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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다옹] 박민우 "송구 공포증, 해답은 나에게 있다"

16.05.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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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사람들의 ‘괜찮다’는 말은 위로가 안돼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인거죠.”

웃으며 말했지만, NC 박민우의 말에는 온갖 감정이 섞어 나왔다. 송구 불안감과 실책에 대한 중압감, 그리고 이를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박민우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야구 선수로 한 뼘 더 성장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박민우는 ‘송구 공포증’을 앓고 있다. 지난달 12·14일 삼성전에서 잇따라 송구 실책을 저지르면서 입스(YIPS)에 빠지게 된 것이다. 입스는 증후군의 일종으로 ‘실수에 대한 중압감과 불안감으로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입스를 앓게 되면 평범한 송구를 땅바닥에 던지거나, 뜬공을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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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우  “송구를 하기 전 그 짧은 시간 동안 제 머릿속에서는 천사와 악마가 싸워요. 천사는 ‘자신 있게 던져. 괜찮아. 실수하면 어때’라고 용기를 주지만, 악마는 ‘그러다 실책하면 너 때문에 팀이 피해를 볼지 몰라. 차라리 던지지마’라고 말을 하죠. 물론 던져야 하는 것도 알고, 던져야 하는 상황인데도, 이게 의지대로 안 되는 거예요. 정말 공을 잡고 있는 짧은 순간에 평소 2분 동안 할 법한 생각을 하는 겁니다. 생각이 많아지니 더 두렵고, 그러다 보니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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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는 입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선수들이 꽤 있다. 두산 홍성흔은 2007년 발목과 팔꿈치 수술 후유증으로 입스 경험하면서 포수에서 지명타자로 전향했다. 김정준 한화 전력분석 코치는 입스 증후군으로 데뷔 2년 만인 1993년 시즌 후 LG에서 방출되어 일찌감치 은퇴를 선택했다. KIA 김선빈(현 상무)의 경우 2008년 신인 시절 2루수로 첫 출전해 SK 박정권의 빗맞은 타구를 놓친 게 빌미가 돼 ‘뜬공 공포증’을 앓게 됐다. 물론 피나는 노력과 훈련으로 공포증을 어느 정도 이겨냈지만, 여전히 그는 뜬공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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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우  “사람들이 입스를 앓게 된 게 멘탈이 약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많이들 얘기 하는데,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지난해 실책을 11개 했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송구와 관련된 부분이었어요. 저 때문에 경기 흐름이 넘어간 적도 있었죠. 근데, 그때는 아무렇지 않았어요. 아마도 이번에 했던 실책들이 제게 크게 다가온 것 같아요. 이건 그 누구의 문제도 아니고 제 의지와 관련된 부분인거죠. 결국 스스로 느끼는 심리적인 부담감을 이겨내야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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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NC 감독은 박민우를 지난달 18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휴식을 통해 안정을 찾으라’는 일종의 배려였다. 2군에 내려간 박민우는 한동안 야구공을 잡지 않았다. 구단에서 제공해주는 심리상담을 받으며 안정감을 찾아갔다. 이후 훈련을 재기했지만, 팀에서는 그의 마음이 내킬 때까지 송구 연습을 시키지 않았다.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출장한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서도 주로 지명타자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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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우  “주위에서는 힘들어하는 저를 보면서 ‘괜찮다’는 말로 위로를 해주지만, 마음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아요. 이건 정말 당해본 사람만이 알고 이해하는 것 같아요. 2군에 내려와서 심리상담을 받았는데, 그 박사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제 얘기를 잘 들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구단에서 신경을 많이 써줬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결국 이건 제가 시작한 싸움이기 때문에 제가 끝내야 한다는 겁니다. 해답은 제게 있어요. 제가 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고, 제가 못 던지겠으면 끝까지 못 던지게 되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포지션을 바꾸거나 무언가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고, 제가 용납을 못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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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우가 평소 ‘존경하는 2루수’로 손꼽은 한화 정근우도 한때는 ‘그라운드 위 폭탄’으로 불렸던 시절이 있었다. 정근우는 고등학교 시절 생긴 팔꿈치 통증으로 송구 공포증을 앓았고, 프로 2년 차인 2006년에는 외야수 전향까지 고려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입스를 이겨내고 국가대표 2루수로 자리매김했다. 정근우는 “내가 벗어나고 보니 입스라는 것이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더라. ‘두렵고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 끝도 없이 안 되는 것이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덤비면 결국 이겨내더라. 계속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실수한 기억보다는 잘했던 플레이들을 되새기면서 스스로 자신감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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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우는 이미 한 차례 어려움을 딛고 일어난 선수다. 그는 고교 시절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후, 언제나 ‘송구 능력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민우는 정확한 송구를 하기 위해 스로잉 동작을 꾸준히 연습했다. 일부러 2루수보다 1루와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먼 유격수 자리에 가 훈련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누가 뭐래도 NC의 주전 2루수다. 

박민우는 지난 1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김경문 감독은 "(박)민우는 조금 더 심리적으로 안정이 됐을 때 출전을 시킬 계획이다. 때가 되면 선발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박민우가 다시 시작할 힘은 이미 그의 안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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