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대한민국 대표배우 2인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설경구와 송강호. 국민배우라 불리는 두 사람에게는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작품이 있다는 것 외에도 공통점이 많습니다. 우선 두 사람 모두 연극을 통해 연기 판에 발을 디뎠습니다. 영화로 전향한 시기 역시 96년으로 같습니다. 여기에 두 사람 모두 배우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습니다. 설경구는 2001년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송강호는 2007년 영화 [밀양]에서 말이죠. 드라마를 꺼리는 것도 유사한 점입니다. 두 배우 모두 데뷔 20년이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브라운관과는 친하지 않습니다. 송강호는 한 번도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았고 설경구는 94년 작 아침 드라마 [큰언니]에 단역으로 출연한 것 외에는 드라마 경력이 없습니다. 많은 공통점을 가진 두 배우지만 걸어온 길은 사뭇 달랐습니다.
데뷔는 송강호 쪽이 먼저였습니다. 91년 극단 연우무대에 입단, 연기에 입문한 송강호는 개성 있는 페이스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큰 사랑을 받습니다. 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통해 영화계에 데뷔한 후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살인의 추억] 등 굵직굵직한 작품에 많이 출연했습니다. 그의 출연작에는 장르가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효자동 이발사] 가족을 주제로 한 드라마였고 [살인의 추억]은 미스터리 스릴러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서부극이었죠. 봉준호, 김지운, 박찬욱 등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감독들이 송강호를 앞다투어 캐스팅하려고 하는 것은 언제, 어떤 장르의 영화에서든 맡은 바의 120% 이상을 해내는 그의 연기력과 작품 해석력이 한 몫을 한다는 평입니다.
그런가 하면 설경구는 93년 연극 '심바새매'로 배우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영화계 데뷔작은 96년 [꽃잎]. 그 후 [박하사탕], [광복절 특사], [공공의 적], [실미도] 등 20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30편 가까운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하였습니다. 출세작은 문소리와 함께 출연한 [박하사탕].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한국 영화사 길이 남을 명장면을 탄생시킨 이 영화는 설경구를 순식간에 최고의 배우로 만들었습니다. 한편 송강호가 꼼꼼하게 작품을 고르는 배우라면 설경구는 상대적으로 덜 꼼꼼한(?) 배우인데요. 실제로 그는 한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고르는 기준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설경구는 신인 감독부터 유명 감독까지 다양한 감독들과 작업을 했습니다. 당장 최근작만 보더라도 [감시자들] 조의석 감독과 [스파이] 이승준 감독 모두 이 영화들을 통해 데뷔한 신인 감독입니다.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두 배우가 이번 추석, 스크린으로 찾아옵니다. 그것도 불과 일주일 차이로 말이죠.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인 설경구 주연의 [스파이]와 송강호 주연의 [관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어떤 영화를 예매할까 고민하실 여러분을 위해 무비라이징이 두 영화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스파이]
감독: 이승준
출연: 설경구, 문소리, 다니엘 헤니
개봉: 2013년 9월 5일
1. 스파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파이 김철수(설경구 분). 그러나 부인 영희(문소리 분) 앞에만 서면 쩔쩔매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편이기도 합니다. 아무도 모르게 나랏일을 하는 탓에 출장을 밥 먹듯이 하는 철수. 하필이면 2세를 만들기 위해 받아놓은 은밀한(?) D-day에 의문의 테러가 발생해 진상파악을 위한 태국 출장 명령을 받게 됩니다. 위험천만한 작전지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철수, 그런데 그곳에서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 나타납니다. 그의 와이프, 천방지축 영희가 그 주인공이죠. 심지어 영희의 옆에는 위험하게 잘생긴 의문의 사나이(다니엘 헤니 분)이 함께 있어서 철수의 애간장을 더욱 태웁니다.
한편 남편의 정체를 모르는 스튜어디스 영희는 또 바람을 맞춘(?) 남편의 처사에 화가 나서 비행스케줄도 바꾸고 태국으로 갑니다. 그 곳에서 위험하게 잘생긴 꽃미남 라이언과 달콤한 시간을 보내죠. 국가의 운명이 왔다갔다하는 절체절명의 상황. 우리의 스파이 김철수는 국가안보와 와이프 두 사람 모두 지켜야 하는 인생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과연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스파이, 이 장면!
코믹 영화 스파이에는 웃음을 유발하는 다양한 장치들이 존재합니다. 다양한 장면 중 많은 관객을 빵 터지게 한 장면은 단연 '태국 레스토랑' 씬입니다. 빨간 탑 드레스를 입은 영희는 눈앞의 라이언(다니엘 헤니 분)을 바라보며 눈에서 하트가 발사되는데 정작 남편인 철수는 뒤에서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습니다. 아내 앞에 나서는 순간 정체는 탄로 나고 스파이로서 존재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죠. 아내 지키랴 나라 지키랴 바쁜 철수입니다. 한편 태국 레스토랑 씬은 화려한 액션 역시 볼거리입니다. 물론 총탄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은 멈추지 않습니다. 이 밖에도 야쿠르트 아줌마 라미란의 활약,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울 것 같은 얼굴로 '마누라'의 전화를 받는 설경구 등은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입니다.
[관상]
감독: 한재림
출연: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김혜수 외
개봉일: 2013년 9월 11일
2. 관상
세종은 왕권을 강화하고 민심을 안정시킨 조선 최고의 성군이었지만 한가지 실패한 것이 있다면 아들들을 너무 똑똑하게 낳았다는 것입니다. 세종 사후 왕위에 오른 문종은 어진 마음을 가진 성군이었지만 병약했고 그의 아들 단종은 아직 어린아이였죠. 반면 수양대군, 안평대군 등 세종의 자식들은 종친으로 묻혀버리기에는 큰 야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관상]은 바로 이 혼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 분). 처남 팽헌(조정석 분)과 아들 진형(이종석 분)과 함께 산속에 칩거하던 그는 기생 연홍(김혜수 분)의 제안으로 한양으로 향합니다. 연홍의 기방에서 관상 보는 일을 하며 용한 관상쟁이로 한양 바닥에 소문이 돌 무렵 내경에게 한 사람이 찾아옵니다. 그는 바로 단종을 지키려 했던 김종서(백윤식 분). 사헌부를 도와 관상을 보며 인재를 등용하라는 명을 받은 그는 궁으로 들어가고 여기에서 수양대군(이정재 분)을 만납니다. 수양이 역모를 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내경은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겁니다.
관상, 이 장면!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모였습니다. 송강호, 김혜수를 시작하여 이종석, 조정석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감독의 뜻은 캐스팅에서부터 엿볼 수 있습니다. 초반부의 코믹함부터 중반 이후 갈등이 폭발하는 부분까지 영화 내내 눈을 뗄 없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특히 초반부 내경과 팽헌이 아침 일찍 학문을 배우러 가는 아들 진형을 떠나보내는 장면은 가히 '영상의 극치'라고 말할 만합니다. 선천적으로 발을 저는 장애를 가진 아들은 느릿하지만 한 발짝 한 발짝씩 아버지의 품을 떠납니다. 그를 지켜보는 아버지의 표정 역시 안타까움과 연민이 교차합니다. 바람에 휘날리는 들판의 모습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세 사람의 운명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