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Rising

‘건축학개론’이 박스오피스 1위인 이유?

12.03.27 14:52





1.jpg

‘화차’를 이어 다시 한번 박스오피스 1위를 한국영화가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강력한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들도 한국영화 앞에서 맥을 못추는 이유, 그 주인공 건축학개론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건축한개론’이 박스오피스 1위인 이유는?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다!

2.jpg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첫사랑’이 로맨스물의 단골 소재로 주로 쓰여왔던 터라 신선함은 덜 하지만 건축학개론은 이에 굴하지 않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을 충분히 갖췄다. 잔잔하고 무덤덤하게 첫사랑을 그려내면서 아날로그 정서를 자극한다.

그리고 관객들이 세월의 무게 속에서 가슴 한구석 잊고 지냈던 첫사랑의 추억을 스멀스멀 되살려 준다. 누구에게나 아련한 첫사랑은 있는 법. 첫사랑이 아니었다 한들 한 명 정도는 떠오르는 이성이 있을 것이다.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를 보면서 관객들 스스로의 첫사랑을 자극한 점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요소가 아닐까.





향수를 자극하는 시대적 배경, 그리고 소품들

3.jpg

15년 후에 다시 만나게 되는 두 주인공. 90년대 중반에 대학교에서 만나 풋풋한 첫사랑으로 설레였던 20대의 모습과 서글픈 현실을 마주하게 된 30대의 모습을 번갈아 담아내면서 지루함을 해소시킨다. 특히 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신에서 추억을 끄집어낼만한 설정들을 배치, 관객들에게 미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게스브랜드 티셔츠, 삐삐, CD플레이어, 무스, 그리고 컴퓨터를 보고 “1기가 짜리냐”며 부러워하는 모습조차도 정겹다. 승민과 서연이 이어폰을 나누어끼고 CD플레이어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듣는 모습도 관객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영화에 과거를 담아내 좀 더 많은 관객층을 흡수할 수 있었다. 80년대의 학창시절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냈던 써니와 댄싱퀸이 크게 흥행했던 이유와 같다.





인위적인 느낌이 없다

4.jpg

인위적이거나 과도하게 감성을 끌어내지 않는다. 관객들의 눈물샘을 쥐어짜 내지도 않는다. 승민과 서연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첫사랑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첫사랑의 기억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수많은 영화들과 달리 건축학개론은 ‘어설픈 첫사랑’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어린 승민(이제훈)은 평범한 학생이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평범한 승민을 보면서 남성 관객들은 자기도 모르게 동질감을 느낀다. 사랑을 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특별한 구석은 없다. 잠든 서연에게 몰래 키스를 하고, 자신보다 잘난 선배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애써 준비한 고백은 멋대로 한 오해로 포기해 버린다. 서툴고 겁 많은 첫사랑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내 남성 관객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주인공들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다

5.jpg

영화 흥행 요소 중의 하나는 바로 주인공들의, 출연진들의 연기력이다. 유난히 화려했던 건축학개론의 주인공 4명, 수지, 이제훈, 한가인, 엄태웅 모두 연기를 잘했다. ‘해를 품은 달’에서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던 한가인의 연기가 아쉽긴 하다.

이제훈vs수지와 엄태웅vs한가인 커플 중 더욱 눈길이 가는 커플은 누가 뭐래도 수지vs이제훈이다.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 자체가 과거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도 있고 현재보다 과거의 나를 추억하는 쪽이 감성을 자극하는 효과가 더 크기 때문. 드라마 ‘드림하이’이후로 연기가 제법 늘어 건축학개론에서는 훌륭하게 소화해냈고 이미 ‘파수꾼’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제훈은 말할 것도 없다.





건축한개론은 마지막까지, 엔딩크레딧까지 관객을 사로 잡는다. 그리고 아직 건축학개론을 보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건축학개론의 화룡점정을 맛보기 위해 엔딩크레딧과 함께 시작하는 ‘기억의 습작’을 끝까지 들은 후 자리에서 일어나길 권한다. 굳이 나의 권유가 아니더라도 ‘기억의 습작’의 여운이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할 것이다.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