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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시'로 보는 세기의 음모론

12.07.0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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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이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의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때, 배후에 거대한 권력조직이나 비밀스런 단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듣기 힘든 격동기나 혼란스러운 시기에 이러한 음모론들이 많이 유포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근원이 명확하지 않은 음모론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제약회사를 둘러싸고 퍼진 가장 대표적인 음모론은 2009년 부터 시작된 '신종플루' 확산에 대한 것이었다.



제약회사의 '신종플루'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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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 확신할 수 는 없지만 신종플루가 선진국 제약회사들의
이익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


이렇게 신종플루 음모론은 '인도네시아 보건장관'의 입을 통해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세계 최대 제약회사인 Baxter와 WHO를 용의자로 지목하며, '신종플루 창궐 → WHO의 대유행 선언 → Baxter의 백신 독점 개발권 확보 → 대유행시 Baxter의 공급 계약 체결' 수순이 딱딱 맞아 떨어져 계획된 시나리오처럼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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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타미플루를 생산, 판매하는 '로슈(Roche)'사의 압박으로 신종플루의 공포가 과장됐다는 설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인위적으로 신종플루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리고 막대한 이익을 얻기 위해 '로슈(Roche)'사는 신종플루의 공포를 과장되게 확산시켜 사람들이 타미플루를 사제기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위의 '신종플루 음모론'은 무성한 의문점을 남긴 채 진위 확인은 되지 않았다. 이런 각종 불안을 조성하는 불확실한 음모론이 빠르게 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음모론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것은 아마도 인간의 심리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음모론'에 열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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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심리는 소문을 공유 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이 소문이 불안을 조성하는 것이라면 그 불안을 함께 나눔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안정을 찾게 된다. 이런 이유로 불안을 조성하는 '음모론'은 빠른 속도로 퍼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인간이 '음모론'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그럴듯한 비밀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 비밀을 밝혀내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가 작용해 '음모론'의 비밀을 더 논리 있게 더 사실처럼 보이게 그 증거를 찾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음모론'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어 왔다. 영화 속 이런 소재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관객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음모론'을 다룬 영화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볼까?



제약회사의 '음모론'을 다룬 <연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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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 탐욕을 부추기는 정체불명의 기생충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게 절망에 이르는 길인지도 모르고 도덕도 양심도 정의도 팽개친 채 부귀영화를 갈구하며 달려드는 우리의 모습들. 그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방향이 잡히자 멈춤 없이 한달음에 엔딩에 도달할 수 있었다."  - 박정우 감독

'연가시'라는 기생충을 소재로 한 영화 <연가시>는 '한국 최초 감염 재난 영화'다. 2009년 곱등이와 함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기생충 연가시는 곱등이같은 곤충을 숙주로 삼아 기생하다가 곱등이를 터트려 죽이게 되면 연가시가 사방으로 튀어나와 그때 사람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 감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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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연가시는 물을 통해 곤충의 몸 속에 들어가 산란기가 되면 숙주의 뇌를 조종해 물 속에 뛰어들게 만들어 자살에 이르게 한다. 영화 <연가시>는 이런 특징을 적용해 인간의 뇌까지 조종하는 '변종 연가시'가 나타났다는 소재로 이야기는 전개 된다. 다소 허무맹랑 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영화 <연가시>에는 '제약회사의 음모론'이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추가적으로 보여주며, 공포감을 조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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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숨겨져 있는 제약회사의 음모론은 마치 신종플루가 창궐했던 2009년을 떠올리게 한다. 신종플루에 꼭 필요한 약 타미플루의 품귀현상과, 영화 속에서 기생충 감염의 유일한 치료제로 사용되는 조아제약의 '윈다졸'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공통점을 발견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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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영화 <연가시>에 등장하는 조아제약의 '윈다졸'은 실제 존재하는 제약회사의 구충제이다.  아마도 감독은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실제로 존재하는 '조아제약'이란 이름을 따온 듯 하다. 그 이유가 아니라면 이것도 조아제약의 음모가 있었던 것일까? 이 부분은 그냥 농담으로 넘어가기로 하자.


