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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씬] [플란다스의 개] 아파트서 벌어지는 필사의 추격전

14.12.22 17:31

 
조용한 아파트, 백수와 다를 바 없는 대학교 시간강사 윤주(이성재)는 되는 일이 없고 집에서는 경제권을 쥔 임신한 마누라의 바가지에 당하기 일쑤다. 이런 와중에 아파트 단지에 울려 퍼지는 개소리는 그를 더욱 짜증나게 만든다. 어느날  윤주는 개소리의 진원지가 동네 할머니의 치와와란 사실을 알게 되고, 개를 납치해 아파트 옥상에 던진다. 아파트 관리실의 경리 직원인 현남(배두나)은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지는 '강아지 연쇄 실종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리저리 범인을 찾고 있다 맞은편 아파트 옥상에서 윤주의 행동을 목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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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가 치와와를 옥상에 추락시키는 장면은 단순한 강아지 실종 사건이 '대사건'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순간이다. 일상적인 화면에서 느닷없이 벌어진 장면인 탓에 충격의 여파 또한 크다. 이후 벌어지는 아파트 추격전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명장면을 완성한다.
 
윤주를 잡기 위해 건너편 아파트서 넘어온 현남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주머니들의 엘리베이터에 내린 후 계단으로 대피하고 있는 윤주를 발견하고 뒤쫓게 된다. 엘리베이터로 인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공간이 된 계단은 추격자와 범인이 서로의 존재를 가늠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아파트 계단에서 시작된 추격전은 난잡한 연주 음악과 함께 역동성 있는 카메라 워킹으로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화면은 윤주와 현남의 등 뒤를 쫓아가듯이 뛰어다니고, 아파트 전체를 빛추며 복도에서 뛰어다니는 두 주인공을 담아낸다. 노란 후드티를 입은 현남과 빨간티를 입은 윤주의 의상으로 표현된 색의 대비는 '정의'와 '불의'를 상징하는 동시에 복도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긴박한 편집, 다양한 화면 구도, 의미심장한 상징을 담은 주인공들이 함께 어우러진 추격전은 예상치 못한 허무한 설정과 만나며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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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와 현남, 두 인물 모두 보잘것없는 일상을 살아가지만, 이들이 일상에서 추구하려는 길 만큼은 달랐다. 현실의 비겁함과 타협하면서까지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윤주, 이에 굴하지 않고 착한 심성을 지키며 '강아지 실종'과 같은 조그만 불의를 무시하지 않으려는 현남은 이 세상의 마지막 순수함과 정의를 상징한다. 처음 의도치 않게 잠시나마 대립했던 두 인물은 '진범'을 잡기 위해 협력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일상의 부조리한 현실들과 마주하게 된다. [플란다스의 개]의 핵심적인 이야기는 평범한 사건이 불러온 한편의 우화이자 거대한 풍자였다.
 
추격전을 통해 그려진 영화적 장치와 상징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되 [플란다스의 개]를 한국 영화사에 길 이남을 풍자 코미디로 완성한다. 무엇보다 봉준호라는 천재 감독의 등장을 알렸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가치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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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플란다스의 개] DVD 장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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