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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살펴보기

14.06.0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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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크리스 클레어몬트
그림: 존 번, 존 로미타 주니어

영화 [엑스맨 2] [엑스맨:최후의 전쟁] [더 울버린]은 그래픽노블 작가 크리스 클레어몬트의 작품으로 그의 과거 작품들은 현재의 헐리웃 버전의 이야기에 큰 영향력을 남겼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또한 크리스 클레어몬트의 [언캐니 엑스맨] 시리즈의 단편 에피소드중 하나였다. 짧은 단편에 불과했지만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역대 히어로 코믹스 작품에 큰 영향을 남긴 대명사 중 하나로 기록될 만큼 작품이 남긴 영향력과 가치는 장편 못지 않은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작이 단편이었던 만큼 이번에 출간된 원작 도서는 크리스 클레어몬트와 존 번 콤비가 연재한 1980년대 [언케니 엑스맨] 시리즈의 #138-143회와 존 로미타 주니어가 그린 [엑스맨 애뉴얼] #4 등 그래픽 노블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던 총 5편의 단편 에피소드들을 함께 수록했다. 영화를 통해 [엑스맨] 시리즈의 세계관에 대한 이해와 부가적인 이야기가 궁금했던 영화팬들에게는 이번 원작 도서는 그러한 기대감을 충족 시켜주는 동시에 영화와는 다른 신선한 재미를 남겨줄 것이다. 이번 도서에 실린 5편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에피소드 1: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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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진 그레이즤 장례식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녀의 죽음은 영화 [엑스맨:최후의 전쟁]을 감상한 이들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래전 출간된 [최후의 전쟁]의 원작 [엑스맨:다크피닉스 사가]에서 진은 피닉스 포스의 숙주가 되어 50억이 넘는 행성을 멸망시키고 전 우주를 위협한다.
 
결국, 자신의 존재를 각성한 그녀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면서 사태는 진정되었다. '애가'는 이번 도서의 짧은 에피소드로 그녀의 연인 스콧이 진 그레이와의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면서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는 아름다운 여정을 그렸다. 엑스맨의 시작, 두 연인의 러브스토리 그리고 여러 빌런들과의 대립까지 그동안의 엑스맨 시리즈의 이야기와 세계관이 궁금했던 이들에게 '애가'는 짧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다.
 
진의 장례식이 끝나고 스콧은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멤버가 합류하게 되는데, 그녀는 바로 영화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울버린을 과거로 보냈던 키티 프라이드다. 
 

에피소드 2: 나이트 크롤러의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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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2]에서 순간이동 능력을 선보이며 대통령을 암살할 뻔 했던 나이트 크롤러를 기억하는가? 그의 능력과 캐릭터를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이번의 그의 등장이 반가울 것이다. 이번에는 그의 능력이 아닌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아냈다.
 
21번째 생일을 맞이한 그에게 엑스맨들은 성대한 깜짝 파티로 축하해준다. 괴상망측한 외형 때문에 불우한 시절을 보낸 그였기에 동료들의 축하는 매우 감격한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파티를 즐기며 선물을 풀어보던 나이트크롤러는 선물에 장착된 폭탄을 맞고 사망하게 된다. 갑작스런 죽음에 동료들은 슬픔과 충격을 맡게 된다. 찰스 자비에르는 나이트 크롤러를 살리기 위해 마블 세계관의 최고의 마도사인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스트레인지는 자신의 마법으로 나이트 크롤러의 영혼을 살피려 하다가 그의 죽음이 마법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 순간 저승의 악마 마르갈리가 나타나 엑스맨과 닥터 스트레인지를 지옥으로 납치한다. 지옥에서 재회한 나이트 크롤러, 엑스맨, 닥터 스트레인지는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 악마가 완성한 세계와 시험을 벗어나야 한다. 생존을 위한 처절함이 묻어날 즘 이러한 원인이 나이트크롤러의 과거의 죄악과 관련되어 있음이 밝혀지게 되는데…
 
