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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단상

14.03.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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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 세계인들의 관심 속에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언제나 특색있는 오프닝에서부터 예상치 못한 이벤트와 수상작의 출연으로 화제를 몰고 온 아카데미 시상식은 이번에도 다양한 화젯 거리를 만들었다. 이번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와 개인적인 단상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다.
 

1.피자 배달 오프닝과 엘렌 드제너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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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상식의 사회는 영화배우이자 토크쇼 진행자인 '엘렌 드제너러스'가 진행을 맡았다. 대부분의 사회를 코미디언 출신의 배우들이 진행을 맡았던 관례를 그대로 이어나갔는데, 2,3시간이 넘는 시상식을 입담 좋고 순발력 있는 엔터테이너에게 맡기는 게 가장 무난하기 때문이다. 엘렌 드제네러스 특유의 입담과 무난한 진행이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오프닝 부터 갑자기 피자를 배달하는 파격적인 진행을 시도해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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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피자를 브래드 피트를 비롯한 몇몇 스타급 배우들이 서빙을 하면서 톱스타들의 인간적인 부분이 주목되었다. 아마도 이번 피자 배달 컨셉은 이러한 측면을 강조해 대중과 더 친숙해 지려는 헐리웃의 마케팅 컨셉이 작용한 것 아닌가 생각되지만, 나름 괜찮았던 이벤트중 하나였다.
 
엘렌은 아카데미를 홍보하는 진행자답게 아카데미 밖에서의 외부활동을 적극 이용해 아카데미를 대중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렸다. 모바일과 SNS를 이용해 시상식 뒤풀이를 촬영하고 후기를 남겼으며 네티즌들과 지속해서 소통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러한 엘렌을 지원한 것은 한국기업 '삼성'의 후원이 함께해서였겠지만 나름 신선한 시도였다고 본다. 하지만 토크쇼의 분위기와 외적 이벤트에 치중한 나머지 영화와 시상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던 역대 진행자들보다 그리 인상적인 진행은 아니었다.
 
P.S: 시상식후 진행된 다음날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서 엘렌은 오프닝에 초대한 피자 배달부를 불러 그와 대화를 나눈 뒤 팁을 주었다.
 
 

2.[노예 12년]의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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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의 작품상은 모두의 예상대로 [노예 12년]이 수상했다. 사실, 몇몇 팬들 사이에서는 [그래비티]가 작품상을 수여하는 '파격'이 있기를 기원했지만, 안정된 서사성이 있는 스토리와 감동과 메시지가 담긴 [노예 12년]은 보수적인 아카데미 위원회의 지지를 받을만 했다. 인종차별이 언제나 사회적 이슈인 미국사회와 노예 제도에 관한 교육자료로 쓰이기로 결정되면서 [노예 12년]에 작품상 수여는 헐리웃이 미국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와도 같았다. 사실 이같은 수상 결과들은 아카데미를 결정짓는 전초전격인 시상식인 '전미제작자조합 (Producer Guilid Awards)'의 결과가 그대로 적용된 것이어서 이번에도 제작자조합의 영향이 크게 적용되었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작품상 수상 호명과 동시에 모두 무대로 올라온 출연진들의 등장도 더욱 화제였다. 제작자 자격으로 올라온 브래드 피트와 더불어 주연인 치에텔 에지오포를 비롯한 톱스타 마이클 페스밴더,베네딕트 컴버배치,사라 폴슨의 위용은 그 어느 때 보다 남달랐다. 특히, 거대한 체구의 스티브 맥퀸 감독이 아이처럼 뛰며 좋아한 모습은 더이상 미국에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이 없는 자유로운 세상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인상적 이었다.
 

3.여전히 수상복 없는 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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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후 여전히 크게 화자 되고 있는 부분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남우주연상 수상 실패였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유머 소재로도 사용될 정도로 그의 수상 실패가 화제가 된 것은 레오 본인의 보다도 그를 사랑하는 팬들의 아쉬움이 더 크게 반증된 것이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 [에비에이터] 로 여러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도전한 그의 노력을 생각해 보자면 이번 결과는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특히,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그가 보여준 타락 연기의 진수는 한때, 청춘스타라는 그의 이력을 단번에 뒤집는 보기드문 연기였기에 그의 수상을 아쉬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더군다나 이번에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매튜 매커너히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에서 특별 출연으로만 등장한 터라 그와 대비된 결과가 너무나 묘하게 느껴졌다. 어쟀거나 TV에서의 그의 표정의 개의치 않다는 반응이었다. 아직도 디카프리오가 참여하기로한 프로젝트는 많고 다음 아카데미를 목표로한 작품들도 많기 때문이다.
 
