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에 시즌 시작부터 팀 내 다른 선발진들이 워낙 잘나갔기 때문에 묘한 경쟁심과 조급함도 들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유희관 “니퍼트랑 보우덴, (장)원준이 형까지 시작부터 너무나 잘했기 때문에 옆에서 자극을 많이 받긴 하더라. 나름 나도 3시즌 동안 10승을 하고 네 번째 시즌을 맞이했는데, 왜 이러나 싶었다. 나만 너무 뒤처지는 것 같아서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더욱이 지난해 스스로 생각해도 ‘다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성적을 냈다. 주위 기대치도 높아졌기 때문에 부담감도 있었다. 요즘에는 선발들끼리 서로 ‘너도 잘하면, 나도 잘한다’는 생각으로 시너지효과가 나는 것 같다. 니퍼트나 보우덴, 원준이 형 모두 좋은 동료이자 경쟁자들인 것 같다.”
- 초반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해 단 1패만을 기록하고 있다. 주위에서 ‘운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유희관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 선발투수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못 던진 경기들이 많았는데, 타자들이 잘 쳐줘서 역전을 시켜주기도 하고, 뒤에 투수들이 잘 던져줘서 경기의 흐름이 바뀐 경우가 많았다. 코치님들이랑 동료들이 다들 ‘너는 진짜 운을 타고났다’고 하더라. 스스로도 경기에서 못 던지긴 해도 팀이 지진 않으니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다. 내 복인 것 같다.”
- 올해 유희관의 가장 큰 강점은 이닝 소화 능력이다.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팀 내 선발투수 중 가장 많은 107⅔이닝(11일 기준)을 소화했는데.
유희관 “기록 욕심은 크게 없지만, 선발 10승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특히나 로테이션 거르지 않고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닝 소화능력은 선발의 자존심이나 책임감 같은 것이다. 행여 내가 나가서 컨디션이 안 좋더라도 최대한 내가 할 몫은 하고 내려와야 팀에 민폐는 안 끼칠 수 있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결국 불펜에 피로가 쌓이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닝 욕심을 버릴 수가 없더라. 물론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경기 내용까지 좋으면 더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