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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영화 속 불변의 법칙

12.05.12 17:36






괴물영화

오락영화의 이러한 세 가지 장르적 특징들을 비교적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것이 괴물이다.  괴물은 그 설정이 밑도 끝도 없다는 점에서 미스터리 영화처럼 골치 아프게 고민을 할 필요도 없으며 그 소재 자체가 주는 기괴함 때문에 스릴러 영화처럼 화면 구성을 복잡하게 꼬지 않아도 된다. 또한 돈을 마음껏 뿌려댈 수 있는 설정의 한계도 없다. 이러한 점 때문에 괴물은 오락영화에서 매우 매력적인 소재이며 괴물 자체가 영화의 주연이 된다. 따라서 괴물영화는 괴물의 외형을 비롯하여 특징, 정체 등등 괴물 전반의 설정이 얼마나 잘 되어있느냐에 따라 영화의 전체적인 색깔뿐만 아니라 성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스터리형 괴물영화의 공식 - 정체를 서서히 밝혀라

괴물은 그 소재 자체만으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여기에 괴물의 정체를 숨겨서 서서히 이를 드러내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면 머리를 굴리게 하는 본격적인 미스터리형 괴물영화가 완성된다. 또한, 마지막에 반전까지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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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형 괴물영화의 공식 - 도망갈 수 있을만한 괴물을 한정된 공간속에 가두어라

스릴러형 괴물영화에서 중요한 점은 괴물이 사람을 압도해서는 안 된다. 도망갈 여지가 없을 정도로 무식하게 만들어버리면 공포는 줄 수 있어도 스릴은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식 때문에 스릴러형 괴물영화는 <죠스>,<아나콘다>등의 동물이 주로 등장한다. 한편, 괴물이 날뛰는 공간의 경계를 뚜렷하게 정해서 사람을 패닉에 빠지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운동장에서 불이나면 도망치면 그만이지만 건물 안에서 불이 나면 사람들은 패닉에 빠져 긴장감은 극에 달하게 된다. 즉, 스릴러형 괴물영화는 도망 갈만한 여지의 괴물을 도망 갈만한 여지가 없는 공간속에 풀어두어서 잡힐 듯 말 듯 한 스릴감을 주어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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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은 인간형 외계인으로 설정 자체만으로 감질맛이 날 뿐만 아니라 폐쇄된 우주선 안에서 날뛰어 극도의 스릴감을 준다. 



액션형 괴물영화의 공식 - 크게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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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영화에서 스케일을 키우는 방법은 정말로 단순하다. 괴물의 크기를 키워버리면 된다. 괴물이 크면 클수록 때려 부수는 액션도 커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괴물의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CG에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즉, 돈을 많이 써야한다. 괴물의 모습이 엉성하면 “우와” 하는 감탄사보다는 “뭐야?” 하는 실소가 터져 나온다.



괴물영화의 기본 공식 - 무조건 세 가지를 전부 다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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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영화는 세 가지 포인트 중에서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그 장르적 특징이 결정되지만  중요한 점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미스터리든, 스릴러든, 액션이든, 뭐가 되었든지 간에 아주 잠깐이라도 나머지 두 가지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스터리가 빠지면 유치해지고 스릴러가 빠지면 긴장감이 떨어지며 액션이 빠지면 재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의 모든 괴물영화는 초반에는 괴물의 정체를 다루어주면서(미스터리) 중반부 정도에는 괴물에 쫓겨주고(스릴러) 마지막에는 괴물에 맞서 싸운다(액션). 어디에 포인트를 두느냐는 감독의 마음이다. 하지만 나머지 두 가지를 그냥 넘어가버리면 영화는 쉽게 말해서 망한다.



한국의 괴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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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영화의 중심은 괴물이고 괴물이 어설프면 세 가지 기본 요소들을 아무리 잘 표현해도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따라서 괴물의 CG는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데 문제는 이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괴물영화는 기술과 자본을 가진 헐리웃에서 제작된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90년대 이후의 르네상스로 기술력과 자본을 서서히 갖추기 시작하였고 최근에는 괴물영화의 장르에도 도전을 하고 있다.



한국의 미스터리형 괴물영화 -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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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움직임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CG가 많이 필요하며 기술적으로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은 쿨하게 CG를 외국업체에 맡겨버리고 본인은 미스터리를 집중적으로 팠다. 특히나 봉준호 고유의 스타일로 사회적 코드를 은근슬쩍 집어넣어 상당히 독특한 괴물영화를 완성하였다. 영화는 괴물이 주는 스릴이나 액션보다는 괴물의 정체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에 집중하여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밑도 끝도 없이 풀어내기 보다는 사회적 문제와 결부시켜 머리 굴리는 재미를 떠나 생각하는 재미를 주어 심지어는 오락영화의 경계마저 넘어버렸다. 이러한 독특함으로 인해 <괴물>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한국의 스릴러형 괴물영화 - <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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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독특한 스타일의 괴물영화라면 <차우>는 전형적인 스릴러형 괴물영화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 그냥 덩치가 좀 큰 멧돼지라는 아주 정직한 괴물을 산과 폐쇄된 탄광이라는 한정적 장소에서 날뛰게 하였다. 문제는 너무나도 전형적이어서 다소 뻔하다는 점인데, 독특하게도 이 영화는 코미디의 요소를 집어넣어 이를 극복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코미디적인 요소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였고, 결정적으로 괴물영화의 CG가 가지는 태생적인 어려움 때문에 중박 정도의 흥행성적을 거두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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