한편, 여우주연상은 [블루 재스민]의 케이트 블란쳇 에게 돌아갔다. 대부분의 팬들은 이 부분에서도 [그래비티]의 히로인 산드라 블록이 수여받기를 기대했지만 아카데미의 선택은 달랐다. 이번 시상식의 남녀 주연상은 대중의 기대보다도 연기파 전문 배우들을 더 인정한 셈이었다.
 

4.외국어영화상은 의외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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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의외였다고 생각한 부분이었다. 작년부터 전 세계 영화제와 비평가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왔던 매즈 미켈슨 주연의 [더 헌트]가 수상할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어 영화상을 수여한 [더 그레이트 앤 뷰티]도 훌륭한 작품이지만, 다소 난해하다는 반응이 많았던 분위기를 생각해 볼 때 수상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래도 최근 영국 아카데미 영화제의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경험이 있었던 작품이었기에 [더 그페이트 앤 뷰티]의 수상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5.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웠던 'Let it go'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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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장면을 위해서 아카데미 시상식 생중계를 기대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겨울왕국]의 인기 테마곡 'Let it go'를 열창한 목소리 주연 배우였던 이디나 멘젤의 라이브 실황 공연이 그것이었다. 우리나라만 해도 다양한 가수들이 여러 버전으로 열창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기에 사람들의 기대는 매우 컷다. 그 때문인지 이디나 멘젤은 평소보다 너무 긴장한 모습이었다. 평소와 같은 시상식장 내의 사람들이 아닌 난생처음 전세계 시청자들이 예의주시하는 공연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문 이었을까?
 
초반 박자를 놓쳐버린 실수로 인한 불안한 음정탓에 'Let it go' 라이브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녀 본인도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한 마무리는 프로다운 모습이었다. 어찌 됐든 [겨울왕국]은 아카데미 주제곡상을 차지했으며, [허] [슈퍼배드 2] 그리고 U2 가 선보인 주제곡 라이브는 최고였으니 아쉬움은 접어두자. 그래도 영화속 엘사는 잘 부르지 않았나.
 

6.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떠나간 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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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2013~2014년 사이 너무나도 많은 영화인이 타계했다. 주요 인물만 살펴본다면 폴 워커,셜리 템플,피터 오툴,필립 세이모어 호프만,해롤드 레미스,제임스 겐돌피니 그리고 위대한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 까지… 시상식 매해 이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아카데미의 행사는 계속되었다. 시상식마다 선보인 가장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로 배우 뿐만 아니라 스태프 그리고 영화 발전에 이바지한 모든 이들을 추모하며 고인들을 기억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화면을 통해 타계한 영화인들의 모습이 보일때 마다 그들을 향한 박수소리는 끊이지 않았고 전 세계 영화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영상이 끝나고 이어진 가수 베트 미들러 'The Wind Beneath My Wings' 는 매우 감동적이었으며 아카데미가 왜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확인시켜준 무대였다.
 
 
▲베트 미들러의 'The Wind Beneath My Wings'
 

7...그리고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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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윌 스미스가 등장한 부분에서 묘한 재미가 느껴졌다. 아카데미 시상식 바로전 열리는 최악의 영화상 시상식인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윌 스미스 부자가 함께 출연한 [애프터 어스]의 화려한(?) 성적을 생각해 본다면 그가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의 시상자로 출연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대비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카데미와 정반대되는 방향을 지닌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의 결과는 어땠나?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작품상 : 무비 43
남우주연상 : 제이든 스미스 (애프터 어스)
여우주연상 : 타일러 페리 ([마디아 크리스마스]에서 여장)
남우조연상 : 윌 스미스 (애프터 어스)
여우조연상 : 킴 카다시안
스크린 듀오상 : 윌 스미스& 제이든 스미스
리메이크,각본,베끼기 : 론 레인저
감독상 : 무비 43 연출진
각본상  : 무비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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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아카데미의 '짝퉁' 이미지가 강한 패러디 시상식 이지만 존재감 만큼은 해외토픽에 꾸준히 소개될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아카데미를 띄어주는 조연 역할을 도맡아 하고있는 권위 높은(?) 행사다.
 
수많은 화제와 아쉬움 그리고 감동이 함께하며 마무리된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편의 재미있는 축제이자 영화와도 같았다. 무엇보다 품위를 제쳐두고 함께 망가지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며 유쾌한 모습을 선보였던 스타 배우들의 참여와 의미있는 수상 소감도 아카데미를 더욱 풍부하게 꾸며주었다.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도 과연 어떤 재미와 화제거리를 선사할지 기대해본다.


(사진=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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