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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초심' 아닌 '종심'으로.. kt 전민수

16.09.0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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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초심(初心)’을 이야기 할 때 kt 전민수는 ‘종심(終心)’을 가슴속에 새겼다. 2008년 프로 입단 후 두 번의 어깨 수술과 재활, 8년이라는 시간을 무명으로 살았던 그에게 야구인생은 벼랑 끝에서 반드시 살아남아야만 하는 절박함 그 자체였다.

 덕수고 시절 그는 전동수(全東秀)라는 이름으로 청룡기 타격상과 봉황대기 수훈상,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할 정도로 남다른 타격 재능을 가진 선수였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현대 유니콘스의 지명을 받았지만, 그가 입단했을 때 팀은 우리 히어로즈로 바뀌었다.

 프로에 들어온 그는 부상으로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두 차례의 어깨 수술로 4년이라는 시간을 재활로 소비했다. 그 사이 팀으로부터 방출 소식을 들었다. 그의 통산성적은 15경기 20타수 무안타가 전부였다. 

이를 악물었다. 프로에서 안타 한 개도 쳐보지 못한 선수로 남기 싫었다. 이제껏 자신을 위해 희생하고 응원해준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물러설 길이 없었다. 마음을 다잡고 1년 동안 재활에 매달린 그는 2014년 8월 kt에 입단할 수 있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이름도 전동수에서 전민수(全敏秀)로 바꿨다.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무리를 했던 탓일까. 전민수는 kt 입단 후 첫 마무리캠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재활이 필요했기에 자리가 위태로웠다. 시작도 못 해보고 방출될 위기에 처했지만,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목표를 위한 힘찬 발걸음 내디딜 수 있었다.

 올해 그는 데뷔 9년 만에 빛을 봤다. 지난해 퓨처스리그(8홈런 46타점・타율 0.395)에서의 활약을 발판삼아 1군 콜업의 기회를 얻었고, 그 속에서 생애 첫 안타와 홈런, 타점 등을 기록했다. 위기가 왔을 때 넘어지거나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집념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아쉽게도 지난달 9일 친정팀 넥센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전민수는 웃는다. 올해 자신이 거둔 수확에서 내년의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 다리 부상 후 몸 상태는 어떤가.

전민수  “오늘(1일) 병원에서 상태 점검을 위해 CT 촬영을 했다. 뼈가 80% 정도 붙었다고 하더라. 깁스를 풀고, 반깁스로 바꿨다. 오늘은 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집에만 있었더니 몸이 많이 다운되더라. 무엇보다 올해 1군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잊어버릴까 봐 걱정이다.”

- 다쳐서도 야구 걱정만 하는 것 같다.

전민수  “오랫동안 기다렸던 기회이고, 이제 막 1군에서 좋은 투수들을 상대하면서 나름대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경험들을 쌓아가는 와중에 생긴 부상이라 아쉽다. 정상급에 있는 선수들도 한 번씩 부상을 당하거나 슬럼프를 겪기도 한다. 그런 선수들도 다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아직 갈 길이 먼 나는 어떻겠나. 그래서 걱정이 되는 것 같다.”

- 하필 친정팀을 상대로 부상을 당했다. 신재영과는 넥센 시절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전민수  “(신)재영이랑은 넥센 2군에서 힘든 시절을 함께 했다. 그때는 2군이 강진에 있을 때였는데, 고생을 많이 했다. 1군에서 상대로 만나니 기분이 이상하긴 하더라. 그래서 특별히 서운하거나 안 좋은 것은 없다. 다치고 나서 재영이한테 전화가 왔다. ‘몸쪽으로 바짝 붙이려다가 공이 빠졌다. 정말 미안하다’고 하더라. ”

- 시즌 막판에 들어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하긴 했지만, 올해 개인적으로는 뜻 깊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전민수  “나와 관련된 기사들을 보면서 어쩌다보니 내가 9년 차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 데뷔 9년 만에 1군에서 활약하게 됐는데, 돌이켜보면 9년 이라는 시간이 내게 그리 길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혼자 과거를 돌이켜보면 시간이 흘렀다는 것에 실감을 못 한다. 그러나 팀 전체 미팅 때 쭉 서보면 내 후배들이 많더라. 그때 내 나이를 느끼는 것 같다. 아무래도 경기를 뛰면서 보낸 시간보다 재활 때문에 벗어나 있던 시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 그러고 보면 야구선수에게 두 번의 어깨 수술은 야구인생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

