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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신의 손] 리뷰: 전작과 선을 그은 매력적인 '낭만 타짜'의 출현

14.08.2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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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신의 손,2014]
감독:강형철
출연:최승현, 신세경, 곽도원, 이하늬
 
줄거리
삼촌 '고니'를 닮아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손재주와 승부욕을 보이던 '대길'(최승현 분)은 고향을 떠나 서울 강남의 하우스에서 ‘타짜’로 화려하게 데뷔하지만,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우연히 '고니'의 파트너였던 '고광렬'(유해진 분)을 만난다. '고광렬'과 함께 전국을 유랑하던 ‘대길’은
절대 악의 사채업자 '장동식'(곽도원 분)은 물론, 전설의 타짜 '아귀'(김윤석 분)까지 '타짜'들과 목숨줄이 오가는 한 판 승부를 벌이는데…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는 충분히 장기적인 시리즈가 가능한 소재다. 원작이 여러 번의 시리즈로 등장하며 도박판의 긴박감과 강렬한 메시지를 다양하게 선사했던 만큼 [타짜]는 그 시리즈만의 매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2006년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타짜]는 그러한 원작의 장점을 스크린에 성공적으로 옮긴 모범사례였다. 하지만 전작이 너무 강해서였을까? 비록 2편이 허 화백의 동명의 원작으로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한들 전작과 다른 제작, 출연진들의 참여는 2편에 대한 기대감을 불안하게 했다. 제아무리 전작 [과속스캔들] [써니]를 통해 뛰어난 스토리텔러의 재능을 발휘했던 강형철 감독이라 한들 '형보다 못한 아우없다'는 불문율을 깨기란 쉽지 않다. 전작과의 연결성을 지닌다면 비교 대상이 되기 뻔하며, 새롭게 나간다면 전작과의 연결고리 부재로 혼란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시리즈에 새롭게 참여하는 배우들도 전작만큼의 개성 있는 캐릭터를 선보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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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신의 손](이하:타짜 2)의 시작은 1편과의 연계로 시작된다. '고니'의 조카였던 초등학생 '대길'(최승현)은 삼촌이 지녔던 남다른 재능을 이어받아 어린 시절(?)부터 도박판을 장악한다. 청년 시절에도 대길은 도박을 통해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첫 사랑 미나(신세경)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행운이 지속하리라 생각했던 도박판은 대길에게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하는 살얼음판 인생을 선사한다.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와 전개방식은 1편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타짜 2]는 전편의 특성과는 확실한 선을 그으려 한다. 1편이 어두운 배경과 영상미를 활용해 도박판의 암흑을 이야기했던 것과 달리 2편은 시종일관 유쾌한 유머 그리고 화려한 편집과 영상미로 도박판의 명암을 표현하며 이번 시리즈만의 독보적인 개성을 구축한다. 이는 전작인 [과속스캔들] [써니]에서 유머 적 상황과 재치있는 대사로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던 강형철 감독의 장점이 녹아 내린 부분이다. 이야기 또한 역동적으로 진행되고 캐릭터의 특징은 한층 강조된다. [써니]의 영상미와 캐릭터가 [타짜]와 만난듯한 분위기는 1편과 차별화된 길을 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한 시도는 초반에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전작이 보여주었던 도박판의 분위기와 화투의 매력, 기술이 강조되는 세계관이 부재된채 유머 적 상황만 강조하는 스타일이 시간이 지날수록 거슬린 인상을 준다. 강형철 감독은 도박을 소재로 단순 코미디를 만들려 하는 것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초중반까지 이어지는 유머와 과장이 심한 영상, 편집이 [타짜] 시리즈가 지닌 본연의 매력을 포기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주인공 '대길'이 너무 쉽게 '돈의 맛'을 알아가는 과정도 이야기를 급진전시키는 역효과를 낳는듯했다. 장점을 강화하려다 영화의 본 매력을 버리는 듯한 실수를 범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타짜 2]는 그러한 불안감이 가중될 시점에 센스있는 타이밍을 발휘한다. 초반까지 관객들을 웃기며 캐릭터를 한층 친근하게 만들어 주었다면 중반부터는 잔혹하고 독한 도박판의 세계를 부각하며 [타짜 2]만의 매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도박판의 세계가 매력 있게 그려지는 부분은 전편의 등장인물 고광렬(유해진)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작품의 특징은 전편과 선을 그었지만, 스토리와 캐릭터에는 연계성을 두는 전략을 뛰면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너무 일찍 성공하고 쉽게 패배의 쓴잔을 맛본 대길이 고광렬을 통해 전설의 타짜들의 기술과 일화를 듣게 되고, 그로 인해 한 단계 발전하는 과정은 무협 영화에서나 볼법한 기술 연마를 연상시켜 흥미를 더해준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화려한 손놀림과 다소 생소한 화투 기술과 용어, 사기 방식은 강형철 특유의 유쾌한 유머, 촌철살인과 같은 대사 그리고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더해지며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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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화려한 카메라 워킹과 빠르고 절묘하게 이어진 편집 기술이 더해지면서 도박 게임은 흥미로운 MV 처럼 그려진다. 이러한 와중에도 특유의 유머와 이야기의 본연은 흐려지지 않는다. 그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은 이야기의 중간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 덕분이다. 캐릭터 들은 전작에 비해 카리스마는 덜한 편이지만, 어느 하나 튀지 않고 본연의 성격과 대사를 유지하며 극의 흐름을 따라가려 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안정됨'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럽게 진행된다.
 
