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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남자] 리뷰: 깊은 공허함에 빠진 남자의 슬픔

14.06.0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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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남자, 2014]
감독:이정범
출연:장동건,김민희
 
줄거리
낯선 미국 땅에 홀로 남겨져 냉혈한 킬러로 살아온 곤(장동건). 조직의 명령으로 타겟을 제거하던 중 예상치 못한 실수를 저지르고, 그는 자신의 삶에 깊은 회의를 느낀다. 그런 그에게 조직은 또 다른 명령을 내리고, 곤은 마지막 임무가 될 타겟을 찾아 자신을 버린 엄마의 나라, 한국을
찾는다. 남편과 딸을 잃고,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며 하루하루 절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자, 모경(김민희). 엄청난 사건에 연루된 것도 모른 채 일만 파고들며 술과 약이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던 그녀 앞에 딸의 죽음 뒤에 감춰진 진실을 알려주겠다는 한 남자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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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아저씨]로 한국 액션 영화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정범 감독이 신작을 들고 왔다. 장동건, 김민희라는 톱스타 배우들과의 작업과 전작의 명성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매우 컸을 것이다. 하지만 [우는 남자]는 부담감 만큼 감독의 자신감과 역량이 많이 실려있었던 작품이었다.
 
우선, 제일 중요한 액션에서 [우는 남자]는 전작 [아저씨] 보다 더욱 강렬했다. 킬러 곤이 일당백으로 순식간에 목표물들을 처리하는 초반부 총격신과 낡은 아파트 건물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은 헐리웃 영화 못지않은 긴박감과 파괴력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장동건을 상대하는 헐리웃 출신의 액션 배우인 브라이언 티, 안토니 달리오, 알렉산더 레이스의 활약이 가장 돋보였다. 강렬한 총격신을 선보이는 동시에 타격감의 강도를 높여주는 밀도 높은 액션은 헐리웃 영화에서나 볼법한 쾌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전반적인 배경적 스케일도 전작보다 커졌다. [아저씨]가 자본사회가 만들어낸 암흑가의 잔혹한 현실을 전체 배경으로 두었다면, [우는 남자]는 글로벌 경제가 만들어낸 모순을 이야기한다. 펀드에 투자되는 자금이 범죄 조직의 돈세탁에 사용되고, 그로 인해 암살과 범죄가 만연해지는 과정을 통해 자본사회의 어두운 뒷면을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배경은 중국, 미국, 한국을 오가는 글로벌적 스토리가 되었고, 영어 대사의 비중도 상당해졌다.
 
그나마 [아저씨]의 영향을 이어받은 부분은 캐릭터 였다. 상영이 끝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정범 감독은 "킬러가 소녀의 죽음으로 죄책감을 씻어내려는 영화를 오래전부터 구상했다" 라고 밝혔다. [우는 남자]는 [아저씨] 이전부터 기획된 영화면서 이정범 감독의 작품관의 근원이었다. 전작이 어린소녀를 통해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정의를 회복하려 했듯이, [우는 남자]의 곤 또한 한 여성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려 한 인물이다. [아저씨]가 차태식 캐릭터에 드라마와 이야기를 집중 한 것과 달리, [우는 남자]는 곤과 모경의 사연에 같은 비중을 두고 드라마적인 요소를 넓히려 한다. 때문에 영화는 강력한 액션물인 동시에 그 어느때 보다 감성적인 드라마를 완성한다.
 
영화가 또 다른 주인공 모경의 사연에 비중을 높이려 한 것은 곤의 감정을 세밀하게 다루기 위해서다. 자신이 죽인 소녀의 엄마였던 모경을 통해 어린 시절을 기억하게 된 곤은 그녀로 부터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보호의 목적을 갖게 된다. 하지만, 감성에 너무 깊게 들어간 탓이었을까?

과도한 곤의 과거 파헤치기와 모경의 슬픈 감정에 시간을 쏟다 보니 킬러물 특유의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는 중반부터 미미한 전개를 보이기 시작한다. [아저씨]가 차태식의 사연에 집중하는 동시에 소녀를 구출하는 과정을 긴박하게 전개한 것과 달리 [우는 남자]의 곤은 과거의 상념에 헤어나오지 못한 채 깊은 공허함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다 보니 곤과 모경을 노리는 조직의 공격과 추격 과정은 이야기가 부족하고 이를 보조해야 할 이야기적 장치와 반전의 강도는 약하다. 
 
 
이를 유지하는 드라마적 장치들도 상투적이다. 곤과 모경의 과거와 사연을 언급하는 방식은 과도한 회상에 의존하고 인물들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움직인다. 인물에 공감하기에는 그들의 감정의 골이 너무 깊다. 치밀한 이야기 전개와 적당한 캐릭터의 공감을 기대했다면 감정에 휘둘린 인물들의 모습만 보여준 감독의 연출 방식에 아쉬움이 느껴질 것이다. 차라리 조금은 투박했지만, [아저씨] 만큼의 마초적인 감성을 자극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이 두 인물의 감정에 어느 정도 교감하느냐 이다. 그 방식이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인물의 사연에 공감하게 된다면 괜찮은 액션 드라마로 기억될 수도 있다.
 
작품성:★★☆
오락성:★★★
연기:★★★
연출력:★★★
 
총점:★★☆
 
 

최재필 기자 movierising@hrising.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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