<연가시>처럼 제약회사의 '음모론' 말고도 또 다른 '음모론'을 다룬 영화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 영화 속 '음모론'들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지구 종말론'을 소재로 한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 2012년>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는 지구 종말론. 이에 대한 신빙성을 지닌 많은 예언들과 증거들이 나오면서 '2012년 종말론'은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2012년 지구 종말론의 근거로 '노스트라다무스'의  그림 예언서와 'WEB.BOT'이라는 컴퓨터 시스템 예언 등에서 거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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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예언가로 불리는 '노스트라다무스'는 자신의 죽음뿐 아니라 프랑스 혁명, 나폴레옹의 등장 등 역사에 남을 만한 사건들을 예언해 그 신뢰도를 높였다. 이런 그가 2012년 지구가 멸망한다는 예언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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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WEB.BOT'이라는 컴퓨터 예언 프로젝트에서 지구 종말설이 거론되었는데, 이 프로젝트는 인터넷 상의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원래 주가를 분석하기 위해 만들어 졌는데 여기서 나온 예측이 60일, 90일, 미국, 테러, 변혁이었다. 이 예측은 놀랍게도 2001년 9월 11일 미국 쌍둥이 빌딩 테러를 예견한 데이터였다.

이를 바탕으로 좀 더 먼 미래를 'WEB.BOT'으로 예측한 결과 태양의 뜨거움, 자외선, 멸망, 지구, 2012년 등의 키워드를 분석해 냈고, 2012년 이후의 데이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며 거기서 분석을 멈췄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예측팀은 2012년 지구 종말이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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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지구 종말론이 이슈화 되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 2012>가 제작 되었고, 종말론이라는 구미가 당기는 소문의 소문을 타고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 2012> 또한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이처럼 이슈화 된 '음모론'을 등에 업고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제작된 <지구가 멈추는 날 2012>의 전략 또한 훌륭했다고 볼 수 있다.



음모론이 끊이지 않는 '9.11 테러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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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발생한 세계 무역 센터 테러 사건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힘없이 무너진 빌딩의 어마어마한 잔해 속에서 희생된 3,500여 명의 사망자를 낳은 이 사건에서 미심쩍은 부분들이 유난히도 많았기에 미국의 자작극 테러라는 '음모론'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다.


근거1. 세계 무역 센터 쌍둥이 빌딩은 항공기 충돌로 붕괴 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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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설치해둔 폭약에 의해 순서대로 기둥이 폭발하면서 빌딩이 붕괴되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촬영된 동영상만 봐도 건물 중간 중간 작은 폭발들이 먼저 일어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건물에 투입 된 소방관들 역시 빌딩 내부에서 연속적인 폭발음을 들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근거2. 세계 무역 센터 빌딩에 충돌한 비행기에 실제 탑승한 사람은 없었다. 원격 조정을 이용한 항공기였고, 과거 쿠바 침공에서 밝혀진 것처럼 비행기를 이용한 테러 자작극은 미국 정보국 CIA가 자주 쓰는 수법이다.

근거3. 세계 무역 센터 빌딩에는 4천명에 달하는 유태인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9.11 테러 당일 그들 대부분이 출근하지 않아 화를 면했다. 사전에 유태인들에게 테러 공격을 알리고 출근하지 말 것을 지시한 배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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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의 9.11테러에 대한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많이 존재했다. 이러한 음모론적 시각으로 만들어진 다큐형식의 영화가 <화씨 9/11>이다. 전문가들의 증언과 당시 상황을 사실성 있게 재현하며 이날의 테러에 대한 진실을 밝힐 것을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말하고 있다. 여담으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말하자면,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9.11 테러를 예언하는 장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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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에 개봉한 <매트릭스> 제작진이 9.11 테러를 미리 알고 있었다. 이 '매트릭스 9.11 음모론'의 출발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한 요원이 '키아누 리브스'를 취조하면서 그의 여권을 뒤적이는 장면부터 시작되었다. 장면 속 여권에는 실제 테러가 발생했던 2001년 9월 11일이 명시되어 있었던 것! 이 날짜는 여권의 만기일로 영화 속 여권은 9월 11일 수명을 다하게 되었고, 실제로 이 날 테러로 인해 많은 이들이 희생된 날짜이다. 우연치고는 너무나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다.

영화 속 세기의 '음모론'은 실제로 우리의 불확실한 미래를 투영하며,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심을 자극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음모론'을 즐기는 동시에 우리의 두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아닐까?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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