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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투구 이닝수 만으로 혹사를 논할 수 있을까

16.05.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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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구 이닝 수만으로 투수의 혹사를 논할 수 있을까. 
 
올해도 여전히 한화 투수들의 혹사 논란은 뜨겁다. 김성근 감독의 지휘 아래 있는 한화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벌떼 야구'를 펼치면서 특정 선수들에게 역할 부담이 가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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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의 과부하는 흔히 투구 이닝 수 또는 투구 수를 통해 표현된다.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스윙맨 역할을 했던 한화 송창식은 64경기(선발 10경기)에서 109이닝을, 박정진은 불펜으로만 76경기에 출장해 96이닝을 던졌다. 특히 권혁은 78경기에서 불펜 투수 중 최다이자 본인 커리어 최다인 112이닝을 책임졌다. 올해도 이들은 한화 불펜의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연투는 물론, 쌓여가는 이닝 수의 속도도 빠르다. 혹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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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한 넥센 조상우도 투구 이닝 수로 따져본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상우의 투구 이닝수은 지난 2년간 수직상승했다. 2014년 78이닝(정규시즌 69⅓이닝+포스트시즌 8⅔이닝), 2015년에는 99⅔이닝(정규시즌 93⅓이닝+포스트시즌 6⅓이닝)을 소화했다. 조상우의 나이가 아직 20대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이닝 수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김태형 두산 감독이 조상우에게 던진 ‘어린 선수가 저렇게 많이 던져도 되나 싶다. 미래를 생각해서 무리하지 말라’는 농담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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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투수의 투구 이닝 수는 선수의 부상 가능성과 원인을 분석할 수 있는 직접적인 지표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지난해 미국의 스포츠의학 전문저널인 ‘The Journal of Sports Medicine And Physical Fitness’에 보고된 워털루대학 Karakolis 교수팀의 연구에서는 ‘젊은 메이저리그 투수의 투구 이닝을 제한하거나, 선수의 적응을 위해 점차 적으로 투구이닝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부상을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 연구에서는 투구 이닝 수와 선수 부상 가능성과의 상관관계를 찾기 위해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만 25세 이상, 해당 시즌에 최소 ⅓이상을 던진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한 시즌이나 연속된 시즌에서 던진 이닝 수의 차이는 주요한 미래 부상 변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시즌 동안 이닝 수를 제한하는 것도 다음 시즌에 계속해서 이닝수를 증가시키는 것도 효과적으로 미래의 부상을 줄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닝 수가 선수의 과부하를 논할 수 있는 명확한 측정 기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투수의 부상 변수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 연구에서는 ‘투구 이닝 수가 아닌 투구 이닝 동안 나타나는 선수의 신체적 변화를 확인해 부상예측에 관련된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신체적 변화란 투구 폼과 관련된 일련의 현상들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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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 시절 자신만의 이상적인 투구폼으로 롱런해 프로야구 투수 통산 기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송진우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투수가 공을 던질 때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오면 어깨 뒤쪽 근육에 부담이 덜하다. 어깨에 부담이 덜하다는 얘기는 그만큼 팔꿈치에 무리를 주지 않고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릴리스 포인트를 뒤에 둔 상황에서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해 몸에 무리하게 힘을 주면 어깨와 팔꿈치가 갖는 부담감은 상당히 크다. 때문에 머리와 몸통을 중심에 두고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온 채 일정한 투구폼으로 공을 던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투구폼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부상을 줄일 수도 당할 수도 있다. 좋은 투구폼을 위해서는 좋은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좋은 투구 매커니즘을 갖고 있는 선수라면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많은 이닝수를 소화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어깨나 팔꿈치의 피로도가 적어 부상을 당할 확률도 낮아진다는 얘기다. 여기에 몸의 근력과 어깨, 팔의 유연성은 필요충분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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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 시절 부드러운 투구폼 덕분에 부상에 시달리지 않았던 선동열 전 감독은 “유연성이 떨어지면 부상위험이 많다. 투수가 오래 뛸 수 있는 절대적인 비결은 유연성이다. 나도 유연한 편이었는데 그런 스타일의 선수는 부상 없이 장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도 “투수는 몸이 부드럽고 유연해야 하며, 투구폼이 일정하면 부상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투구 이닝 수가 선수의 부상 변수를 측정하는데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하나 아예 배제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송진우 해설위원은 “결국 공을 많이 던지면 선수들의 체력은 떨어지고, 관절 또한 지속적으로 회전을 하면서 마모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닝 수와 부상이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는 하나 영향력이 있을 수 있다. 관리 야구가 필요한 것이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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