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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아들의 꿈을 지켜주고 싶었던 엄마

16.07.2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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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외로움과 싸워야했던 야구선수의 아내 ' 편에 이어 연재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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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범 위원은 처음에 아들이 야구하는 것은 반대했다고 하던데.

정연희  “본인이 해봤기 때문에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특히나 애 아빠가 워낙 야구를 잘했기 때문에 아들이 그 그늘 밑에서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도 했던 것 같다. 정후 초등학교 때 야구부로 테스트를 보러 간적이 있다. 일부러 애 아빠와 관련이 없는 사람을 찾아가서 테스트를 봤다.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것이 알려지는 게 꺼려졌다. 나중에 정후가 야구를 하기로 결정하고 남편한테 말했을 때 ‘야구 못하면 너희 둘이 쫓겨날 줄 알아’라고 엄포를 놓았다. 아직도 그때가 생생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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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스트에서는 이종범의 아들인 것을 비밀로 했지만, 결국 알게 됐을 것 같은데.

정연희  “야구부 학부모가 정후를 유심히 봤던 것 같다. 또래에 비해 야구도 잘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나한테 직접적으로 물어보진 않았지만, 주위를 통해 정후가 이종범 아들인 걸 알았더라. 야구를 시키면서 계속 속일 수는 없어서 하루는 감독님을 찾아가 ‘사실 정후 아빠가 이종범’이라고 했더니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 우리가 불편해 할까봐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은 것 같더라. 감사했다.”

- 엄마의 입장에서도 아들을 운동시키겠다는 결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 특히나 남편이 고생한 것을 옆에서 지켜본 입장이다.

정연희  “아들이 너무 좋아했다. 당시 축구가 붐이었는데, 정후는 축구공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친구들을 끌고 다니면서 야구를 가르쳐주면서 놀더라. 골프를 잠깐 시켜 본 적도 있는데, 자기는 뛰는 거 아니면 싫다고 말하더라. 자식이 좋다는데, 안 시켜줄 부모가 어디 있겠나. 정후의 결정을 존중했다. 야구는 시작하면서 줄곧 야수로 뛰었다. 아, 초등학교 6학년 때 투수도 잠깐 했었는데, 그해 최다승 투수가 됐다. 야구 재능은 확실히 아빠를 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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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후가 야구를 하면서 그만두겠다는 얘기를 한 적은 없나.

정연희  “그 부분을 걱정해본 적도 있는데, 고맙게도 단 한 번도 그만둔다는 얘기를 안 했다. 너무 착하게 커줬다.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진학을 할 때에도 무난히 잘 진학해주고, 말을 안 듣거나 나쁜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사춘기라는 것을 안 겪었다. 가끔 정후는 내게 남편을 대신할 만큼 듬직한 아들이다.”

- 이종범의 아들이기 때문에 어딜 가나 주목을 받았을 것 같다. 그만큼 힘든 일들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정연희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 게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시합에 나갔는데, 야구장 관중석이 협소해서 상대팀 학부모들과 다 같이 앉아서 경기를 봤다. 당시 남편이 선수로 뛸 때였는데, 전날 경기 삼진을 당한 적이 있었다. 정후가 타석에 들어서자 한 학부모가 욕설을 섞어가면서 ‘너도 너희 아빠처럼 삼진이나 먹고 들어와라’라고 하더라. 정말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나중에 경기 끝나고 정후가 자기한테까지 다 들렸다고 하더라. 정후가 야구를 하면서 이종범이라는 아들만으로 현장에서 혜택을 받은 건 사실 없다. 도리어 심판들도 말이 나올까 싶어 정후에게는 더 엄격했고, 나도 경기를 보러가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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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 지명을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정연희  “운동하는 아들이지만, 부모 마음은 고3 수험생을 둔 입장이 된다. 고등학교 1, 2학년 때까지 아프지 않고 야구도 잘 해왔던 애가 프로 지명 앞둔 고3이 돼서 슬럼프에 빠지고, 슬라이딩하다 손가락 부상까지 와서 걱정을 많이 했다. 투수는 좀 나은데, 야수는 조금만 쳐져도 높은 순번을 받기 힘들지 않나. 속상한 마음에 애 아빠랑 술도 한잔씩 마셨다. 높은 순번으로 지명을 못 받으면 대학 진학을 고려했던 터라 1차 지명 발표되고 정말 기뻤다. 그 동안의 마음고생이 다 사라지는 듯 한 기분이었다.”

- 뜻 깊은 1차 지명이었다. 올해 1차 지명을 받은 유일한 야수이면서도, 역대 최초 부자 1차 지명이라는 타이틀까지 달게 됐다.

정연희  “발표 전 날에 잠을 한 숨도 못 잤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던 것 같다. 발표 되고 며칠 후 넥센 구단에 들어가서 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은 도리어 담담했다. 감사하게도 넥센에서 ‘우리는 1년 전부터 정후만 생각했었다’고 말해줘서 기뻤다. 애 아빠도 그때는 나한테 고맙다고 수고했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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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범 위원은 ‘정후가 야구에 대한 절실함과 절박함이 부족하다’고 걱정하기도 했는데.

정연희  “남편은 정말 힘든 가정에서 생활고를 이겨내기 위해 야구를 한 사람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좋은 아빠를 만나서 경제적인 혜택을 받고 자랐다. 우리 딸은 아직까지 아빠가 돈이 없어서 유치원을 못 갔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아빠처럼 배고팠을 때의 절실함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본인들이 누리는 혜택만큼의 책임감을 갖고 살아야하는 것은 맞다. 그래서 정후를 굉장히 엄하게 키웠다. 행여 겸손하지 못할까봐 어디 가서 싫은 소리 들을까봐 잡아주기 위해 늘 다그쳤다. 지금 생각하면 미안한 부분도 있다.”

- 아들의 입단 계약금은 관리는 엄마의 몫인가.

정연희  “그렇다. 잘 갖고 있다가 정후 장가갈 때 돌려줘야 하는 돈이다. 계약금을 받고 정후가 아빠한테는 선물을 해주기로 했다. 우리 남편은 여기저기 사람들은 다 챙기면서 정작 본인은 선물을 받아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이번에 정후가 자신이 처음 번 돈으로 아빠한테 선물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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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후가 어떤 선수가 되길 바라나.

정연희  “넥센에 지명 되기 전부터 정후는 넥센에 가길 원했다. 보기에 외인구단 같다고 하더라. 요즘 세상 살면서 힘든 일들이 많지 않나. 많은 사람들이 정후를 보고 기분 좋아했으면 좋겠다. 야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늘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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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이자 엄마인 정연희 씨의 꿈은 무엇인가.

정연희  “남편이 야구 국가대표 감독이 되면 내 아들이 국가대표 선수가 돼서 내가 응원을 가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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