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중반 비디오는 전 세계의 가정집에 기본으로 배치된 전자제품이었다. 극장에서 보던 영화를 집안 내부에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도구였기에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영화사들도 이러한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비디오용 영화들을 제작했다. 비디오 전용 액션 스릴러를 비롯해 에로 영화와 슬레셔 호러물과 같은 극장 심의 때문에 상영할수 없었던 소재의 영화들이 비디오 시장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비디오 시장의 열풍을 이끌었던 장르는 가족영화였다. 비디오는 개인화에 맞춰진 작품이면서도 가정용에 맞춰진 제품이었으며 가족들이 함께 모여 영화를 보며 정을 쌓고 추억을 만들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매우 높았다. 이때문에 90년대는 비디오를 의식한 '가족 영화'들이 즐비한 시기였다. 지금 돌이켜 보면 유치한 정서로 기억 될수도 있지만 이 영화들 덕분에 사람들은 영화에 희망과 꿈을 가질수 있었고 소중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다. 94년 가족 영화들을 돌이켜 본다면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준 작품들이 등장한 시기였다. 유치하지만 그 당시 배꼽잡고 웃었던 작품들 이면서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배울수 있었던 추억의 94 가족 영화들을 되돌아보자.
1.미세스 다웃 파이어 (94.1.22 개봉)
감독:크리스 콜럼버스
출연:로빈 윌리엄스, 샐리 필드,피어스 브로스넌
만화영화 성우 다니엘(로빈 윌리엄스)은 실직을 거듭하게 된다. 그의 자유분방한 성격 탓인데 아이들은 그런 아빠를 친구처럼 좋아하지만, 아내 미란다(샐리 필드)는 그런 남편이 원망스럽기만 한다. 결국, 다니엘과 미란다는 이혼하게 되고 법원은 다니엘에게 주 1회에만 가족을 방문하는 기회를 준다. 그러나 아이들을 무척 사랑하는 다니엘에게 주 1회 방문은 가혹한 처사와 다를 바 없었는데…어느 날 미란다 집의 가정부 구인 광고를 보고 놀라운 묘책을 계획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여자로 분장하는 것. 동생의 도움을 받아 할머니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변장한 다니엘은 그렇게 다시 아이들의 삶에 다가서게 되는데…
90년대의 로빈 윌리엄스는 헐리웃 가족 영화에 빠뜨릴 수 없는 주인공이었다. 80년대부터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연기를 소화할수 있는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의 천의 얼굴은 가족 영화라는 장르에서 더욱 빛을 볼수있었다. 91년 스필버그와 함께한 [후크]를 시작으로 영화 [토이즈] [알라딘] [쥬만지] [잭] [플러버]와 같은 유쾌한 가족영화의 주인공은 그만이 소화할 수 있었다. 그중 [미세스 다웃 파이어]는 다재다능한 로빈 윌리엄스의 진가를 확인할수 있었던 대표작중 하나였다. 평소 코미디 물에 일가견을 보인 그답게 할머니 여성으로 분장한 그는 슬랩스틱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이면서도 영화배우답게 오버하지 않은 진중한 연기를 펼쳤다. 로빈 윌리엄스의 할머니 분장도 재미지만 여성으로 분장한 남성이 일상에서 느끼는 아슬아슬한 에피소드들이 웃음 포인트였다. 익숙치 않은 여성 속옷에 불편함을 느끼다가 주변 사람들의 의심을 받거나 여자로 오해해 다가오는 남성들에게 여장상태로 남자 임을 밝히는 부분이 그것이었다.
[미세스 다웃 파이어]는 웃음이 주를 이룬 코미디 물이지만 가족을 그리워한 싱글남의 자기 반성과 처절함을 유쾌하게 그려낸 가족 영화였다. 그 당시 이혼이 사회적 추세로 이슈가 되면서 우울할수 있었던 소재를 유쾌한 가족 영화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감독인 크리스 콜럼버스는 [나홀로 집에] 시리즈와 [스텝맘] [해리포터] 1,2 탄을 연출하며 가족적인 성향의 영화를 연출한 그답게 이 작품 또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현재 그는 한국 영화를 원작으로 한 [헬로우 고스트]의 헐리웃 리메이크 버전을 준비중이다.
