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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재자] 기자 간담회, 박해일 다단계 경험 있었다?

14.10.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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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나의 독재자]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성황리에 끝났다. 영화를 보고 많은 의문이 들었다. 정치적인 부분과 다소 우스운 연기 수업 장면, 독특한 이야기의 배경 그리고 나이차가 별로 심하지 않은 설경구, 박해일의 부자(父子) 연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그리고 간담회 도중 나왔던 박해일의 충격(?) 과거…그 자세한 궁금증은 시사회후 있었던 기자간담회를 통해 확인할수 있다.
 
Q1.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다. 정권이 교체되었는데 어떻게 중앙정보부에 있던 사람이 장관이 될 수 있는지, 리얼리티에 대한 설명을 부탁 드린다.
 
이해준 감독
제가 설정한 시대적 배경은 94년이고, 정권 교체를 이야기하는 시점은 97년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특정인을 지칭해서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다. 역사적 최소한의 팩트만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당시의 특정 인물을 묘사한 것은 아니었다.
 
Q2. 설경구 씨는 [박하사탕]의 연기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리얼리티와 몰입을 주신 것 같다. 리어왕의 독백 대사를 하실 때에는 영화인지 연극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리어왕과 [나의 독재자]의 연관성이나 몰입하기 위해 연극적 대사, 노력들이 있으신가?
 
설경구
리어왕과 [나의 독재자]의 연관성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 때문에 망신당한 아들을 위해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것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 성근을 지켜보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에게 유일한 관객은 아들 태식이었다. 예전에 아들에게 망신을 주었던 그 대사를 다시 자랑스럽고 멋있게 아들 앞에서 해주고 싶었던 아버지 성근의 모습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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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윤제문 씨는 [뿌리깊은 나무] [더 킹 투 하츠]에 이어 또 악역을 맡게 되셨는데, 이 배역을 악역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아니면 거대한 연극의 제작자라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하다.
 
윤제문
악역을 하면서 스스로 악역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다. 그저 그 인물에 충실했다. 오계장 역시 그 시대에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고 열심히 살았던 인물이다. 관객들이 보기에는 악역이고, 제가 악역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런 역할이 많이 들어온다. 저도 아버지 역도 해보고 싶다. 생긴 게 이렇다 보니 악역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
 
Q4. 이해준 감독님은 전작에 이어 독특한 소재를 선택하시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해준
소재를 선택하는 데에 의도적으로 신선하고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나의 독재자]는 신문 기사를 보고 정상회담을 하기 전에 대역과 함께 리허설을 했다는 팩트에서 시작한 이야기라서 현실적이면서도 현실 같지 않은 독특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그 기사를 보며 시작된 이야기다.
 
Q5. 설경구 씨는 극 중에서 자장면을 먹는 장면이 많이 나왔는데, 혹시 그 장면을 찍으시면서 힘들거나 어렵지는 않으셨는지 궁금하다.
 
설경구
자장면은 지금도 좋아한다.(웃음) 현장에서 먹는 자장면은 급조해서 만든 것이고, 다 불어서 맛은 없다. 열심히 살을 찌운다는 설정에 맞추기 위해 열심히 먹었다.
 
Q6. 모든 배우 분들이 이 작품을 통해 아버지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있으시면 말씀 부탁 드린다.
 
설경구
아버지가 지금은 힘이 많이 빠져있다. 저희 세대는 아버지와 거리가 많이 있다. 어려워했고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는 못한다. 몇 년 전에 아버지께서 저에게 전화해서 느닷없이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대학도 용돈 받으면서 편하게 다녔는데 아버지는 해준 것이 없다고 미안하다 말씀하시더라. 저에게는 그 말이 아프게 느껴져서 오래 기억에 남는 말이다.
 
박해일
영화가 끝나고 실제로 저희 아버지가 암 판정을 받으셨다. 영화인지 현실인지 잠깐 헷갈린 시점이었다. 그 때 수술을 받으시고 난 후 뒷모습이 많이 야위셨었다. 그 때 그 모습을 보는데 기분이 묘했다. 지금은 다행히도 회복을 잘 하셨고, 영화가 개봉하면 이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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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영
오늘 비도 많이 오고 쌀쌀한 날씨인데, 항상 제가 아버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냄새와 감촉이 있다. 영화를 보고 나니 그 냄새와 감촉이 느껴졌다. 제가 어렸을 때 집에서 잘 준비를 하고 있으면 퇴근하신 아버지의 양복에서 차가운 바깥의 기운이 남아있었다. 달려가서 아버지께 안기면 항상 느껴지던 그 차가운 감촉과 냄새가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다시 생각이 났다.
 
이병준
저희 아버지는 환갑을 앞두고 제가 광양에서 공연을 하던 중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아마 저희 세대면 다들 아실 것 같다. 강해야 하고,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되고, 그 속에서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철저히 자신의 직분을 지켜야 한다. 저는 그 강인한 아버지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Q7. 박해일 씨가 처음에 다단계를 강의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혹시 이 장면을 위해 따로 준비를 하신게 있으신가?
 
