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영화 관련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들에게도 [나홀로 집에]류의 영화들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것도 이젠 힘겹다.
물론 크리스마스는 즐겁고 행복한 의미가 담긴 하루라지만 때로는 그 행복한 시기에 공감할 수 없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모두가 쉬고 있고 함께 있지만, 누군가는 일하고, 외롭게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슬플 때는 슬픈 노래를 부르며 잊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짜증 나고 외로우면 그에 맞는 영화를 보며 잊어버리는 게 더 좋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행복하고 즐거운 기분만 강요하는 성탄 영화에 의해 빛을 보지 못한 이색적인 성탄 영화들을 돌아보고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크리스마스에도 죽도록 일하는 당신을 위한 [다이하드 1,2]
[다이하드] 1,2편이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화끈한 액션을 펼쳐서 선정한 것은 절대 아니다.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 형사가 맨발 차림으로 온몸을 구르고 싸우는 모습은 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날에 죽도록 일해야(?)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공감을 불러온다. 존 맥클레인이 총을 피하며 푸념을 던지고 욕하고 한 방 먹일때 마다 통쾌한 기분이 절로 든다. 오랜만에 잊고 지낸 크리스마스 배경 액션영화 [다이하드]를 보며 1년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으면 한다. 그리고 다 함께 "Yipee-Ki-Yay Motherfu**er" 라고 외치길…
외로운 영웅의 외로운 크리스마스 [배트맨 2]
[배트맨 2]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시기에 사건이 벌어지다 크리스마스날 끝난다. 영화의 처음부터 외롭게 소파에 앉아있던 브루스 웨인(마이클 키튼)은 마지막에도 혼자다. 잠시나마 같은 처지라 생각했던 '캣 우먼' 셀레나 카일(미셀 파이퍼)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지만, 그녀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날, 그녀가 남긴 고양이 한 마리를 쓸쓸히 않은 채 차 안에서 알프레드와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에는 외로움과 공허함이 느껴진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또 다시 세상에 버림받은 악당 펭귄맨(대니 트 비토), 상사에게 배신당한 캣 우먼 등 영화속 악당에서부터 영웅까지 모두 외로운 존재들이다. 팀 버튼 특유의 영상, 세트의 진수, 대니 앨프먼의 음악 등 모든 것이 매력적이지만 이러한 외로움의 여운은 [배트맨 2]만의 특별한 정서를 만들었다. 크리스마스 외로운 당신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배트맨' 브루스 웨인을 만나보자.
귀엽고 무서운 추억의 영화 [그렘린]
[그렘린]은 공포영화다. 그래서 더욱 기분을 꿀꿀하게 만들 수 있지만, 기즈모의 귀여운 외형만 보더라도 이 기분 나쁜 순간들이 다 용서되지 않을까? 조그맣고 귀여운 괴수 한 마리에 의해 시작된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다 함께 즐겨보자.
욕하는 주정뱅이 도둑 산타클로스 [나쁜산타]
이름 그대로 크리스마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나쁜 영화다. 산타클로스와 요정으로 분장한 채 전국의 대형 쇼핑몰을 돌며 '한탕'을 노리는 2인조 도둑들의 이야기를 그린 [나쁜 산타]는 시종일관 욕설과 성적인 유머가 난무한다. 술, 담배를 즐기며 여자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빌리 밥 손튼의 '산타'는 그야말로 '나쁜 놈'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철저히 파괴하는 장면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왕따 순수 소년을 등장시켜 크리스마스 여운을 어느 정도 남겨준다. '99%의 동심파괴'와 '1%의 여운' 탓인지 크리스마스가 올 때마다 생각나는 코미디 영화다.
크리스마스는 약쟁이 친구들과 함께 [고]
헐리웃 흥행 감독 반열에 오른 더그 라이먼을 지금의 자리로 오게 한 초기작 중 [고] 라는 영화가 있다. 그의 대표작 [본 아이덴티티] [미스터&미세스 스미스]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떠올려 본다면 이 영화는 그와는 너무나 다른 작품이다. 마약, 총, 욕설이 난무하지만 그럼에도 너무 유쾌하고 재미있다. 크리스마스에 발견된 마약으로 인해 얽히고설킨 인물들이 벌이는 소동을 그린 작품으로 예상치 못한 반전도 덤이다. 무수히 많은 마약 이야기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크리스마스에는 모든게 용서된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는 나이를 먹은 윌리암 피츠너, 케이티 홈즈, 사라 폴리, 티모시 올리펀트의 풋풋한 시절을 보는 것도 큰 재미다.
크리스마스 호러 영화들
다음에 소개할 작품들은 크리스마스의 의미와 상징을 철저히 파괴해줄 호러 영화다. '산타' '눈사람'이 공포의 대상이며, 예상치 못한 핏빛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조금은 독특한 크리스마스 소재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며, 그럼에도 모두에게 평화로운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기원하며…
1.산타클로스가 좀비? [산타를 보내 드립니다]
제16회 부천 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 초청된 화제 작중 하나인 [산타를 보내 드립니다]는 호러, 코미디가 적절하게 섞인 좀비 영화다. 산타클로스들이 좀비가 된 채로 나타나 마을을 습격하면서부터 주민들과 산타 좀비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된다. 예상외로 재미있고 또한 무서워서 [나쁜 산타] 못지 않은 엄청난 동심을 파괴한다. 해외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도 88%의 신선도를 자랑할 정도로 괜찮은 완성도를 지닌 크리스마스 호러 영화다.
2.산타가 미쳤다 [산타슬레이]
산타클로스를 잔혹한 살인마로 만든 슬레셔 호러영화. 사실 산타는 악마의 아들이며 천사와 한 내기에서 진 후 천년 동안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착한 산타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약속된 벌칙 시간이 지나자 산타클로스는 그간의 굴욕에 대한 복수로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한다는 내용. 호불호가 있는 영화지만,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산타의 모습이 꽤 충격적이다.
3.헉! 이 여배우가 나오다니… [블랙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날 여대생 기숙사들을 죽이는 살인마와 그에 맞선 여대생의 이야기를 그린 호러 영화. 원작은 1974년 영화이며, 2006년 다시 리메이크 되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인상을 남긴 영화는 원작인 1974년 작품.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한 당대 최고의 미녀 올리비아 핫세가 출연했기 때문이다. 가녀린 그녀의 출연 덕분에 무서운 호러영화도 따뜻한 영화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