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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시즌 중에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16.07.0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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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중에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효과는 미비하다. 때에 따라 장고 끝에 악수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한화는 지난 2일 정민태 투수코치와 이상군 불펜투수코치의 보직을 서로 맞바꿨다. 개막 후 석 달 사이에 벌써 3번째 1군 투수코치를 맞이한 것이다. 한화는 올 시즌 일본인 고바야시 세이지 투수코치 체제로 시작해 개막 9경기 만에 투수코치의 보직을 변경한 바 있다. 이후 정민태 코치가 한화 메인 투수코치직을 맡았지만, 80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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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 시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은 ‘분위기 쇄신 차원’이다. 이는 주로 하위권 팀에서 선택하는 전략으로 성적 부진에 다른 문책 또는 새로운 코칭 스타일 도입으로 분위기 반등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한화가 계속해서 투수코치직에 새로운 사람을 앉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SK와 LG, 롯데 등이 같은 이유로 시즌 중에 코칭스태프의 보직을 변경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의 효과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모 구단의 A 관계자는 “코칭스태프의 보직 변경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라고 할 수 있다. 구단에서 깊숙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팀 분위기를 해치거나 불협화음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구단에서는 기존 코치들이 한 시즌을 그대로 끌고 나가는 것을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시즌 중에 코칭스태프를 바꾼다고 해서 성적이 크게 향상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분위기가 더 어수선 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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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살펴보면, 실제로 한화의 경우 고바야시 코치가 투수코치로 있었던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57을 기록한 반면, 교체 후 9경기에는 평균자책점 7.78로 더욱 나빠진 모양새를 보였다. 팀 성적도 여전히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나 고바야시 코치가 보직 변경을 통보받고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잡음이 일어나기도 했다. LG의 경우 지난해 타격코치를 변경하면서 팀 타율은 상승했지만, 팀 성적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성적 부진과 분위기 쇄신의 탓을 코치에게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B 전 감독은 “감독이 코칭스태프 개편을 하면서도 거기에 거는 기대감은 크지 않다. 냉정하게 코치를 바꾼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성적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특히나 성적이 안 나오는 팀의 경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변화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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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문에 시즌 중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에는 부작용도 따른다. 애초 개편 목적에 맞게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애꿎은 코치만 희생양이 되기 때문이다. C 코치는 “야구는 코치가 하는 것이 아니다. 팀의 성적이 좋지 않을 때마다 코치들을 걸고넘어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코치들도 보직을 맡고 나면 한 시즌 동안 어떤 식으로 자신의 파트를 운영해 나갈지 고민한다. 같은 보직의 코치라고 해도 역할들이 조금씩 다른데, 그런 의미에서 시즌 중간에 보직이 바뀌면 일에 대한 책임감과 팀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D 코치는 “직장인이 하루아침에 발령 통보를 받았다고 생각해보면 된다. 보직 변경을 당한 코치의 경우 허탈감과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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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팀이 처한 상황에 따른 정확한 진단과 처방으로 이어지는 코칭스태프 변경은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두산의 경우 한용덕(현 수석코치) 2군 총괄코치를 1군 투수코치로 보직 변경한 후 마운드 안정의 효과를 얻었다. 당시 김태형 두산 감독은 “권명철, 가득염 코치가 어린 선수들의 기량을 많이 끌어올렸다. 이제는 기량보다 멘탈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도자 경험이 많은 한용덕 코치를 1군으로 올렸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코치와 선수 간의 궁합에 따라 코치 교체로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선수가 나오기도 한다. 대외적으로 팀 이미지 개선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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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것은, 시즌 중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이 감기 환자에게 소화제 처방을 내린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다. 코치는 주어진 재료를 활용하는 ‘요리사’가 될 수는 있지만, 주어지지 않은 것을 만들어 내거나 새롭게 탄생시키는 ‘마법사’가 될 수는 없다. 특히나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라는 마인드를 가진 수장 밑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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