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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커브의 '달인', 류택현을 만나다

16.05.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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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미인 ‘달인을 만나다’] 열정과 투지가 넘치는 그라운드에는 자신만의 생존 방법으로 별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달인’이라 부른다. 

‘전문불펜’이라는 힘든 길을 묵묵히 걸었던 류택현(LG 육성군 투수코치). KBO 투수 통산 최다 경기 출장(901경기) 기록이 치열하지만, 꾸준했던 그의 야구 인생을 대변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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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택현은 1994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OB(두산 전신)에 입단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연습 때에는 좋은 공을 던지다가도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새가슴 투수’라는 자존심 상하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 그가 1999년 트레이드를 통해 LG로 이적하면서 전성기를 달렸다. 서른이 넘는 나이에 전성기를 맞이한 류택현은 전문 불펜 요원으로 활약하며 홀드가 정식 기록으로 인정(2000년)된 후 처음으로 100홀드의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2007년에는 23개의 홀드로 홀드왕 타이틀을 따내기도 했다. 통산 최다홀드 순위는 4위(122홀드)다. 
경기 출장 관련 기록도 화려하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그가 달성한 3년 연속 70경기 이상 출장 기록은 이상열(2010~2012)과 이혜천(2002~2004) 등 국내 프로야구에서 3명만이 보유하고 있는 진기록이다. 또 류택현이 2004년에 기록한 85경기 출장기록은 2008년 정우람(한화)이 SK에서 세운 것과 함께 한 시즌 투수 최다 출장 타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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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택현은 현역 시절 남다른 자기관리로 모든 선수들의 귀감이 됐다. 특히 2010시즌 후 자비로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과 재활을 거쳐 마흔이 넘은 나이에 다시 팀에 복귀한 일은 평소 그의 피나는 노력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프로에 들어와 자칫 그저 그런 선수로 남을 뻔 했던 그가 화려한 기록과 함께 오랜 시간 마운드에서 머무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달인을 만나다-류택현 편’은 ‘1부-인생을 바꿔준 슬로커브’와 ‘2부-평범한 재능을 빛나게 해준 비범한 노력’으로 나눠서 연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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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입단은 94년도 했지만, 빛을 보기 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류택현  “2002년도 이후에 야구가 잘 되니까 ‘정말 별거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처음 프로에 들어와서는 마운드에서 올라가서 왜 그렇게 조급해하고 불안했는지, 말 그대로 편하게 포수 사인대로 던졌으면 좋은 결과가 났을 텐데 싶더라. 예전에는 평범한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가서도 긴장을 하니까 주위에서 ‘혼자 봉황대기 결승전하냐. 아님 한국시리즈 7차전 하냐’고 놀리기도 했다. 마운드 위에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감을 찾았던 결정적인 계기가 커브의 재발견이다. 커브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고, 그 자신감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 커브의 재발견이라는 얘기는 원래도 커브를 던졌다는 애긴데.

류택현  “그렇다. 원해 커브를 던지긴 했는데, 2001년에 팔의 각도에 변화를 주면서 커브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생겼다. 벌어져있던 팔을 위로 올리면서 커브의 각이 횡에서 종으로 떨어지더라. 실제로 그해 5월 KIA와의 광주 게임 때 갑작스럽게 1군에서 올라와 불펜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1점 차로 이기는 긴박한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가서 왼손 타자를 상대하는데, ‘그냥 해보고 싶은 것이나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커브를 던졌다. 그게 잘 먹혀들어갔다. 타자가 내 공에 전혀 타이밍을 못 맞추더라. 내가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커브가 내게 중요한 무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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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이나 던지는 방법에서도 류택현만의 커브가 가지는 특이점이 있나.

류택현  “1996년에 교육리그에 갔을 때 그레그 매덕스의 커브를 배우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다. 빠른 커브를 던지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까지 커브 그립을 미리 잡아 놓고 직구식으로 던졌는데, 매덕스는 직구식으로 가다가 커브를 던지더라. 던지는 방법을 매덕스처럼 바꿔 보기 위해 노력은 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더라. 결국 내가 하는 방식으로 조금 더 예리하게 던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게 됐다. 그래서 나는 커브를 던질 때 미리 그립을 잡아놓고 직구처럼 던진다. 덕분에 좋은 슬로커브를 던질 수 있게 됐다.”

-새로운 구종을 익혔다고 해서 그것을 실전에서 주무기로 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류택현  “새로운 구종을 익히고 실전에서 써먹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피나는 노력과 연습에서 나온다. 노력과 연습을 아무리 했다고 해도 타자한테 한 번 써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나도 현역 시절 서클 체인지업을 6년 동안 연습을 했는데, 1군에서 단 한 번도 던진 적이 없다. 체인지업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자신감이 없는 구종을 실전에서 던진다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연습만 하다가 끝난 셈이다. 그만큼 구종하나를 익히고 자신의 무기로 만드는 일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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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재발견된 커브 하나가 류택현의 인생을 바꾼 셈이다. 

류택현  “나는 커브가 가장 좋은 구질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구종이 볼에서 스트라이크 또는 스크라이크에서 볼로 변하는데, 커브는 볼에서 스트라이크로 다시 볼로 변하는 유일한 구종이 아닐까 싶다. 커브를 던지기 전까지 타자들이 나를 상대할 때에는 변화구는 보내고 직구만 노리는 되는 편안한 투수였을 것이다. 나는 슬라이더 또는 직구만 던졌으니까. 그러다 보니 볼 카운트에 몰리거나 안타를 맞으면 스스로 굉장히 소극적이여 졌는데, 커브를 던지면서 타자들이 나를 상대할 때 조금 더 복잡하게 생각하게 됐다. 상대할 경우의 수가 많아졌다고나 할까. 커브를 던지기 시작하면서 정통파에서 기교파로의 이미지도 갖게 됐다. 나를 먹여 살려준 녀석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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