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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연천미라클 윤국영, '인생 즐기는 법'을 배웠다

16.08.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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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NC 마운드의 활력소가 돼 주고 있는 김진성과 최금강은 팀 창단 후 공개 테스트인 트라이아웃을 통해 기회를 얻었다. 당시 트라이아웃을 거쳐 NC에 입단해 지금까지 살아남은 선수는 김진성과 최금강 둘 뿐이다. 쉽지 않은 길을 통해 NC에 입단했지만, 많은 이들이 또 다시 실패를 맛봐야했다. 

  연천 미라클의 윤국영도 그랬다. 테스트를 받고 어렵사리 프로행의 꿈을 이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방출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꿈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은 특별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꿈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윤국영은 프로행의 목표를 두고는 있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과거가 아닌 ‘지금, 여기’를 사는 자신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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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인 초등학교 5학년에 야구를 시작한 그는 특출난 선수는 아니었다. 중학교 때에는 뒤처지는 실력에 졸업 때까지 경기를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했고, 대학 졸업을 앞두고는 야구가 아닌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고, 2012년에 트라이아웃을 통해 신생팀 NC의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프로 입단의 기쁨도 잠시, 1년 만에 방출 통보를 받았다. 2군에서 단 8경기에 나선 것이 윤국영에게 주어진 기회의 전부였다. 

 아쉬움을 안고 군 입대를 선택한 그는 야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성공’에 대한 욕심보다는 ‘도전’에 대한 미련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가 선택한 곳은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이었다. 올해 연천에 입단한 그는 누구보다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팀의 활력소가 돼주고 있다. 그만큼 그에게 관심을 갖는 프로 구단도 늘어나고 있다. 

 ‘야구를 하면서 주인공처럼 즐겨본 적이 없다’는 윤국영은 오늘도 후회 없는 도전을 이어가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윤국영은 말한다.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의 자리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더라. 스스로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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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를 하면서 두 번의 트라이아웃을 통해 도전의 기회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NC에서는 실패를 했고, 연천에서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데. 

윤국영  “NC에서 방출된 후 군입대를 선택했다. 2015년에 전역하고 고민을 많이 했다. 야구를 다시 해야 할지, 한다고 해서 프로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지 확신이 안서더라. 막상 야구를 그만둔다고 해도 할 일이 마땅치 않더라. 그러다 연천 미라클의 존재를 알게 됐다. 구단 특성상 회비를 내야하는데, 딱히 모아둔 돈도 없고 부모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에 부탁을 드렸는데, ‘네가 하고 싶다면 해보라’며 흔쾌히 허락하셨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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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이라는 말에서 절실함이 느껴진다. 

윤국영  “나는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중학교 때에는 실력이 안돼서 시합에 제대로 나가지도 못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3학년 때까지는 프로행에 대한 기대도 없었다. 그때는 졸업하고 공무원 준비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다행히 대학 졸업 후 NC에 육성선수로 입단했지만, 그마저도 결과는 방출이었다. 연천에 들어와서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은 이제까지 야구를 하는 내내 실력을 떠나 그 속에서 주인공처럼 즐기지를 못했다는 것이다. 그저 ‘해야 하니까 한다’는 느낌으로 야구를 했다. 절박함, 절실함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야구라는 것 자체를 즐기고 싶다. 연천에서 야구를 다시 할 기회를 얻는다는 것조차 감사할 일인 것 같다.”

- 지나온 시간에 대해 후회를 한다는 얘긴데, 돌이켜봤을 때 언제가 가장 아쉽나. 

윤국영  “NC에 입단을 했을 때, ‘창단 팀이니까 다른 팀들에 비해 기회가 많겠지’라는 조금은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프로행에 나름 들떠있기도 했다. 확실히 그때는 주어진 기회에 대한 소중함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다시 프로 유니폼을 입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힘든 일임을 새삼 깨닫고 있다. 야구뿐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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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이아웃을 통해 NC에 입단했던 선수들 대부분이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지금 1군에서 활약 중인 김진성, 최금강 등 소수의 선수만이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 

윤국영  "당시 트라이아웃을 통해 들어온 선수들이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었다. 다른 팀에서 방출 당한 선수들부터 지명을 못 받은 선수, 오랫동안 쉬었다가 다시 야구에 도전하는 선수 등 외인구단 같은 느낌이 있었다. 잘해보자는 의욕과 의지는 앞섰지만, 아쉽게도 기회를 많이 얻지는 못했다. 당시 트라이아웃을 통해 NC 유니폼을 입었던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 올해 프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지난 5월 삼성 3군과의 경기에서 멀티홈런을 때려내며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윤국영  “NC에서 방출되고 군대에 가면서 야구를 못했다. 올해 연천에 들어오면서 대략 4년 만에 연습경기에 나섰는데, 가슴이 콩닥거리더라. 설렘을 느꼈다. 뭔가 기다렸던 순간이 찾아온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확실히 훈련만 하는 것보다 연습경기를 하면 기량이 느는 것 같다. 내 장단점을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늘 경기에 나가면 팀이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연습경기라고는 하지만, 지고 싶지 않다. 그런 생각 때문에 집중력이 높아져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 같다. 나로 인해 팀이 많이 이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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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식 연천 미라클 감독이 입단 때와 비교해 기량이 점차 향상되고 있다고 칭찬하기도 했는데.

윤국영  "여기는 야구밖에 할 것이 없다. 주위 선수들 대부분이 프로에 가고 싶다는 꿈을 갖고 굉장히 열심히 한다. 이런 부분들이 좋은 자극이 된다. 스스로도 실력이 늘고 있는 게 느껴져서 나도 욕심을 내고 있다. 미라클이라는 팀이 없었으면 지금 야구를 안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연천 미라클은 어떤 의미인가. 

윤국영  “올해 초 연천 미라클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면서 ‘여기서 떨어지면 야구를 하지 말아야하는 운명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유일한 독립구단이기도 했고, 나 같은 선수에게는 기회의 땅이다. 앞으로도 나같은 선수들이 연천 미라클을 통해 꿈을 꾸고, 도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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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삶의 목표를 갖고 있나. 

윤국영  “연천 미라클에 들어와서 프로에 간 선수들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보다 같이 구슬땀을 흘렸던 동료로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일을 해냈기 때문에 박수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프로에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매일 한다. 요즘에 드는 생각은 프로에 못 가고 행여 여기서 도전이 끝이 난다고 하더라도 후회는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거면 어떤 일을 하던 지금의 경험이 약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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