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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이병규에게는 '진정한 기회'가 필요하다

16.06.2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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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이병규(등번호9)가 입을 닫았다. 들어오는 인터뷰 요청도 마다하고 있다. 최근 꾸준히 언급되는 자신의 콜업 문제와 관련해 팀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LG 구단 관계자는 “2군으로 기자들이 찾아와도 (이)병규가 인터뷰를 거절하고 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나서서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그저 야구만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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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규의 침묵과 기용 논란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이병규는 올해 시즌 시작도 전에 해외 전지훈련 명단에 빠지면서 입지가 불안해졌다. 통상적으로 1군 전지훈련의 명단에 빠질 경우 개막전 엔트리 합류는 물론 시즌 중심 전력으로 평가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나 양상문 LG 감독이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팀 내 최고참 이병규의 설 자리는 더 좁아 보였다. 팀 내에서 달라진 그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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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규의 기용 논란을 지켜보며, 팬들은 또다시 안타까운 이별을 예감하고 있다. 성적과 능력에 상관없이 나이든 베테랑을 전력에서 배제하고, 경쟁 의지마저 꺾어버린 후 자연스럽게 은퇴시키는 것이 국내에서는 ‘레전드와의 이별공식’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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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겨울 김동주가 베어스에 몸담았던 17년 동안 누구보다 그를 아끼고, 응원했던 팬들이 ‘두목곰을 위한 은퇴식’을 마련했다. 두산이 일찍이 ‘김동주 은퇴식 불가’를 선언했기에 팬들이 나서서 자신들의 방법으로 레전드를 떠나보낸 것이다. 김동주는 ‘레전드와의 이별공식’대로 2군에서 기회에 대한 목마름만을 느끼다 2014시즌 후 쓸쓸하게 유니폼을 벗은 바 있다. 

 팀의 레전드를 허무하게 떠나보낸 아픔이 있어서였을까. 김동주의 은퇴식을 준비했던 베어스의 원년팬인 최창순(49)씨는 지난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LG 이병규의 상황을 걱정했다. 그는 “LG 이병규(등번호9) 선수가 김동주와 같은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팀은 다르지만, 한 명의 또 다른 레전드가 아쉬운 이별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애정을 쏟았던 선수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에 대한 허무함을 느낀다. 팀에 대한 애정이 줄어들기도 한다. 그런 부분을 구단이 잘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걱정은 현실이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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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규는 올 시즌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겨우내 매일같이 이천(2군 전용구장)을 오가며 개인 훈련을 했고, 대만 2군 캠프에서도 어린 선수들과 어울려 야간 훈련까지 소화하는 열정을 보였다. 2군에서 시즌 시작부터 선보인 맹타로 노력은 증명됐다. LG 2군 관계자는 “(이)병규가 시즌 준비를 굉장히 열심히 했다. 2군 성적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2군에 있으면서 후배들도 데리고 나가 종종 밥도 사주고 분위기 메이커노릇을 하고 있다. 병규가 처음 2군에 내려왔을 때에는 후배들이 긴장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병규 덕분에 분위기가 잘 잡힌 모습이다. 병규가 열심히 준비한 것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지금의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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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규는 LG에 있어 특별한 존재다. 지난 2007년부터 3년 동안 일본 주니치에서 뛴 것을 제외하고 줄곧 LG의 유니폼을 입었던 그는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팀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레전드다. 이병규가 걸어온 길이 곧 팀의 역사가 된다는 얘기다. 역사를 잊은 팀에 미래는 없다. 

 지난해 겨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병규는 말했다. “은퇴라는 것은 선수에게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많게는 20년 동안 한 길을 걸어왔는데, 쉽게 놓아버리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니겠나. 때문에 그 결정을 주위에 떠밀려서 하고 싶지 않다. 후배들과 경쟁해서 내가 진다면 미련 없이 옷 벗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후배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설령 은퇴를 하더라도 스스로 인정하고 물러날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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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게는 지금, 스스로 인정하고 물러날 수 있는 ‘진정한 기회’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팬들에게는 오랜 시간 함께 울고 웃었던 선수를 떠나보낼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을 박탈할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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