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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스나이퍼] 리뷰: 영웅의 인간적 시선 VS 美 패권주의 (★★★)

15.01.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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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스나이퍼, 2015]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브래들리 쿠퍼, 시에나 밀러, 루크 그림스, 제이크 맥더만
 
줄거리
녹색 얼굴의 악마들, 전쟁의 종결자 네이비 실 사이에서도 전설이라 불렸던 남자 ‘크리스 카일’(브래들리 쿠퍼). 총알이 난무하는 전쟁터에서도 군인들이 적을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의 스나이퍼가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은 그에게 관용을 허락하지
않았다. 단 4일간의 허니문, 첫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에도 전쟁터를 떠나지 못한다. 더 이상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아닌 것 같다는 아내의 눈물에도 그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한 명의 전우를 더 살리기 위해 적에게 총구를 겨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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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크리스 카일은 네이비 씰과 미군 역사에 남는 전설적인 저격수다. 공식 160명, 비공식 255명을 사살한 미군 최다 저격기록을 자랑할 정도로 미국의 이라크 전쟁 승리에 크게 이바지한 '전쟁 영웅'이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카일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지닌 냉철한 시각이 더해진 한편의 '영웅 서사시'다. 생생한 전쟁 묘사, 인간적인 자기 고백과 반성 그리고 불편할 수도 있는 미국식 패권주의가 전반에 깔렸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묵직한 메시지와 달리 오락 영화가 갖추어야 할 긴장감과 흥미진진함 모두를 잘 갖추었다. 이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복잡한 교차적 전개를 이어가기보다는 회고록 특유의 순차적인 전개 덕분이다. 보수적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영웅'의 가치관을 배우게 되는 유년기에서부터, 마초적인 남성으로 변모하는 성장기를 담은 이야기는 재치있는 대사와 연기를 통해 흥미롭게 구현된다. 이러한 과정이 카일이라는 '영웅'의 인간성을 부각하기 위함이었다면, 앞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전쟁터의 긴장감을 묘사하는데 집중한다.
 
영화의 전쟁터는 시가전의 묘미를 담은 [블랙 호크 다운] , 이라크 전을 배경으로 한 [허트로커]의 스타일을 합친것과 같다. 특히 저격병이라는 특수병의 시선에서 정의된 전쟁의 묘사가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다.
 
이라크의 도심을 배경으로 어느 골목길과 건물에서 적이 공격할지 모르는 예측 불허의 상황에 노인, 여자, 어린이와 같은 평범한 시민들마저 언제든지 폭탄을 않고 공격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주인공 크리스 카일은 그러한 위험을 조기에 방지하는 임무를 맡은 저격수다. 그는 가장 높은 건물에 올라가 모든 전투 상황을 지켜보며, 사정거리 내에 있는 모든 적을 뛰어난 저격 실력으로 처리한다. 신중함을 요구하는 저격인 만큼 목표물을 유심하게 지켜보며 처리하는 과정이 긴장감 있게 그려져 콘솔, 온라인 밀리터리 게임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서부 영화 식 '1 VS 1' 대결 구도를 도입한 방식도 흥미롭다. 크리스 카일의 라이벌은 적진에 있는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의 저격수 무스타파로 수많은 미군의 목숨을 빼앗으며 악명을 떨치자, 카일의 주 목표 대상이 된다. 영화속 전투의 시작과 끝이 '카일 VS 무스타파'의 대결 구도로 이어져 매순간 긴장감을 높여준다.
 
전쟁의 긴장감만큼 참상을 이야기하는 것도 남다르다.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들의 피해가 비중 있게 그려지지만,영화가 다루는 참상은 오랜 시간 전투 현장에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 집행한 군인이 느껴야 하는 '내면의 상처'다. 높은 위치에서 동료들과 적들의 죽음을 지켜보고, 여자, 어린이와 같은 약자들이 테러범으로 돌변해 직접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카일은 심리적 갈등을 느끼게 되고 살인에 무감각해지게 된다. 휴가를 통해 집에서 안식을 찾으려 했지만 전쟁의 긴장감과 공포가 현실마저 옥죄고 있다. 그를 맞이한 아내(시에나 밀러)와 가족들은 변해버린 그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다.
 
과거 서부 영화 부흥 시기에 마초적인 카리스마를 풍겼던 액션스타 출신의 클린튼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감독 작품에서부터 마초남들의 나약한 내면에 과해 이야기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전쟁 영웅'으로 대변된 크리스 카일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부각해 '강함'이라는 외형에 가려진 마초들의 슬픈 내면과 인간성에 관해 이야기하며 전쟁이 가져다준 보이지 않는 참상을 언급한다.
 
크리스 카일의 '영웅'적 초상은 후반부로 들어와 서서히 해체된다. 동료들의 재활을 도우며 전쟁의 아픔을 치유하려는 모습과 '영웅'이라는 타이틀로 인해 겪게 되는 아이러니한 대가는 승자만이 지닌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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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클린튼 이스트우드 감독은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주의자다. 2008년작 [그란토리노]는 보수의 입장을 대변한 대표적인 영화로 정의될 정도다. 이라크전으로 선과 악이 모호해진 상황에서 클린튼 이스트우드는 영화를 통해 악은 확실히 규정해야 하며, 옳은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미국의 힘이 담긴 메시지를 은연중에 드러낸다. [그란토리노]의 그러한 주장은 노인과 아시아계 소년의 우정이라는 주제에 어느 정도 녹아내려 져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노골적인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세계평화)의 메시지를 드러낸다.
 
이전의 이라크전 소재의 영화들이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경멸과 모호함을 이야기하며 전쟁의 책임은 미국에도 있다는 결론을 내며 반전을 주장했던 것과 달리,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그러한 개념을 추상적이라 치부한다. 전쟁터의 테러범들은 악이며 미국은 그 악을 섬멸해야 하는 의무를 가졌다. 그것이 노인, 여자, 아이건 위협 대상이라면 제거해야 한다. 영화 초반 카일의 아버지가 말하는 양, 늑대, 늑대로부터 양을 보호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그러한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카일이 '영웅'으로 대변될 수 있었던 것은 최악의 난관 속에서도 이러한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동료들이 장기간의 전투로 전쟁의 의미에 모호한 입장을 드러낼 때마다 카일은 "자랑스러운 조국을 위한 전쟁" 이라며 자신들이 싸워야 하는 이유를 상기시켜주는 식이다. 지나친 애국적 시각과 전쟁터에서의 현실을 고집하며, 반대적 시각이 무시되는 듯한 영화의 의도가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이 영화의 함축적인 메시지나 상징적인 대사들도 지나치게 그러한 의도에 초점을 맞춘 것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크리스 카일의 정의는 어떤 면에서는 미국 패권주의적 시선이지만, 달리 본다면 전쟁터의 군인만이 지닐 수 있는 특별한 신념일 수도 있다. 영화속 그가 전쟁터와 현실 세계의 차이에 분개한 것처럼, 진짜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지 못했던 우리가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할 밖에 없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거친 전쟁터에 살아남은 한 영웅과 연륜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우친 노 감독이 정의한 진짜 세상에 대해 냉철한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영화라 생각하며 감상해야 할 것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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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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