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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김태완 "한화 방출, 후회없이 야구하고 싶었다"

16.09.2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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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전 한화)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지난 2006년 프로에 입단해 올해로 11년째 입고 있는 한화 유니폼이었기에 애착이 컸다. 그럼에도 그는 떠날 결심을 했다. 주위 만류가 있었지만,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후회 없이 야구를 하고 싶었다.”

 그의 웨이버 공시가 발표된 다음 날인 지난 21일 대전의 한 커피숍에서 김태완을 만났다. 대전구장에 들러 인사를 하고 나왔다는 그의 얼굴에서 다양한 감정이 엿보였다. 그는 “한화를 떠나게 돼서 아쉽고, 후회 없는 선택을 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김태완은 프로 입단 3년차인 2008년을 시작으로 2년 연속 23홈런을 때려내며 차세대 거포로 주목받았다. 2010년 15홈런까지 3년 간 그가 때려낸 홈런은 61개나 됐다. 이후 김태완은 2년 간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돌아왔지만, 포지션 중복 문제와 외국인 타자 영입 등으로 입지의 불안함을 느꼈다. 무엇보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독특한 타격폼에 대해 끊임없이 수정 요구를 받으면서 심리적인 부담감까지 느꼈다.

 

 노력을 안 해본 것도 아니다. 김태완은 “제대 후에는 어떻게든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코칭스태프의 말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내용이 좋지 않았다. 이후 처음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화를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내 야구 인생을 위해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새로운 둥지를 찾아 나선 김태완의 의지는 확고하다. 그는 “프로에 입단하면서부터 내 목표는 ‘매 순간 후회 없이 야구를 하고, 미련 없이 그만두자’는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제대로 된 김태완의 야구를 해본 적이 없다. 타격폼 때문에 타석에서도 투수 대신 나 자신과 싸웠다. 이제는 온전히 나만의 야구를 하고 싶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없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통해 김태완은 성장했고, 그 과정 속에서 미래에 대한 확신을 얻은 셈이다.

- 정든 팀을 떠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김태완  “타격폼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다. 군 제대 후에는 기회를 잡아야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코칭스태프의 말대로 하려고 노력했다. 잘 안되더라. 계속해서 1‧2군을 오갔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4시즌에 2군에 있을 때 이정훈 (2군)감독(현 2군 타격코치)님께 예전 내 타격폼 대로 해보고 결과가 안 좋으면 다시 바꾸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이후 결과가 좋았다. 1군에 올라와서도 잘 맞는 안타가 나오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내 타격폼에 대해 확신이 생기면서 2015년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님 부임 후 다시 타격폼을 수정해야만 했다. 내가 편한 폼 대신 감독님이 요구하시는 틀에 맞춰야 한다는 사실이 힘들었다.”

-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김태완은)타격폼을 고쳐야 한다. 투수가 던진 공에 스윙이 전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태완  “나는 야구를 1~2년 한 선수가 아니다. 내 나름대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만들어진 나만의 폼이 있다. 이전부터 타격폼에 대한 고민이 많았기에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타격폼이란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서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자세다. 하지만, 감독님이 요구하는 폼은 안 맞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했다. 지난 2년 동안 나는 타석에서 많은 시간을 투수대신 나와 싸워야했다. 안타가 나오더라도 어떻게 쳤는지에 대한 감이 없더라. 그래서 더 괴로웠다.”

- 소통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김태완  “문제는 선수가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정해놓은 답이 있다면 그 답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필요하고 왜 그 답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과 이해가 필요하다. 그런 과정 없이 ‘이게 맞으니까 그냥 너는 따라만 와’라는 식은 선수로서 납득할 수 없다. 프로에서 개인 기록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선수에게 있지 않은가.”

- 언제 팀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인가.

김태완  “지난해 시즌 중반에 2군에 내려간 후 마음을 못 잡았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해보고 얻은 결과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도 타격폼에 대한 부침이 계속됐다. 결국 시즌 초에 ‘팀을 떠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감독님께 직접 찾아가 트레이드를 시켜달라고 얘기했다.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고 하셨지만, 마음의 동요는 없었다.”

- 결과적으로 시즌이 끝날 무렵에 결론이 났다. 구단에서는 계속해서 만류했지만, 팀 이적에 대한 본인의 의지가 확고했다고 들었다.

김태완  “지난해 타격폼에 대한 스트레스로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다. 올해도 그렇게 시즌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나이도 먹고 있고, 언제까지 야구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야구를 하는 만큼은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떠나기로 결심했다. 최근 2군에 가기 전부터 다시 내 폼으로 치기 시작했다. 김재현 타격코치님이 '원래 폼이 너한테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하시더라. 동료들도 예전 폼으로 쳤을 때 타구의 질이 좋고 밸런스도 잘 맞는다고 말해줬다. 내 폼과 타격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 그럼에도 11년 동안 몸담았던 팀이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다.

김태완  “그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군 입대하기 직전에 야구 좀 한 것 빼고는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꼭 한 번은 그동안 응원해준 한화 팬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것을 못하고 떠나게 돼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하지만, 이게 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든 기회가 되면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단장님께 마지막으로 인사드리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불러 달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내가 야구를 잘 해야 할 것 같다.”

- 몸 상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김태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특별히 아픈데 도 없다. 내가 손목이 안 좋다는 것부터 나도 모르는 내 몸 상태에 관한 얘기들이 많더라. 지금도 꾸준히 개인 운동을 하고 있다.”

- 복수의 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새로운 출발에 대한 의지가 남다를 것 같은데.  

김태완  “웨이버공시 특성상 일단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아직은 어떤 팀으로 가게 될지 아니면 야구를 못하게 될지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어디든 기회를 얻는다면 모든 것을 쏟아붓고 싶다. 그동안 힘든 시간들을 보내서 야구에 대한 갈증이 있다. 프로에 입단했을 때 내 목표가 ‘후회 없이 야구하고,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는 것’이었다. 목표를 위해 정든 팀과 이별까지 했다. 이제는 후회 없이 야구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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