나이트 크롤러의 기원과 특징을 알수 있는 에피소드인 동시에 그 유명한 '단테의 지옥'을 기반으로 완성한 이 이야기는 현실이 아닌 저승에서 악마들과 맞서 싸운다는 설정이란 점에서 남다른 스케일과 배경을 자랑하고 있다. 특별 출연한 닥터 스트레인지의 활약도 신선한 재미중 하나. 현재, 마블에서 그의 단독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스트레인지의 활약이 궁금하다면 꼭 봐두는 게 좋을 것이다.
 

에피소드 3: 뭔가 사악한 것이 이리로 온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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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버린은 엑스맨에 합류하기 이전 캐나다 슈퍼히어로팀 알파 플라이트의 소속으로 활동했다. 이후 팀을 탈퇴하고 엑스맨에 합류했지만, 캐나다 정부가 그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울버린은 나이트크롤러와 함께 알파 플라이트를 만나러 간다. 캐나다의 한 숲 속에서 만나게 된 울버린과 팀의 리더 빈디케이터는 과거의 앙금 때문에 갈등 양상을 보이지만, 곧 그들이 공동의 적 '웬디고'를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힘을 합치게 된다.
 
'웬디고'는 주술의 힘으로 인간에서 괴물이 된 캐릭터로 헐크 못지 않은 강력한 괴력과 덩치를 자랑하는 포악한 짐승이다. 과거, 헐크와 대결하며 웬디고를 동시에 상대했던 울버린은 이번 일을 통해 미제의 사건을 매듭지으려 한다. 하지만 막상 붙게 된 하얀 피부를 가진 거대 괴물의 포악함에 울버린과 알파 플라인트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급기야 최후의 생존자인 아기와 아기 엄마의 목숨마저 위협하기에 이른다.
 
두 편의 에피소드로 나뉜 웬디고와의 혈전은 이번 도서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헐크만큼 포악한 괴물을 상대하기에 이를 그려낸 액션 장면은 방대하게 그려졌고, 파괴력 있는 비주얼을 보여준다. 향후, 영화에서 이를 다룬다면 아주 흥미롭게 그려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에피소드 4: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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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미국은 세 계층의 사람들로 나누어 진다. 'H'는 뮤턴트 유전자가 전혀 없는 정상 인간. 그들은 자녀를 갖는 것이 허락된다. 'A'는 뮤턴트 유전자 가능성을 지닌 비정상 인간. 그들은 번식이 금지되었다. 'M'은 뮤턴트. 최하계층의 인간으로 '뮤턴트 통제 법령'으로 인해 방랑자와 걸인이 되고, 모조리 게토(Ghetto) 지역으로 연행돼 통제되고 살해당한다.
 
이같은 비극은 1980년 미스틱이 이끄는 뮤턴트 테러조직 브라더후드이블이 로버트 켈리 상원의원과 찰스 자비에르를 청문회 자리에서 암살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뮤턴트에 두려움을 느낀 미국인들은 반뮤턴트주의자를 대통령에 당선 시키고,뮤턴트를 통제하기 위해 문제가 되었던 센티넬 로봇들을 재가동 시키기에 이른다. 이같은 센티넬과 뮤턴트&초인과의 전쟁은 센티넬의 승리로 끝나고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마블 히어로들은 7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망한다. 생존자는 울버린, 스톰, 콜로서스, 키티 프라이드, 매그니토, 판타스틱 포의 마지막 생존자 프랭클린 리처즈와 그의 부인 레이첼만 살아남았다. 이들은 지금의 자신들을 비참하게 만든 문제의 사건을 되돌리고자 불가능할 거라 생각하는 위험한 시도를 하려 한다. 염력과 텔라파시의 소유자 레이첼의 힘을 이용해 키티 프라이드의 정신을 1980년 과거로 돌려보내 문제의 테러를 막는 것이다.
 
