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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영화 아니예요" 개봉을 앞둔 19금 문제작들

14.06.20 14:58

 
'性'을 소재로 했거나 제목 때문에 'B급 성인 영화'로 오해되는 작품들이 있다. 영화제를 비롯한 평단과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얻었지만, 이같은 시선 때문에 오해를 받고 있는 개봉을 앞둔 문제작들을 살펴보면서 영화에 대한 잘못된 관점들을 풀어보기로 하겠다.
 

[커피 한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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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아들의 공에 맞아 머리에 큰 상처를 입은 후, 한 여성으로서 자신의 욕망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일상에 매몰되어 가는 현실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회의에 빠져들던 ‘애비’는 우연한 기회에 답답한 자아를 숨쉬게 할 새로운 생활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섹스를 통해 특별
한 교감을 가능하게 하는 자신의 재능. 리노베이션할 목적으로 맨해튼에 아파트를 구입한 ‘애비’는 보수중인 아파트에서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선별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비밀스런 이중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불결한 관계도 천박한 관계도 원치 않는 ‘애비’는 자신만의 지적이고 우아한 스타일로 이 특별한 비즈니스를 운영해 나간다. 어느 날, 같은 학교 학부모이기도 한 매력적인 여성 ‘샘’을 고객으로 만난 순간 ‘애비’의 두 개의 생활을 나누던 경계는 위태롭게 요동치게 되는데…
 
[커피 한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의 영어 제목은 [Concussion]으로 '충격, 격동, 뇌진탕'이라는 뜻을 지닌다. 여주인공이 아들의 공에 의해 뇌진탕을 당하고 그로 인해 자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아마도 원어 그대로 제목을 유지 하기에는 어감상 어색하다판단하여 영화의 분위기와 어느 정도 일치되는 의미심장한 장문의 제목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어찌 됐든 [커피 한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은 여성들의 욕망에 관한 진지한 의미를 섹스, 레즈비언 이라는 자극적인 에로티시즘한 소재를 통해 풀어내려 한다. 에로틱한 장면은 자극적이지 않게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져 '섹스'에 대한 여성적인 관점을 의미있게 그려냈다.
 
[섹스 앤 더 시티]와 같은 작품들이 추구하는 여성들의 로망을 진지하면서도 우아하게 담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세련된 스타일과 도발적인 연출방식으로 전 세계 평단과 여성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얻으며 영화제의 화제작이 되었다.
 
 

[짜릿한 폰 섹스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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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딜라일라는 폰팅 회사, ‘스윗 토크’ 에서 일하며 러시아 문학을 좋아하는 여자다. 가끔 한 남자가 자신을 쳐다보는 환영에 시달린다. 어느 날 딜라일라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한 통의 전화를 받는데 자신과 관심사가 비슷한 남자의 전화다. 그는 신기하게도 삼손이란 이름의 작가로,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심심풀이로 광고를 보고 전화했던 것. 평소에는 남자 손님들이 상상하도록 딜라일라가 부추겼다면, 이번에는 삼손이 그녀를 자극하면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그녀도 차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재미를 느낀다. 어느덧 두 사람은 수화기를 통해 장소와 시간을 넘나들며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데, 모든 상상이 끝난 후 그들의 일상을 과연 어떻게 변하게 될까.
 
제목과 포스터만 봐도 포르노 영화의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포스터위 초청된 영화제의 이름들을 확인하게 되면 심상치 않은 작품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폰팅'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서로의 상상만 자극하는 남녀가 수화기만으로 장소와 시간을 넘나들며 뜨거운 사랑을 나누게 되는 과정을 매혹적으로 그렸다. 수화기를 통해 소통하는 남녀가 상상의 판타지를 통해 사랑을 나누다가 로맨스로 이어지는 과정은 현대인의 공허한 감정과 애정결핍을 건드리고 있다. 야하면서도 이상하리만큼 공감을 불러오는 영화의 영상미와 연출방식이 매력적이다는 평을 얻었다.
 

