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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호주에서 계속되는 임경완의 '행복한 야구'

16.05.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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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말 행복합니다.”

임경완(시드니 블루삭스)이 큰 소리로 웃었다. 호주로 떠나온 지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들을 보냈지만, 그의 인생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임경완은 “한국이 그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보다 호주에 와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중이다.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고 말했다.
호주야구리그(Australian Baseball League)의 2015-16시즌은 끝이 났지만, 임경완의 손에는 여전히 야구공이 들려있다. 그는 비시즌임에도 클럽팀인 그린웨이 자이언츠 소속으로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경기라 부담 없이 뛸 수 있고, 경기 감각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원 없이 야구할 수 있는 환경이 그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임경완은 “지금 클럽팀에서 선발로 뛰고 있다. 몸이 다시 젊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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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7월 한화에서 웨이버 공시된 후 호주행을 선택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야구를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먼 이국땅까지 날아왔지만, 다른 생활 문화와 언어에 낯설음을 느끼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운드 위에서 마음껏 내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기쁨과 가족들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그에게 큰 위안이 됐다. 호주리그가 세미프로수준이기에 받는 연봉 수준이나 시설, 대우는 한국야구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임경완에게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임경완이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연신 ‘행복하다’는 말을 내뱉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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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호주행을 결정하기까지 생활이나 야구 면에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막상 부딪쳐보니 어떤가. 

임경완  "사실 처음에 호주에 들어 와서는 와이프나 아이들도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괜찮다. 특히 아이들이 빨리 적응을 해서 놀랐다. 학교도 잘 다니고 있고, 이곳 생활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나도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야구를 할 수 있어 더 행복하다. 확실히 안정감이 느껴진다. 영어가 빨리 안 늘어서 걱정이긴 한데, 공부를 좀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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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시즌 기간인데,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나.

임경완  “대개 다른 나라에서 호주로 온 선수들은 비시즌이 되면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데, 나는 남아서 클럽팀에서 뛰고 있다. 지금 호주는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에 있어 클럽리그는 일주일에 1번씩 총 14~15게임을 한다. 시즌이 끝나도 일주일에 1경기니까 무리 없이 감을 유지하는데 좋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 지금 선발로 뛰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9이닝 완투도 했다. 수준은 우리나라 프로출신 선수들이 있는 1부 리그 정도다. 이 리그가 8월 정도에 끝이 나면 오는 10월 시즌 개막을 위해 몸을 만들어야 한다. 1년 내내 야구를 하지만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 속에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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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한 시즌을 뛰었는데, 어땠나. 호주리그의 사이드암 희귀성 때문에 임경완의 입단을 굉장히 반겼다고 들었는데.

임경완  “사이드암이 나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 여기 오니까 두 명이나 더 있더라.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웃음) 블루삭스 팀 동료들이 상당히 좋다. 호주 자국 선수들이 절반이 넘고 나머지는 한국이나 일본, 미국에서 온 선수들이 있다. 다같이 어울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없더라. 이곳에 있는 선수들 중 몇몇은 한국에 가고 싶어 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KBO에서 오래 뛰었다는 사실 만으로 인정을 해준다. 나도 그런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

- 한 시즌을 뛰어봤는데, 호주의 야구 수준과 환경은 어떤가. 

임경완  “의외로 리그 수준이 꽤 높다. 처음 호주에 와서 경기에 나갔을 때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조금 편한 마음으로 던졌다가 혼쭐이 났다. 미국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꽤 있어서 생각했던 것보다 수준은 상당했다. 환경적인 부분은 한국과 비교해 열악한 게 사실이다. 코칭스태프 인력도 부족하지만, 그 안에서 나름대로 역할 잘 분담이 이뤄진다. 경기 수가 한국과 비교해 많지 않지만, 원정 거리가 있어서 나름 빡빡한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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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 블루삭스 소속인 선배 구대성이 도움이 많이 됐을 것 같은데.