 전민수 “어깨 수술은 한 번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하다. 처음에는 2010년에 경기 중에 외야에서 슬라이딩 캐치를 하다가 오른 어깨가 돌아가면서 연골이 찢어져 수술을 하게 됐다. 당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복귀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무리해서 재활을 하고 마무리캠프에 갔다. 내가 우투좌타라 수비를 할 때에도 타격을 할 때에도 오른 어깨를 많이 쓴다. 그게 무리가 됐는지 다시 문제가 찾아왔다. 결국 재수술을 하게 됐다. 두 번째 수술을 하고 나서는 재활을 1년 했는데에도 팔도 못 들고, 공을 5m도 못 던졌다. 2013시즌이 끝나고 팀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

- 굉장히 절망스러웠을 것 같았다. 야구를 그만 둘 생각은 안했나.

전민수  “두 번째 어깨 수술을 하면서 ‘이거 야구해야하는 건가. 말아야 하는 건가’라는 고민을 했다. 프로 동기생들은 잘 나가는데 왜 나만 이러나 싶은 마음에 원망스럽기도 하더라.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다시 프로 유니폼을 입고 1군에서 안타 한 개는 쳐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고 ‘아버지가 프로야구선수였다’는 것을 알려주려면 적어도 기록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곁에서 믿고 응원해주셨던 부모님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1년 뒤인 2014년 8월에 kt에 입단했다.

전민수  “사람들이 ‘초심’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때 내 마음가짐은 ‘종심’이었다. 여기가 끝이라는 생각으로 절박하고 절실하게 매달려야 했다. 사실 kt 입단 후 첫 마무리캠프에서 이틀 만에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방출될 뻔 했다. 그때 이광근 kt 2군 감독님과 이숭용 코치님 등이 많이 도와주셨다. 덕분에 기회를 연장했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


-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던 만큼 얻은 것도 있을 것 같다.

전민수  “넥센에서 방출된 후 야구장을 떠나있었던 1년 동안 성숙해졌다. 복귀했을 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부터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분석하고 공부했다. 그게 도움이 많이 됐다. 특히나 이전에는 힘든 일이 있으면 마음의 여유도 없어서 주변을 의식하고, 스스로에게 집중을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무명으로 8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오직 내 목표, 내 야구만 생각하고 집중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여유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기더라.”

- 올해 프로 데뷔 첫 안타와 첫 타점, 첫 홈런 등 의미있는 기록들을 세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전민수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어느 것 하나 뽑을 수 없을 정도로 내가 나갔던 모든 경기들이 다 기억에 남는다. 그럼에도 그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첫 안타를 쳤던 순간이다. 당시 주자 만루상황에서 내가 타석에 들어설 차례였는데, 조범현 감독님이 부르시더라. 그러더니 감독님께서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2군에서 했던 것처럼 편하게 하라'고 말씀해주시더라. 누군가는 그 말을 들으면 형식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데, 나는 그 순간 긴장이 풀어지고 정말 마음이 편해지더라. 믿음을 받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조범현 감독님께는 기회를 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을 안고 있다. 이광근 2군 감독님도 마찬가지다.”

- 아직도 많은 이들이 기회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힘든 시간을 지나온 선배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전민수  “결국 안 아픈 놈이 이긴다는 것이다. 부상을 당하지 않고, 아프지 않으면 실력이 아무리 없는 선수라도 거북이처럼 차근차근 경험이 쌓이고 능력치가 쌓이더라. 아프면 이제껏 잘해왔어도 다시 0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때문에 몸 관리를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2군에서 오래 생활을 하다보면 젖어들기 마련이다. 거기에 만족하고 목표가 불분명해지기 마련인데, 2군 생활도 형식적으로 하는 것보다 1군이다 생각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러면 1군에 올라갈 기회를 잡게 됐을 때 실력발휘를 확실히 할 수 있다.”

- 전민수의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전민수  “1년 동안 밖에서 재활을 하면서 내 야구 인생에 대해 구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렸다. 2015년은 4년 재활 후 맞이하는 첫 시즌이기 때문에 2군에서 부상없이 전 경기를 뛰는 것이 목표였고, 올해는 1군 무대를 경험하면서 전민수라는 이름을 알리고 싶었다. 지금까지는 2년 동안 세운 목표를 모두 이뤘다. 내년에는 우리 팀 외야에 내 자리를 만들고 싶다. 그 목표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느 상황에서든 제 몫을 다해주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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