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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영원한 캡틴이 말하는 주장의 품격

16.07.0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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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옹미인 ‘달인을 만나다’] 열정과 투지가 넘치는 그라운드에는 자신만의 생존 방법으로 별이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달인’이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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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환(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또 다른 이름은 ‘캡틴’이다. 2008년 시즌 중에 주장완장을 찼던 그는 롯데의 유니폼을 입는 내내 늘 나보다 동료와 팀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은퇴를 하는 순간에도 팀과 후배들을 배려해 은퇴경기마저 마다했다. 팬들은 그런 그에게 ‘영원한 캡틴’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지금은 유니폼을 벗고 해설위원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가슴에는 ‘캡틴’이라는 두 글자가 짙게 배어있다. 조성환은 “캡틴이라는 수식어를 달아 줬던 후배들과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지도자로서 앞에 설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를 많이 키워서 그라운드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달인을 만나다-조성환 편’ 마지막 이야기는 ‘영원한 캡틴이 말하는 주장의 품격’이다. 1600708_02.png

-롯데 유니폼의 ‘캡틴’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팬들은 ‘영원한 캡틴’이라는 애칭을 붙여주기도 했는데.


조성환  “2008년에 로이스터 감독님의 지목으로 주장을 맡았을 때에는 팀이 연승 중이었다. ‘내가 주장을 해서 연승이 깨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팀이 잘나가더라. 당시에 11연승까지 했다. 팀 분위기도 좋고, 이대호나 김주찬, 송승준 이런 좋은 선수들을 내 말 한마디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신기했고, 고마웠다. 주장을 하는 동안 로이스터 감독님이 힘을 많이 실어주셨다. 경기 끝나고 선수단과 하이파이브를 할 때면 늘 내가 맨 앞으로 나올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시더라. 그러면서 ‘이 팀의 대표는 너다’라고 얘기를 했다. 당시에는 시즌 중에 보너스가 나오기도 했는데, 모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똑같은 금액을 받았다. 그런데 꼭 나만 천 원 정도라도 늘 조금씩 많았다. 감독님이 주장에게 나름의 특별한 대우를 해주신 것이다. 천 원에 담긴 의미가 컸다. 감독님이 힘을 실어주시다보니 주장으로서 책임감도 커지고 동기부여도 됐다. 그때 좋은 기억들 때문에 나도 좋은 애칭을 얻어서 행복하다. 팬들에게도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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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수들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주장직을 꺼려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가면서도 부담이 된다는 얘기인데.

 

조성환  “라커룸에 쓰레기가 떨어진 게 모두의 눈에 들어온다. 그건 주장이 줍거나 줍는 선수를 칭찬해 주는 것도 주장의 몫이다. 주장은 그런 자리다. 대우받고 내세우는 자리가 아니라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작은 것도 신경 써야 한다. 야구가 시작되면 그라운드 안에서뿐 아니라 밖에서도 기 싸움이 상당하다. 늘 우리 팀에 좋은 기가 생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주장의 몫이다. 사실 야구가 잘되면 문제가 없지만, 성적이 안 좋으면 늘 팀 분위기나 단합이 도마 위에 오른다. 주장은 자신의 야구 말고도 신경 쓸 일이 많다. 피곤한 일은 맞다.”

- 주장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과 꼭 해야 하는 일을 정해둔 게 있었나.

조성환  “만약 한 선수가 팀 분위기를 해치거나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절대 선수들 앞에서 질책하지 않는 것이다. 잔소리를 하거나 싫은 소리를 할 때에는 따로 불러서 했다. 그 선수도 인격이 있고, 보는 눈 때문에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문제다. 사실 나는 마음이 조금 약한 편이라 미팅 때 후배들에게 큰 소리를 내도 끝날 무렵에는 꼭 ‘형이 소리쳐서 미안하다. 잘 해보자’라고 사과를 한다. 그럼 그때마다 (홍)성흔이가 ‘넌 할 말을 했는데, 왜 사과를 하냐. 앞으로 화내는 일은 내가 하겠다’고 나서줘서 사실 큰 소리를 친 일은 몇 번 없다. 성흔이가 롯데로 오면서 역할 분배가 잘됐다.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주장이 꼭 해야 하는 일은 선수단 기 살리는 일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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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를 하는 순간에도 팀과 후배들을 생각해 ‘은퇴경기’를 마다했다. 은퇴 시기도 빠른 것 아니냐는 아쉬움도 있었다.

 

조성환  “공을 맞은 뒤로 시력이 떨어지더라. 야간 경기 때 힘들었다. 안경을 쓰긴 했지만, 확실히 예전만 못했다. 2014년 5월 14일에 잠실 LG전에 대주자로 나갔다. 당시 롯데 팬들이 대주자인 내 응원가를 틀어주면서 목청껏 불러주시더라. 그날 경기 끝나고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정말 많이 울었다. ‘선수생활에 여한이 없다. 그동안 사랑해줬던 팬들에게 상처를 주진 말자’라는 생각으로 은퇴를 결심했다. 조성환이라는 이름을 불러주고 이제껏 응원해줬던 팬들의 기대치에 배신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내 기량에 대한 문제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리지 않는게 최소한의 도리고, 내가 은퇴함으로서 또 다른 선수의 기회가 보장된다는 것이 후배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었다. 당시 혼자서 은퇴를 결정하고 와이프한테 통보를 했는데, 많이 섭섭해 했다. 그때 내가 ‘야구할 때만큼은 못 벌어다 줘도 애들 교육도 못 시키고 부족하다는 소리는 안 듣게 하겠다’고 말하고 허락을 받긴 했는데, 그게 늘 마음에 걸린다. 아내한테는 미안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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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환에게 롯데는 어떤 의미인가.
 

조성환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나를 기다려주겠다고 약속한 팀이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켜줬고, 나는 약속에 대한 빚을 갚겠다는 생각으로 뛰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받을 수 있었고, 그라운드에서 뛰는 내내 행복했다. ‘롯데맨’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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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후 전력 분석원으로 활동했다. 코치연수까지 앞둔 것으로 알려졌기에 해설위원으로의 변신이 의아했다.

 

조성환  “은퇴를 결정하고도 구단과의 계약기간 때문에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롯데의 월급을 받는 사람으로서 후배들과 구단에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보니 전력분석 쪽이 가장 적합하겠더라. 사실 2군 코치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코치는 내가 준비되지 않는 상황에서 맡는 것은 선수들에게 피해가 될 것 같았다. 그 선수들은 모두 내 후배들 아닌가. 은퇴하고 들었던 생각은 ‘캡틴이라고 믿고 따라줬던 후배들에게 창피할 일을 하지 말자’였다. 은퇴 후에도 야구적으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라고 하지만, 구단에 정식으로 그 부분을 다뤄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었다. 대학원을 다니기 위해 팀을 나왔고, 해설위원 일을 하면서 그 부분을 배려받을 수 있어서 선택하게 됐다. 해설위원으로 일하면서 야구를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볼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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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 나가는 모습이다. 지도자 조성환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되는데. 
 

조성환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늘 갖고 있다. 이제 대학원도 1학기 남겨두고 있는데, 여러모로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앞으로 나를 원하는 곳이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가고 싶다. 롯데로 국한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늘 선수 편에서 같이 느끼고 괴로워도 하고 고민도 해주는 지도자이고 싶다. 조성환이라는 이름 대신해 신인 시절 백넘버로 불렸던 시절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후배들에게 좋은 친구가 돼 주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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