2.프리윌리 (94.8.6 개봉)
감독: 사이먼 윈서
배우:제이슨 제임스 리히터,어거스트 셀린버그,로리패티
90년대 중후반 자신의 개인 방에 영화 포스터를 하나씩 붙여둔 사람이었으면 아마도 [프리윌리]의 포스터는 기본 아니었을까? 범고래와 가출 소년의 우정을 담은 동물 교감 영화 [프리윌리]는 전 세계적으로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다. 12살의 제시(제이슨 제임스 리히터)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방황하는 소년. 그는 수족관에서 낙서를 하다 발각되어 벌을 받게되고 소년원에 가지 않는대신 수족관 낙서를 지우라는 명령을 받게된다. 그러던중 수족관 물속의 범고래 '윌리'를 만나게 되고 소년과 돌고래는 서로 교감하며 믿음과 우정을 쌓게된다. 엄마로 부터 버림받은 고아와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지낸 범고래라는 공통점이 둘의 교감을 이끌어 낸듯이 말이다. 비록 소년은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엄마를 만나지 못하지만 '윌리'를 가족들이 있는 바다로 돌려보냄으로써 자신의 아픔을 극복하고 성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프리윌리]는 그 당시 남녀노소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강렬한 작품이었다. 그동안 영화속 동물들이 자신들의 특징을 이용한 슬랩스틱 코미디와 같은 동작 연기를 보여준 것과 다르게 [프리윌리] 속의 돌고래'윌리'(실제이름 '케이코')는 실제로 연기를 하는것 같았다. 아무리 조련을 통해 연기 교육을 받은 동물이라 하더라도 주연급 분량에 사람과 실제 교감을 하다싶이 한 '윌리'의 연기는 어느 동물도 쉽게 따라할수 없는 연기였다. '윌리'의 마지막 후반부 탈출은 영화의 포스터 처럼 오랫동안 우리의 뇌리속에 남게 되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자유를 찾은 윌리가 친구 돌고래들과 재회하며 바다를 헤엄치는 엔딩신과 함께 플레이 되는 음악, 마이클 잭슨의 'Will You Be There'는 영화를 감상한 모든 사람들에게 더할나 위 없는 감동이었다. [프리윌리는] 자유,교감,우정 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영화들중 몇 안되는 명작이 되었다.
P.S: '윌리'역할을 맡은 '범고래' 케이코는 98년 미군의 도움으로 자신의 고향이었던 아이슬란드의 야생 해안으로 돌아오게 된다. 무려 19년 만의 귀환이었다. 그러나 '케이코'는 오랜 수족관 속 생활 때문인지 야생 적응에 실패했고 2002년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좀 더 일찍 야생에 풀어줬다면 어땠을까?
3.34번가의 기적(94.12.17 개봉)
감독:레스 메이필드
출연:리처드 아텐버로우,마라 윌슨,엘리자베스 퍼킨스,딜란 맥더모트
산타클로스의 존재에 의문을 품고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녀(마라 윌슨)가 엄마의 직장인 백화점에서 고용된 산타클로스 크리스(리차드 어텐보로)를 만남으로서 순수한 동심을 찾게 되고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의 행복을 느끼게 되는 영화.
헐리웃의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영화에 등장하는 마법이나 판타지 같은 장면은 전혀 등장하지 않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하지만, 영화는 비현실적인 산타클로스를 이야기함으로써 현실속의 비현실적인 상상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는지 이야기 한다. 산타클로스는 실제하지 않지만, 우리 마음속의 조금이라도 남겨진 동심이 원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속에 담겨진 순수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속 산타클로스의 행동이다. 백화점에 고용된 산타 크리스는 아이들에게 다정한 산타 역할을 하면서 직접 선물을 주지 않고 백화점에 배치된 선물의 위치와 가격을 말해주는 역할이다. 게다가 너무나 비씬 선물이 있으면 경쟁사 백화점의 세일을 언급할 정도니 이 너무나 오지랖이 큰 산타인가? 어찌됐든 후반부 산타클로스가 법정까지 가서 진짜임을 판결받게 되는 오글거리는 장면이 지금은 못 봐준다 하더라도 크리스마스만 되면 이 모든 것이 용서되고 기억에 남는 94년의 가족 영화였다.
4.베이비 데이 아웃(94.8.6 개봉)
감독 : 패트릭 리드 존슨
배우 : 조 만테냐, 라라 플린 보일, 조 판톨리아노
상당한 재산가인 캇웰 부부는 자신들의 아기 빙크의 사진을 신문에 싣기 위해 시내의 유명 사진사를 부른다. 이 소식을 들은 에디,비코,노비 3명의 악당은 사진사 일행으로 위장해 빙크를 납치하고 부부에게 몸값을 요구한다. 이제 악당들은 가만히 몸값만 기다리면 되는 상황. 그런데 빙크는 생각지도 못한 악동 기질을 가진 아기였다. 빙크가 악당 일행을 떠나 밖으로 탈출하게 됨으로써 악당들은 그야말로 생고생을 하게 된다.