전편의 정마담(김혜수)의 면모는 이하늬, 신세경을 통해 더 관능적이면서 세련미를 더해 새롭게 그려진다. 곽도원이 연기하는 '장동식'은 그의 출연작에서 보여주었던 캐릭터의 성격을 한 단계 진일보시켜 악랄함을 더한다. 전작의 출연진 유해진, 김윤석은 본래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며 시리즈의 안정된 방향을 이끌어준다. 조승우의 아우라보다 약할 거라 생각했던 최승현은 아이돌이라는 부담감을 덜은채 과감하면서도 담백함을 덜 한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흐름을 주도한다. 1편의 고니가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다혈질적 성격을 지닌 '일당백의 승부사적 타짜'를 연기해 관객들을 휘어잡았다면, 2편의 대길은 탐욕의 세상에서 한없이 진정한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낭만적인 타짜'로 그려져 관객에게 친숙하게 다가서려 한다.
 
특히, 후반부 대미를 장식하는 죽음의 화투게임(원작 팬들이 기대하던 장면)은 배우들의 과감하고 저돌적인 연기를 보는 재미와 함께 지루함을 잊게 하는 긴장감 그리고 화려하게 그려졌던 도박판의 명암을 절묘하게 풍자한 장면으로 [타짜] 특유의 어두운 배경과 강형철의 유머가 만나 완성된 명장면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타짜 2]는 1편과의 차별과 거리를 두는 '도박'으로 승부수를 두었다. 전편이 카리스마와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의 향연이었다면, 이번 2편은 강형철 감독의 개성과 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배우들이 보여준 유쾌한 활극으로 그려졌다. 전작의 영향이 강해 강렬한 인상을 느끼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아쉽게 다가오겠지만, 전작과 다른 색다른 느낌의 [타짜]를 관람하고 싶다면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돌이켜보면 이번 시리즈의 진짜 '타짜'는 대길이 아닌 과감한 시도를 성공적으로 선보인 강형철 감독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P.S: 아마 영화팬들은 전편의 강렬한 인상을 선사했던 인물의 특별출연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인물을 특별출연 시킨다. 원래 이번 2편을 연출하기로 한 장준환 감독에 대한 '예의'인지 아니면 후속작의 출연을 예고한 것인지 궁금하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문의)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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