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Rising

밥맛이 사라지는 음식영화, 주성치의 ‘식신’

12.02.14 10:25

 
 
 
 

사실 홍콩영화를 볼 때는 그닥 기대를 하진 않는다. 기본적으로 ‘허무맹랑’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유명한 성룡과 주성치의 코미디영화를 볼 땐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게 최고다.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그렇게 무념무상이기 위해, 어제 주성치의 ‘식신’을 보았다. 역시 허무맹랑함이 차고 넘친다. 웃기기보다 어이가 없는 장면들이 많다. 어쩜 저렇게 어이없는 이야기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지, 코미디 영화인데 재미가 없을 수 있는지, 감탄하면서 봤다.
 
 
 
 
 
역시, 허무맹랑해
 
3.jpg
붓으로 그려낸 음식

 
b0001156_03062364.jpg
완자를 먹고 황홀경에 빠진 주성치의 영원한 친구 '오맹달'
 

내가 그 동안 봐왔던 홍콩영화 중에서 가장 허무맹랑했던 장면을 떠올리면 어렸을 적 설날특선영화로 보았던 성룡의 영화에서, 자동차가 반으로 뚝! 갈라지는 장면이었다. 역시 주성치의 ‘식신’도 마찬가지. 식신의 위치에 올라 두려울 것이 없었던 성자는 요리 자체보다는 포장과 광고에만 열을 올리다 동료와 제자에게 배신을 당한다. 배신을 당하고 사창가인 ‘묘가’를 기웃거린 성자는 우연히 조직들과 함께 완자를 만들게 되는데, 그 완자 이름은 바로 ‘오줌싸개 완자’다. 사람이 한 입을 베어 물면 분수처럼 오줌보가 터지듯 터지고 완자를 먹은 사람은 황홀경에 빠진 듯 미친사람처럼 바닷가를 거닌다… 정말 그렇게 분수처럼 터지는 완자가 있다면 사람들이 그렇게 미친듯이 좋아하려는지 의문이다만… (그래서 완자의 성공요인이 정신병원의 환자에서부터 시작이 된건가..)
 
 
 
 
 
음식영화인데 밥맛이 사라지는 이유…?
 
%EC%A3%BC%EC%84%B1%EC%B9%98_%EC%8B%9D%EC%8B%A0_avi_001926997.jpg

주성치의 ‘식신’은 제목에도 알 수 있듯 음식영화다. 주로 음식이 나오기는 하지만…. 먹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허무맹랑한 내용도 한 몫, 말도 안되게 뒤섞인 줄거리도 한 몫, 무엇보다 중국음식이기도 해서 잘 모르겠다는 느낌도 들고, 가장 큰 몫을 하는 건 영화의 제작연도? 요 이유 또한 좀 허무맹랑한 점도 있긴 하지만 뭐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1996년에 개봉한 거의 20년이 다 된 영화이니 지금과는 너무나 다르다. 화질에서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차라리 흑백이었으면 이질감이 더 했으려나?
 
 
 
 
 
그럼에도 가장 웃긴 장면은?
 
2.jpg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저 표정의 의미는...

나는 하나도 웃기지 않았던 ‘식신’을 주성치의 팬들은 너무나 재밌다고들 입모아 말한다. 주성치의 영화를 최소한 30편 이상 보면 그만의 개그세계, 영화세계를 이해하게 되면서 재밌어 진다는데…. 적어도 2012년의 지금의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식신’에서 가장 웃겼던 장면은? 성자에게 충성을 맹세하면서 ‘대변을 보라’던 한마디를 수행했던… ‘광우’. 정말로 엘리베이터 앞에서 휴지를 풀고 바지와 팬티를 벗는다… (원래 가장 더러운 장면이 웃긴법...) 그리고 너무나 예쁜 여배우 막문위의 변신하는 모습도 정말 상상초월이다.
 
막문위.jpg
 
이렇게 예쁜 배우 막문위가.....
 
막문위2.jpg
 
할리우드 못지않은 분장의 기술로 이렇게 다시 태어난다...
 
 
 
 
 
꾸준히 영화를 만들고 자기만의 영화색깔을 만들어낸 주성치. 물론 나를 웃기진 못했지만 ‘자기만의 세계’, ‘자기만의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는 크게 평가하고 싶다. 주성치 팬들의 권유처럼 일단 그의 30편의 영화를 보고, 다시 ‘식신’을 보면 웃길까? 난 잘 모르겠다. 암튼 식욕이 너무 넘쳐서 걱정이라면, 주성치의 ‘식신’을 강력 추천한다!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