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센던스,2014]
감독:월리 피스터
출연:조니 뎁, 모건 프리먼, 레베카 홀, 폴 베타니, 킬리언 머피
줄거리
인류가 수억 년에 걸쳐 이룬 지적능력을 초월하고 자각능력까지 가진 슈퍼컴 '트랜센던스'의 완성을 목전에 둔 천재 과학자 '윌'(조니 뎁)은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멸망이라 주장하는 반(反) 과학단체 'RIFT'의 공격을 당해 목숨을 잃는다. 연인 '에블린'(레베카 홀)은 윌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 시켜 그를 살리는데 성공하지만, 또 다른 힘을 얻은 그는 온라인에 접속해 자신의 영역을 전 세계로 넓혀가기 시작하는데…
[트랜센던스]의 포스터 메인 문구는 '모든 상상을 초월한다'라는 표어이다. 이야기에서부터 스케일까지 지금까지의 영화가 추구한 모든 것을 초월하겠다는 자신감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작진의 자신감과 달리 이 영화를 보게 될 관객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최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다크나이트]의 크리스토퍼 놀란 제작에 조니 뎁, 모건 프리먼, 레베카 홀, 폴 베타니를 비롯한 헐리웃 최강의 배우 진들의 합류는 영화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 최강 조합에 딱 하나의 오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월리 피스터였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눈'이라 불리며 그의 영화에 카메라 감독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대작 블록버스터를 통해 데뷔하기에는 그의 내공과 실력은 너무나 부족했다.
[트랜센던스]의 원본 각본을 보지 못했지만, 인간의 정신을 컴퓨터로 업로드 하는 과감한 주제와 [프로메테우스 2]와 [배틀스타 갤럭티카] 극장판의 각본가로 내정된 잭 파글렌의 실력을 생각해 볼 때 분명 원본에서는 문제가 없었을 거라 생각된다. 이는 완성된 영화를 본다면 눈치 챌수있다.
시작부터 이미 결과를 예고하는 회상 방식에 긴장감이 떨어지자, 과거의 사건을 긴박하게 풀이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월리 피스터는 치밀한 전개과정과 복선을 만들어 나가며 이야기를 완성하는 기초적인 방식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어떻게 빨리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핵심'으로 넘어갈지만 생각했다. 즉, 과정과 원인이 어떻게 되든 결과만 중요하면 된다는 식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그로 인해 이야기 전개를 고려하지 않은 엉성한 편집, 배우들의 출연 분량을 무시한 연출, 그리고 어설픈 액션과 특수효과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거 없는 미완성의 결과물이 스크린을 채웠다.
이성적인 과학자들이 순간의 감정으로 자신의 신념과 다른 행동을 저지르는 부분과 인공지능 컴퓨터에서 만물을 초월하는 자연과학으로 넘어가는 부분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지만,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 게다가 지나치게 과학 용어와 연구 방식을 남발하고 이를 설명조차 없이 무조건 이해시키는 부분은 설득력 없는 영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결과적으로 [트랜센던스]는 기본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채 심각한 척 난해한 주제나 남발하는 '폼'만 잡고 있다.
무엇보다 연기력과 스타성을 입증한 배우들이 영화 속에서 무의미한 존재들로 소모된 부분이 안타깝다. 능청스러움과 괴짜다운 행동으로 영화의 활기를 불러일으켰던 조니 뎁은 영화 초반 사망 이후 끝날 때 까지 목소리 연기만 하는 '성우'로 전락해 버린다. 평범한 인간에서 전 인류를 위협하는 A.I(인공지능)가 된 만큼 절대적인 존재로 느껴져야 하지만, 무감정의 담담한 목소리에 캐릭터에 대한 부족한 설명은 그를 그저 그런 캐릭터로 만들어버린다. 레베카 홀은 감정에 치우쳐 이랬다저랬다 하는 이해 불가의 캐릭터이며 폴 베타니, 모건 프리먼, 킬리언 머피의 역할은 굳이 비중이 높았어야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트랜센던스]는 현재 3천만 달러나 되는 손해를 제작사에 입히며, [폼페이]와 함께 2014년 최악의 실패를 한 블록버스터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연출과 편집의 기본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데다 연출작도 전혀 없는 신예 감독에게 무작정 거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맡기면 어떤 결과를 초래한 지 보여주었다.
애초에 스케일과 스타급 배우들의 비중을 줄이고, 인디영화 규모의 제작비로 월리 피스터의 감독 데뷔에 의미를 두며 치밀하게 기획했다면 이 영화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다른 소재지만 의미심장한 주제와 정도에 벗어나지 않는 연출력으로 강렬함을 선사했던 빈센조 나탈리의 [스플라이스]만큼이라도 나왔더라면 감독과 배우 모두 체면이라도 차리며 향후를 준비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과도한 의욕과 욕심보다는 치밀함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모두가 깨달았으면 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기:★★
연출력:★☆
총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