔다.
 
[생활의 발견]속 등장인물들은 이같은 신화속 이야기를 재연한다. 경수가 처음 만난 춘천 여자 명숙은 전설 속의 상사뱀 처럼 그에게 달라붙고 집착한다. 무언가에 끌린 듯 관계를 맺은 경수지만 이같은 명숙의 행동에 부담스러움을 느끼며 떠난다. 그러던 중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선영에게 마음을 뺏기게 되고 이번엔 경수가 상사뱀이 된다.
 
영화의 후반부, 경수와 선영은 마을의 점집에서 자신들의 미래와 관련된 점을 보게 되고, 점집 주인은 그들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이라고 말해준다. 어색한 분위기가 오고 간 가운데 선영은 경수에게 집에서 돈을 갖고 나온다 말하며 집 앞 골목길에서 기다리라고 말한다. 급하게 뛰어가는 선영을 보는 경수의 마음에 불안감이 찾아온다.
 
한참이 되어도 선영은 나오지 않고 순간 하늘이 흐려지며 엄청난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비를 맞으며 기다리던 경수는 선영의 집앞 대문까지 찾아가 기다리려 하지만 끝내 그녀는 나오지 않는다. 결국, 경수는 비를 맞으며 한참을 서성이다 떠나게 된다.
 
 
영화 [생활의 발견]의 백미는 바로 긴 여운을 선사한 마지막 장면에 있었다.  
 
굳게 닫힌 선영의 집 앞 대문은 전설 속 청평사의 대문처럼 엄청난 위압감을 준다.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 끈기있게 달라붙었던 경수는 이 엄청난 위압감에 눌려 갈등하게 되고, 갑자기 치는 번개에 자신이 상사뱀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경수를 연기한 김상경의 짧은 표정은 잠시나마 좋아했던 여자에게 마음을 뺏기다 결국 얻지 못한 남자들의 허탈한 심정을 대변하는 듯 했다. 일상의 공간, 허탈함을 느낀 인간의 심리, 그리고 모티브가 된 전설의 만남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되었고, 이는 '생활의 발견'이 된다. 마지막 장면이 허무함을 의도했지만, 이상하리만큼 강렬하고 긴 여운을 남겼던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홍상수 감독의 섬세하면서도 계산된 듯한 연출력과 남녀의 숨겨진 심리를 공감 있게 표현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는 이같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영화보다 재미있는 가치와 순간이 숨겨진 곳임을 말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담배를 문 채 허탈한 미소를 짓는 영화 포스터 속 김상경의 모습을 좋아했다. 비록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안타깝고 허무하지만, 절망하고 슬퍼하기보다는 짧은 추억이라 생각하며 웃어 넘기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듯 말해주고 있는 모습이 이상하리만큼 큰 공감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생활의 발견]이 의도하고자 한 본 메시지 였을까? 결국, 영화란 개인이 해석하고 느끼기 마련이다.
 

P.S: 지금은 주말드라마의 '문상무'로 더 익숙한 김상경 이지만, 한때 그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홍상수의 페르소나'로 꾸준히 활동했다. 드라마의 코믹 연기를 볼 때마다 홍상수 영화 속 그가 보여준 찌질한 남자의 모습이 계속 연상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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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생활의 발견]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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