박해일
한 18년 전에 다단계 경험이 있다.(웃음)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려서 연기에 녹여보려고 했다. 자석요를 판매하는 것이었는데, 하나도 못 팔았던 기억이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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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이번 작품은 1972년, 1994년이라는 과거를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 두 작품과 달리 현재와 다른 시대를 그리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특별히 준비하셨던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또 이병준 씨가 역할에 깊게 몰입하는 연기를 가르치는 장면이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과 관계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해준
이 이야기를 구상하면서 두 가지의 생각을 했다. 하나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었고, 두 번째는 배우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70년대, 90년대를 표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찍은 것은 아니다. 70년대 고증보다 그 당시에 살았던 아버지와 94년의 아버지가 되기까지 겪어왔던 시간의 무게감을 더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간을 묵묵히 담고 있는 집에 대한 질감이나 특수분장이 제게 더 중요했다. 그리고 배우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은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비롯한 것이다. 영화 연출을 하면서 늘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작업을 하는데, 늘 곁에 있는 존재이지만 한 번도 배우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배우들을 더 이해하게 되었고, 배우들에게 굉장히 자세히 물어가며 작업을 했다.
 
Q9. 이 영화가 극 중 배역에 너무 몰입해서 일상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인데, 실제로 배우 분들이 이런 경험이 있는지, 자신이 어떤 아버지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설경구
저는 [박하사탕] 때 그랬다. 경험도 많이 없었고, 현장이 어렵다고 생각했고, 모든 게 처음이었다. 영화에서 나오는 의상을 입고 6개월 정도 일상생활을 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역할에 몰입해서 못 빠져 나왔던 것이었다. 인터뷰를 하다가 울기도 했다. 개봉하고 많은 시선을 받아서 좋았지만 이후에 모든 영화와 비교가 되면서 힘들기도 했다.
 
박해일
저는 촬영이 끝나면 잘 빠져 나오는 배우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 문득 과거에 찍었던 영화가 생각이 나면서 그 감정에 다시 몰입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집에서는 형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하면서 무섭다가도 엉터리 같은 아버지이다.
 
류혜영
어느 순간 제가 너무 태식을 사랑하게 되어 버렸다. 그래서 촬영 중간에 감독님이 미웠다. 대본에 태식이가 여정의 손 한 번 잡아주지 않고, 잘했다는 칭찬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촬영하면서 감독님을 혼자 조금 미워하기도 했다. (웃음)아마 그게 제 나름대로 그 역할에 많이 몰입해서 생긴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윤제문
저는 딱히 역할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아내는 애 하나 더 키우는 것 같다고 하더라. 철 없고 아이 같은 아버지인 것 같다.(웃음)
 
이병준
일반적으로 연극 배우들이 석 달 전부터 성격분석을 한다. 걸음걸이, 습관 등을 연구하는 과정을 다 거치기 때문에 끝나고 나면 마약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 왜 내가 더 잘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 정도로 작품에 대한 것은 오래 남는다. 저는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린 작품인 [공부의 신] 속의 영어 대사를 아직도 외우고 있다. 집에서는 딸과 남자친구처럼 지내는 아버지이다.
 
Q10. 설경구 씨는 극 중에서 인간미 넘치는 아버지, 연기를 못하는 배우, 김일성의 대역이 되는 모습 등 여러 모습이 나오는데, 연기하면서 내면적으로 힘들었던 점은 없으셨는지 궁금하다.
 
설경구
저는 즐겁고 재미있게 작업했다. 특히 아들 역인 박해일 씨가 정말 편하게 만들어줬다. 박해일 씨가 <은교>로 특수분장을 겪어봐서 저에 대한 배려와 생각이 깊었다. 그 과정을 거치는 상대 배우의 심리를 잘 알고 있어서 저는 너무 편하게 작업했다. 사실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힘들어서 감독님을 많이 괴롭혔다. 제가 현장에서 의지할 곳은 감독님 밖에 없었다. 그만큼 많이 의지했고 감독님에게 답을 구했던 것 같다.
 
Q11. 이병준 씨는 자장면을 가지고 연기를 가르치시는데, 자장면 하나에 분노를 담아 연기하는 것이 실제로도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병준
요즘은 연기 패턴이 많이 바뀌었는데, 제가 연기를 배우던 당시만 해도, 스타니슬랍스키의 배우 수업에 관한 내용으로 많이 공부했다. 상상력 훈련, 만약 내가 누구라면? 이라는 주제로 연기 작업을 많이 했다. 자장면이 아니더라도 심지어 바퀴벌레라도 충분히 가능하다.(웃음) 감정에 동화되면서 할 수 있는 연기를 배웠다. 저보다는 설경구 배우가 워낙 탁월하게 잘 해줘서 그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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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2. 설경구 씨와 박해일 씨는 아주 멋진 부자 관계를 연기해주셨는데, 실제 나이 차이는 얼마 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몰입이 어렵지는 않으셨는지 궁금하다.
 
설경구
주변 분들의 우려와는 달리 저는 전혀 어렵다고 느끼지 않았다. 박해일 씨를 보면 아들 같은 느낌이 난다. 박해일이 아닌 다른 배우였으면 조금 어려움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려움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를 한 적이 없을 정도로 박해일이어서 수월했던 작업이었고, 지금도 감사하다.
 
박해일
선배님을 만나 작품을 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전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지 않았다. 설경구 선배님이 저희 아버지와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외적인 것일 수도 있고, 일부분일 수도 있는데 그 부분이 긍정적으로 다가오니 아버지처럼 믿고 따를 수 있었다.
 
Q13. 설경구 씨는 김일성 연기를 하시면서 에피소드나 연구 과정 등이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린다.
 
설경구
김일성 대역 역할이라는 점이 재미있었다. 준비 과정은 손동작 연습을 많이 했었는데, 막상 하다 보니 그게 필요가 없었다. 극 중 같은 극단 배우로 함께 포스터를 붙이는 이준혁 씨가 마임을 많이 도와주었다. 김일성에 관한 동영상을 반복해서 봤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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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필 기자 (보도자료/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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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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