임경완  “확실히 타국에서 같은 한국사람, 특히 아는 사람을 만나면 몇 배는 더 반가운 것 같다. 시드니 블루삭스 소속 선수이긴 하지만, 지금 대성 선배님은 경기에 나가거나 하진 않는다. 내가 처음 호주에 왔을 때 팀에서 얼굴을 봤고, 이후에도 한 번 정도 더 왔었다. 그때마다 호주 야구 문화 같은 것을 잘 알려줘서 적응하기 좋았다. 무엇보다 선배님이 먼저 와서 길을 잘 닦아준 덕분에 한국 선수에 대한 인식도 좋더라. 지금은 각자 다른 클럽팀에서 뛰고 있다. 일부로 내가 다른 팀으로 옮겼다. 얼마 전에는 대성 선배님이랑 클럽리그에서 선발 맞대결도 했다. 대성 선배님이 5이닝을 내가 6이닝을 던졌는데, 1-1 둘 다 동점 상황에서 내려왔다. 결국 경기는 5-5로 비겼다. 승부는 다음에 내야 한다.(웃음) 대성 선배님은 아직도 공 던지는 기술이나 힘이 상당히 좋다. 내가 ‘올해는 시즌 뛰실 겁니까’라고 물었는데, 대답은 안 하셨다. 대단하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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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천은 같은 시기에 호주 생활을 시작했는데. 함께 각기 다른 호주 야구팀의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임경완  “(이)혜천이는 아들레이드 바이트(Adelaide Bite) 소속으로 뛰고 있다. 아무래도 각자 생활하는 곳의 거리가 상당히 있어서 평소에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원정경기를 갈 때에는 꼭 만나서 얼굴을 보고 얘기를 나눈다. 이번에도 서로 번갈아가면서 한 번씩 원정경기를 오는 바람에 얼굴을 봤다. 한국에서 봤을 때하고는 또 다른 반가움이 있었다. 호주에서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한국을 떠나 다른 땅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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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야구 했을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임경완  "마음이 편하다. 마운드 위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물론 안타나 홈런을 맞으면 부끄럽지만, 나이 마흔이 넘었어도 그러면서 또 배움을 얻는 것이다. 여기 투수코치님도 마음이 잘 맞고 잘 대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또, 여기는 베테랑과 어린 선수들이 스스럼없이 지내는 게 좋다. 숙소도 같이 쓰면서 이것저것 함께 나누는 게 매력 있더라. 팀에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가 없는데, 다들 나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막 대해준다. 나이 많다고 대우 같은 것을 바라면 안 된다. (웃음) 어린 선수들과 어울리면서 나도 배우는 것들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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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에서 한국 야구도 보나. 

임경완  "당연히 본다. 확실히 한국야구는 관중이 많다. 호주에는 지금은 풋볼시즌이라 야구는 뒷전이다. 호주에서는 야구가 비인기 종목에 속해서 가끔은 많은 관중들 앞에서 공 던지는 것이 그립기도 하다. 특히 내가 있었던 롯데나 SK, 한화 경기는 잘 챙겨보고 있다. 한화는 성적이 좋지 않아서 마음이 안 좋더라. 지난 스프링캠프때 호주에서 김태형 감독님의 배려로 두산과 함께 훈련을 했었는데, 두산이 잘 돼서 기분이 좋다. 나도 그 기운 받아서 올해 좋은 시즌을 치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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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 블루삭스와는 2년 계약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호주에 있으면서도 미래에 대한 고민을 계속할 것 같은데, 어떤가. 

임경완  "일단은 몸이 안 아플 때까지는 계속 마운드에 서지 않을까 싶다. 물론 던진다고만 해서 되는 것은 아니고 공에 힘이 없거나, 타자가 상대하기 좋다 싶으면 그만둘 생각이다. 지금 팀에서 경기를 하면서도 어린 선수들을 봐주고 있는데, 훗날 내가 코치를 하게 되면 호주에서의 경험이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호주에 남는 것도 좋지만, 늘 한국야구에 대한 그리움은 있다. 여기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된다면 한국에서 코치로서 또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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