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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재능나눔을 통한 새로운 인생

16.08.0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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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야옹다옹] 은퇴보다는 이별 준비 중인 한상훈' 에 이어 연재되는 기사입니다.

 

 

- 이만수 전 SK 감독과 유소년 야구 재능기부에 나서고 있다.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한상훈  “신일고 시절 은사님인 권혁돈 감독님이 예전에 이만수 감독님을 소개해주신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상대팀 감독님으로 만났을 때 안부정도 묻는 사이였다. 내가 한화를 나오고 나서 감독님이 좋은 일을 하시는 것을 알고 동참하고 싶어 함께 해도 되겠냐고 여쭸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하시더라. 재능기부를 하면서 옆에서 보는 이만수 감독님은 대단하게만 느껴지더라. ‘정말 야구를 사랑하는 분이시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만수 감독님에 비하면 나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 최근에는 파주시 지역 유소년들을 위해 3일 동안 야구 캠프를 진행하기도 했다. 야구가 필요한 곳이라면 지역을 불문하고 다니는 것 같은데.

한상훈  “파주의 경우 축구를 하는 아이들은 많지만, 야구를 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야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시작한 일이다. 야구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입술이 터진 적이 없는데, 이번에 파주시 재능기부 일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는지 입술이 터졌다. 선수 시절에는 구단 쪽에서 준비한 행사에 참가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에만 신경 썼는데, 지금은 명찰을 만드는 것부터 장소 섭외까지 모두 일일이 챙겨야 한다. 정말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주위에서 도움의 손길을 많이 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사실 말이 재능기부지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내가 배우는 것이 더 많다.”

- 어떤 부분에서 배움을 느끼나.

한상훈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이다. 선수였을 때에는 함께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었다. 아들이 몇 번이고 아빠랑 야구를 하고 싶다고 했지만,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에 재능기부를 다니면서 아들과 함께했는데, 아들이 ‘아빠랑 함께해서 너무 행복하다’고 하더라. 그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재능기부를 위해 만나는 아이들이 대부분 우리 아들 또래라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 기부라는 일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닌데. 

한상훈  “얼마 전에 내가 이만수 감독님과 재능기부 한다는 기사 밑에 달린 ‘네가 무슨 재능기부냐’라는 댓글을 봤다. 내가 생각해도 나한테 재능기부라는 타이틀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만수 감독님처럼 나는 특출 나거나 특별한 선수도 아니지 않나. 재능기부라는 말보다 ‘재능나눔’이라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그저 받았던 사랑을 나눠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숨은 조력자인 아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 아내가 숨은 조력자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한상훈  "한화에서 나오고 나서 팀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와이프가 ‘이왕 이렇게 된 거 당장 돈을 못 벌어 와도 좋으니 해보고 싶은 것 마음껏 해보라’고 하더라. 내가 야구를 할 때에는 늘 원정이다, 전지훈련이다 집에 없는 시간이 많아 아내가 홀로 견뎌 내야하는 부분이 많았다. 늘 그런 부분에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이제는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줘야 할 것 같다. 늘 고맙게 생각한다."

- 이전부터 지도자의 길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번에 시작하는 ‘한상훈 베이스볼 클럽’도 그 일환인가.

한상훈  “예전에는 선수생활이 끝나면 막연하게 지도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지도자는 아무나 해서는 안 되겠더라. 능력이 없는 사람이 지도자를 하면 지도를 받는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도자를 한다는 것에 대해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됐다. 이만수 감독님과 재능기부를 다니면서 더 그렇게 느낀다. 감독님을 보면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큰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아이들과 함께 하신다. 라오스에 야구를 전파한 일도 그렇다.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한 준비 시간은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베이스볼 클럽이라고 해서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거창한 뜻보다는 아이들이 야구를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아직은 구성 단계다.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될 것 같다.”

-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유독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

한상훈  “야구교실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도전에 대해 소극적인 아이들이 많더라. 실패를 두려워해 소극적이게 변하는 아이들도 많다. 그런 아이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실제로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공을 던지고, 쳐보면서 아이들이 점차 용기를 갖더라. 또 스포츠 중에서 희생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것은 야구뿐이다. 아이들이 야구를 하면서 희생의 의미와 기쁨을 배웠으면 좋겠다.”

-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한상훈  “유니폼을 입는 내내 내가 가진 재능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늘 야구장에서 만큼은 열정적이고,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야구를 하면서 유니폼이 깨끗하면 야구를 안 한 것처럼 느껴질 만큼 최선을 다했다. 그거 하나 내세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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