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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이광환 감독이 그리는 여자야구의 미래

16.09.1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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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자야구월드컵 지휘봉을 잡았던 이광환 감독(현 KBO 육성위원장이자 여자야구연맹 고문)이 깊게 내쉰 숨에서 다양한 감정이 섞여 나왔다그는 “대회를 성공으로 마쳐서 뿌듯하지만우리나라 여자야구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을 확인해서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부산시 기장군에서 열린 세계여자야구월드컵이 지난 11일 막을 내렸다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각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슈퍼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비록 슈퍼라운드에서 세계 여자야구의 높은 벽에 부딪쳐 전패라는뼈아픈 결과를 얻었지만,발전 가능성을 확인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대표팀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소프트볼 선수 합류와 관련해여자야구연맹과 소속 대의원들과의 소통부족,연맹 운영상의 문제로 인한 잡음으로 비상대책위원회(연맹 소속 41명의 대의원으로 구성이하 비대위)가 꾸려졌다비대위는 ‘세계여자야구월드컵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여자야구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두고 ‘누구를 위한 축제냐’고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이광환 감독은 “이번 일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했다그는 대회를 마치고 여자야구연맹과 비대위)와의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서울로 이동했다이 감독은 “누구든 다른 어떤 것보다도 여자야구 발전에 대해서만생각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대회를 잘 마쳤다.

이광환 “시원섭섭하다여자야구 감독은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고선수 관리에 있어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더라말 한마디도 조심스러웠다그래도 대회 기간 내내 선수들과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고민을많이 했다이제는 선수들이 딸 같고손녀 같고 그렇다.”

 

 

-슈퍼라운드 진출을 일찍이 확정지었지만정작 슈퍼라운드에서는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

이광환 “예상외의 소득이었다슈퍼라운드를 일찍 결정지으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이 생겼다그리고 가능성도 봤다물론 아직까지는 세계여자야구 수준에 미치지는 못한다일본이나 미국 같은 경우를 보면 여자선수들 중에 리틀 야구를 했던 사람들이 많다성인이 되서도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고연습을 하는 경우들이 많다어려서부터 운동을 하다보면 선수들의 체력이 향상되고,아무리 여자선수라도 남자선수들과 함께 운동을 해보면 기술적인면에서도 도움이 많이 된다.대회를 치르면서 느낀 것은 우리는 어려서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온여자야구선수들이 많이 없기 때문에 확실히 체력적인 면에서 당해내질 못한다는 것이다탄탄한 기본기가 바탕이 되지 못하니 기술적으로도 이겨낼 수가없다실업팀도 없이 동호회로만 존재하고 있는 여자야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결국 전력 보강을 위해 소프트볼 선수들을 엔트리에 합류시켰다.

이광환 “처음에는 여자야구선수 30명을 상비군으로 뽑아서 훈련을 했다다들 직장이 있는 사람들이라 주말 밖에 훈련 스케줄이 안나오더라최종적으로 국가 대표팀을 구성하는데 있어 고민을 많이 했다아무래도 국가대항전이기 때문에 성적과 결과를 내야했다특히나 국내에서 치르는 대회이기 때문에 더욱이 전력 보강이필요했다그래서 소프트볼 선수들을 합류시킨 것이다종목의 특성상 투수와 포수는 여자야구선수들로 꾸리고야수들 대부분을 소프트볼 선수들로 채웠다그마저도 훈련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대회전에 합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대회 전 날 다모였다.”

 

 

소프트볼 선수들의 대표팀 합류 과정에서 연맹과 비대위 간에 잡음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이광환 “소프트볼 선수들을 대표팀에 합류시킨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않는다대만은 소프트볼 선수들로만 최강팀을 꾸려왔다현 여자야구전력으로는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낸다는 것 자체가어려운 일이다국가대항전의 특성상 성적을 별개로 생각할 수는 없다실력이 중요하다다만절차상의 문제는 있는 것 같다연맹과 대의원 측이 자기주장만 내놓지 말고 양보하면서 서로의목소리를 들어줬어야 했는데,그게 안 된 것 같다그렇다고 해서 비대위 측에서 대회 보이콧을 한 점은 안타깝다.”

 

대표팀을 이끌었던 수장으로서 마음이 안 좋았을 것 같다.

 

이광환 “국내 최초로 세계여자야구 축제를 치렀다아무리 문제가 있더라도 대회를 끝내놓고 목소리를 냈으면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손님을 부르고잔치를 벌려놓고 불편하게 한 모양새가 됐다대회 내내 마음 한 쪽이 안 좋았다.”

 

 

미디어데이에서 '이 대회가 여자야구의 정상 반열을 향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한 의미는 무엇인가.

 

이광환 “큰 대회를 처음 치르면서 공부가 많이 됐다다른 나라를 보면서 여자야구가 언젠가는 올림픽 종목으로 들어 갈텐데우리도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들이 해야겠다는생각을 했다벌서 유럽에서도 여자야구를 시작했고인도도 그렇다지금처럼 동호회 중심의 여자야구보다 조금 더 장기적으로 준비를해야 한다리틀 야구에서부터 여자선수들이 꾸준히 꿈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지원이 필요하다일단 전국체전 종목 채택이 우선인 것 같다변화를 위해서는 관심이 필요한데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사람들에게 여자야구를 알리게 된 것이 가장긍정적이다.”

 

-2007년 여자야구연맹 출범부터 지금까지 한국여자야구 발전을 위해 힘을쓰고 있다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광환 10년 동안 노력해서 지금까지 키워 놨다처음에는 야구 계에서도 ‘무슨 여자가 야구를 하냐’고비아냥거렸다나는 여자들도 보는 야구에서 하는 야구로의 관심 확대가필요하다고 생각했다결국 그게 크게 보면 야구의 발전이 아니겠나나는 지금 KBO 육성위원장으로 있으면서도 여전히 여자야구 발전에 대해 고민하고있다요즘에는 ‘내가 10년만 젊었어도’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마음같이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열정만 넘친다.”

 

 

본인 생각과는 달리 연맹은 내홍을 겪고 있다.

 

이광환 “처음에는 연맹에 예산이 없어서 지원을 받기 위해 애를 썼다없는 살림이지만즐거웠고 나름 보람도 있었다이제는 연맹이 규모가 커지고 하는 일도 많다보니 잡음이 생기는 것 같다어느 쪽이든 여자야구 발전만 생각했으면 좋겠다그래야만 같은 곳을 보면서 갈 수 있다.”

 

앞으로 여자야구가 어떤 길을 갔으면 하나.

  

이광환 “4년 전에 세계여자야구월드컵 대회를 유치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반대를 했다우리나라 여자야구는 아직 세계대회를 유치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는 것이 이유였다그 말을 듣고 더 유치하고 싶었다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여자야구를 알고세계여자야구 수준을 보여줘야만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관심이 필요하다는 얘기다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여자야구가 성장했으면 좋겠다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확실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한다면 남자야구처럼 장족의 발전을이뤄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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