동심어린 시각에서 볼 때 매우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였지만, 지금 돌이켜 본다면 억지스러운 설정이 약간 거슬린다. 아기 빙크는 영화내내 기어다니는데 사람들이 많은 도심을 기어 가는데도 성인 어른들이 못 알아본다는 설정이 억지스럽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의 컨셉상 이해를 하자면 그냥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우연'과 '행운'이 아기와 함께하면서 아기들을 찾으려는 악당들은 처절한 불행을 당하게 된다. 길가 주변의 도구들에 다치고,동물원의 동물들에게 크게 당하고, 겨우 아기를 잡았지만 호기심 어린 아기가 불을 질러 하의가 다 타는 '불상사'까지 당하게 된다. 아무생각없이 본다면 시종일관 재미있게 즐길수 있지만 삐딱한 시선에서 본다면 아기를 돋보이게 위해 희생당하는 성인 배우들의 연기가 처절할 정도로 눈물겹게 보일것이다. 영화를 보면 [나홀로 집에]를 연상할수 있는데 알고보니 이 영화의 제작자 존 휴즈가 [나홀로 집에]의 제작자였다고 하니 그 취향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추천할만한 작품이다.
5.외야의 천사들(94.12.31 개봉)
감독:윌리엄 디어
출연:대니 글로버,브렌다 프리커,토니 댄자,크리스토퍼 로이드,조셉 고든 레빗
소년 로저(조셉 고든 레빗)는 일찍이 엄마를 잃었고 아빠는 떠돌이 삶을 즐기고 있어 사실상 고아나 다를 바 없다. 로저는 자신이 응원하는 '에인절스'가 우승하면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을 믿고 있지만 '에인절스'는 연이은 패배로 해체될 위기에 놓인 팀이다. 로저는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기도를 하게 되는데, 로저의 꿈이 간절해서 인지 아니면 '에인절스'라는 팀명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인지 천국에 있는 천사 '알'(크리스토퍼 헤이든)을 중심으로 한 천사들은 '에인절스'에 기적을 일으키려 한다.
90년대 어린이들을 소재로 한 스포츠 영화는 다양했다. 리틀야구에 뛰고있던 소년이 어느날 황금팔을 가져 메이저리그에 입단해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한다는 영화 [루키] 처럼 [외야의 천사들] 또한 그러한 아이들의 동심과 야구의 재미를 이용한 몇 안 되는 스포츠 판타지물이었다. 조약해 보이는 특수효과지만 코미디를 등에 업은 영화는 나름 재미있었으며 예상치 못한 여러 장면은 유쾌했다. 천사들의 기적을 체험한 에인절스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어 스스로 강팀이 되어가는 후반부가 지나치게 교훈적으로 보이지만 나름 나쁘지 않았던 마무리였다. 이 영화를 지금도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영화에 등장한 아역과 조연들의 면모다. 주인공 소년 로저는 다름 아닌 '조토끼' '조셉 고든 레빗' 이었다.
영화 속 똘망 똘망한 눈빛은 그야말로 조셉의 어린 시절 그 자체의 모습으로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면 너무나 귀엽게 보일 것이다. 그 외에도 애드리언 브로디,매튜 매커너히가 조연과 단역으로 출연하니 눈크게 뜨고 재감상한다면 그들의 무명시절 모습을 볼수 있는 행운을 누리게 될것이다.
6.고인돌 가족 플린스톤(94.7.16 개봉)
감독: 브라이언 레반트
출연: 존 굿맨,릭 모라니스, 카일 맥라클란,할리 베리
1960년대부터 미국 ABC 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국내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어 20대 중후반 된 세대까지는 매우 친근하게 느끼는 작품이다. [고인돌 가족 플리스톤]의 배경은 중요하지 않다. 시대만 원시시대일 뿐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지금의 현재와 다를바 없다. 현시대의 모습을 원시시대의 도구와 장비로 표현하고 풍자한 모습이 이 작품의 포인트이다.
주인공 플리스톤은 가족을 사랑하는 전형적인 월급쟁이에 친구와의 우정을 중요시하고 맥주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아버지' 다. 만화속의 토실토실 하면서 하는 행동마다 귀여움을 주는 이 캐릭터를 '존 굿맨'이 리얼하게 연기했는데 이 영화속 그의 연기는 그의 연기인생에 있어 모든 영화팬들의 기억에 남는 강렬한 인상을 주게된다. 만화속 플리스톤이 정말로 실사 화면에 살아 나온것처럼 리얼했고 원작보다 너무 귀여웠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은 유치해진 어른들의 모습과 세계관을 귀엽게 표현해낸 매력적인 작품이다.
P.S: 이 영화도 눈크고 집중해서 본다면 너무나도 반가운 인물의 무명시절을 확인할 수 있다. 연소자 관람가 영화를 순식간에 19금으로 만들어 버린 바로 아래 사진속 장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