원작과 영화의 기본적인 설정은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영화가 울버린을 과거로 정신이동 시키게 한 것과 달리 원작은 중년의 키티를 과거로 보낸다. 작품속의 센티넬은 80년대 등장한 일본 로봇의 외형과 비슷하게 그려졌으며 영화버전 만큼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무서운 능력을 집약시킨 위협적 존재로 그려진다. 크기는 거대하고 엄청난 파워를 지녔으며, 단 한 번에 뮤턴트를 죽일수 있는 레이저빔과 살생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시리즈의 키티 프라이드는 엑스맨에 합류한지 얼마 안 된 팀의 막내로 작고 보잘것 없는 13살의 소녀지만 그녀의 선택과 활약에 의해 뮤턴트들의 미래와 운명이 결정되는 과정은 흥미로우면서도 드라마틱하다. 미래의 엑스맨들이 과거로 보내진 키티의 육신을 보호하며 센티넬들을 파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시에 과거로 정신이동한 키티의 요구에 따라 브라후드이블과 대결하는 현재의 엑스맨들의 활약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은 긴박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영화 버전을 연출한 브라이언 싱어와 [엑스맨;퍼스트 클래스]의 매튜 본의 연출방식이 비교되었다. 브라이언 싱어가 원작의 장면을 토대로 미래는 비장미 있게, 과거는 스케일과 드라마를 강조하는 형식으로 분리 표현한 것과 다르게, 스케일적 과정을 중시하는 매튜 본이 이 장면을 연출했다면 원작의 장면을 그대로 화면에 담아내 더 드라마틱하게 그려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매튜 본은 매그니토가 케네디를 암살하는 장면까지 다루려 했었다.)
 
원작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짧은 단편인데도 불구하고 히어로 코믹스의 명작으로 추대되고 있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 냉전시대가 촉발한 광기 '메카시즘', 베트남전, 인권&성소수자 문제 등등 50~80년대 사이의 사건을 상징하는 작품속 소재를 바탕으로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완성한 암울한 미래관은 매우 강렬하게 다가온다. 영화의 원작이면서도 이와는 전혀 다른 색채를 지닌 작품이란 점에서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영화 못지 않은 흥미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에피소드다.
 

에피소드 5: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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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서를 읽다 보면 이 시리즈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엑스맨의 리더 스콧, 스톰, 울버린이 아닌 신입 키티 프라이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평범한 13살 소녀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영웅 또는 성인이 되어가는 이야기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가 또 있을까? 마지막 에피소드 '악마'는 엑스맨 본부에서 홀로 크리스마스 이브를 맡게 된 키티가 갑작스런 적의 공격을 받게 되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에어리언의 형상을 토대로 그려진 괴수 가라이의 침범을 맞이한 키티는 '나홀로 집에'의 주인공 처럼 집안의 도구와 여러 능력을 통해 괴수와 대결한다. 훈련이 아닌 실제상황. 과연, 키티는 이 괴수를 맞이하여 살아남아 진정한 엑스맨의 일원이 될 수 있을까?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읽다 보면 방대한 대사와 고전적인 문맥 때문에 일반 코믹스를 기대한 이들은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7,80년대 원작들이 지닌 특징으로 소설 못지 않은 완성도와 메시지를 담아내려하는 그 당시 그래픽노블의 의도를 엿볼수 있다. 80년대 그래픽노블의 진수와 색다른 재미를 비롯해 방대한 엑스맨 세계관의 기원과 구성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는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고전이지만 현재보다 더 매력적인 신선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같은 시대에 출간된 [다크나이트] [더 울버린] 등등의 원작 작품들이 현시대에 영화화되어 수작으로 탄생하였듯이 그 당시의 매력적인 오리지널 작품관의 매력을 느껴보는 것도 재미난 체험일 것이다.

최재필 기자 movierising@hrising.com
 
(사진=MAR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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