[어바웃 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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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알코올 중독 엄마를 둔 어려운 가정 형편의 안젤리나(애슐리 힌쇼)는 도망치듯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그녀는 스트립 바에서 서빙을 하게 되고, 손님으로 온 매너 좋고 부유한 변호사 프랜시스(제임스 프랭코)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중, 동료로부터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포르노 프로
덕션의 제의를 받게 된다. 멋있는 애인과의 럭셔리 전시회 데이트와 로맨틱한 밤들, 그리고 점점 포르노 배우일에 흥미를 느끼며 안정된 인생을 시작하는 안젤리나! 어느 날, 그녀를 찾아온 엄마가 모든 것을 알게 되고, 그녀의 일을 역겨워하며 마약에 빠져드는 프랜시스와의 관계 역시 악화된다. 그럼에도 안젤리나는 포르노 배우 일을 멈출 수가 없는데…
 
영화의 줄거리를 보며 포르노의 여왕으로 불린 '러브레이스'의 삶을 보는 것 같다. 노출과 섹시미만 강조하는 영화 같지만, 드라마틱하게 그려지는 여주인공 안젤리나의 이야기가 수준 높은 연출력과 연기에 의해 잘 그려졌다는 반응이다. 베를린 영화제 파노라마 부문과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되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영화다. [크로니클]의 애슐리 힌쇼와 [스파이더 맨] [127시간]에 출연한 제임스 프랑코가 자신의 전문인 '약쟁이'(?) 연기를 선보인다.
 
 
[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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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한때 신부가 되려 했던, 금욕적 완벽주의자 윤교수(조한철)가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쓰러진다. 몸을 가눌 수 없게 된 그를 간병하는데 지친 아내는 돌보는 환자마다 완치시킨다는 간병인 숙희(채민서)를 고용한다. 모든 환자를 자기 아이처럼 돌보며 치료한다는 빨간머리에 형형색색으
로 손톱을 치장한 유별난 모습의 ‘숙희’ 홀로 남은 윤교수에게 숙희는 특별한 간병을 시작하고 윤교수는 숙희의 기묘한 매력에 빠지며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히는데…
 
야릇해 보이는 포스터속 채민서의 표정을 보고 노출이 심한 영화로 오해하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숙희]는 제 1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초청되어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영화다.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라 생각한 권위적인 교수가 숙희라 불리는 간병인에 의해 농락당하다 점차 빠져들게 되는 과정은 묘한 여운을 불러일으킨다. 엄마처럼 야단치고 어르며 윤교수를 애 취급하다 육체를 제공하고, 소녀처럼 자신의 외모를 치장하는 모습은 여성이 가지고 있는 잠재된 욕망을 표현한다. 섹슈얼리즘과 모성애를 결합한 도전적인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정신과 육체에 근본성에 대해 질문한다. 진지한 주제와 재미있는 유머, 너무나도 독특한 캐릭터의 등장만으로도 강렬한 인상과 여운을 남긴 작품으로 불리고 있다.
 
 

[님포매니악- 볼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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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 라스폰 트리에의 불장난은 계속된다. [님포매니악- 볼륨 1]의 이어진 다음 이야기인 [님포매니악- 볼륨 2]가 찾아온다. '볼륨 1'에 이어 지속되는 섹스와 오르가즘의 이야기는 라스폰 트리에가 진정으로 이야기 하고 싶었던 사랑에 대한 최종정의로 연결된다. 하지만 그러한 이해보다는 또 얼마나 도발적인 짓을 해놨는지 궁금하다. 이러한 도발적인 시도 덕분에 라스폰 트리에의 영화는 언제나 강렬하고 신선하다는 인상을 준다. 야하지만 의도한 것이 아니었기에 묘한 끌림을 준다. 어쩌면 우리의 성적인 욕망은 인간이 지닌 최종 욕구이자 가장 근원적이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아닐까? 너무 깊이 인간의 본성을 파헤친 라스폰 트리에의 모험에 용기가 있다면 동참해 보자.
 
 

최재필 기자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무비라이징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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