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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리뷰: 괴수가 등장하는 '재난 영화'

14.05.1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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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2014]
감독: 가렛 에드워즈
출연:애론 테일러-존슨, 브라이언 크랜스턴, 엘리자베스 올슨, 줄리엣 비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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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혼다 이시로 감독에 의해 탄생하게 된 [고질라]는 방사능으로 탄생한 거대 괴수의 등장만으로도 큰 재미였다. 영화사는 끊임없이 고질라와 타괴수들이 등장하는 시리즈를 제작해, 괴수물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키게 된다. 그러나 괴수들의 출현에만 신경 쓰고 기본적인 스토리와 상투적인 설정만 반복한 괴수물은 소수의 매니아들만 찾아보는 장르로 전락한 지 오래다.
 
가렛 에드워즈 감독에게 있어 이번 [고질라] 리부트는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고질라' 탄생 6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매니아 장르로 전락한 괴수물의 대중화를 이끌어야 하는 숙제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가렛 에드워즈는 이 전설적인 괴수물에 대담한 변화를 시도했다. 주인공이었던 괴수들의 비중을 낮추고 인간들의 비중을 높여 드라마를 강조하는 동시에 괴수들의 등장 자체를 '재앙'적인 시각으로 그려 '재난 영화'로 탈바꿈시켰다.
 
초반부터 재앙의 근원을 발견하고 시간이 흐르며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흐름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쓰나미, 건물붕괴, 혼돈에 빠진 인간들은 재난영화 속 장면 그 자체다. 여기에 최악의 상황에 놓인 인간 심리와 가족애 같은 근본적 정서를 자극해 괴수물이 놓치고 있었던 드라마와 이야기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은 신선했다. 모든 것이 재난영화의 흐름과 비슷해질 때, 괴수가 등장하고 군사 밀리터리물의 특징까지 더해 보다 풍부한 이야기와 볼거리를 제공하려 한다.
 
시대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던 방사능과 같은 위험 자원에 대한 경고와 정부의 은폐/음모론 그리고 과학기술의 위험성과 같은 현실적인 메시지를 담아내는 방식은 이번 리부트 작품이 1954년 원조 작품의 영향을 어느 정도 계승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고질라]가 핵폭탄의 위험을 직접 경험한 일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적 공포에 초점을 맞췄다면, 리부트 버전은 9.11 테러, 일련의 지구상에 벌어진 자연재앙, 일본의 방사능 위험등과 같은 전 지구적 재앙 이슈를 공포의 배경으로 둔 부분도 이와 같다.
 
장르적 변화를 주었다고 해서 괴수물의 근간마저 완전히 변한 것은 아니다. 주인공인 고질라의 모습은 그동안 형체를 숨겨오며 궁금증을 자극했던 것과 다르게 원조격의 모습을 그대로 CG로 재현했으며, 또 다른 괴수 '무토'를 등장시켜 괴수들간의 대결을 유도하는 방식은 역대 괴수 시리즈가 추구했던 B급 정서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가렛 에드워즈의 [고질라]는 재난 장르와의 이종교배를 통해 탄생한 대중적인 괴수 영화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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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와같은 시도는 고질라 라는 괴수가 보여줄 규모적 공포와 긴장감을 기대했던 영화팬들과 '괴수 영화 매니아'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줄 것이다.
 
여러 번의 티저 영상과 예고편은 고질라 그 자체가 재앙의 근원이자 공포의 대상일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막상 영화를 본다면 그 대상은 고질라가 아닌 무토라는 괴수였다. 인류를 위기에 몰아넣을 이 괴수의 등장에 모두가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실질적인 주인공인 고질라의 등장은 당황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이는 결국 고질라에 대한 관객의 기대감을 낮춰버리는 역효과만 낳게 된다.
 
게다가 너무 많은 인물들의 출연과 재난을 당하는 인간들의 시각에서 영화가 만들어진 탓에 괴수들의 출연분량이 줄어들고 설정마저 단순해진 점은 아쉽다. 이야기의 주 무대가 전 지구적인 탓에 배경이 자주 바뀌는 설정은 관객들에게 피로감만 줄 뿐이다.
 
괴수들의 등장과 대결 과정도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필버그의 [조스]의 방식처럼 괴수들을 한 번에 보여주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부 신체부위를 노출하며 서서히 전신을 드러내는 장면을 통해 긴장감을 높이려 한다. 이는 후반부 '고질라 VS 무토' 라는 영화 사상 최고의 스펙터클한 대결을 선사하며 대미를 장식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군에 대한 비중을 너무 높이려한 나머지 괴물들의 출연분량을 줄여버리는 부분은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만다.
 
개인적으로 고질라의 활약을 기대한 입장에서 이 괴수의 출연분이 줄어든 점은 너무나 아쉽게 느껴진다. 이왕 1954년 원조 작품의 영향을 이어받았다면 원작의 줄거리와 설정처럼 고질라 하나에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다음 후속편에 무토를 등장시켜 장기적인 괴수물의 부활을 유도할수 있지 않았을까?
 
괴수물의 방식을 벗어나 재난영화로 [고질라]를 재창조한 가렛 에드워즈의 실험은 절반의 성공과 실패를 낳았다. 재난영화로 보느냐, 괴수 영화로 보느냐의 관점에서 관객들마다 극명한 호불호가 갈릴것으로 보인다.
 
작품성:★★★
오락성:★★☆
시각효과:★★★☆
연출력:★★☆
 
총점:★★☆
 
 
최재필 기자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예고편=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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