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새로운 외국인 타자 아롬 발디리스의 어깨가 상당히 무겁다. 2년 연속 30홈런을 때려내며 장타력과 주력에서 두각을 드러낸 나바로와 국내 리그 최고의 3루수로 평가받는 박석민의 후임으로 삼성의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이다. 류중일 감독은 발디리스가 나바로와 박석민의 이탈로 헐거워진 타선에 힘을 실어주길 바라고 있다.
발디리스에게 아시아야구는 낯설지 않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그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8시즌을 뛰며, 일본 통산 918경기에서 93홈런 387타점・타율 0.268(2956타수 793안타)의 성적을 기록했다. 2010년부터 꾸준히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내긴 했지만, 리그를 압도할 만큼의 성적은 아니다. 특히 발디리스가 요코하마 유니폼을 입었던 최근 2년 동안 성적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면 기대와 불안감이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발디리스는 한국 무대에서의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와 해결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 13일 시범경기 대전 한화전에서 쏘아 올린 첫 솔로포가 성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발디리스 “기존에 팀(삼성)에 있던 3루수(박석민)가 굉장히 좋은 선수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바로에 대한 얘기도 들었다. 홈런을 많이 치고, 장타력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스타일이 있고, 나는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 나는 콘택트 타격을 좋아한다. 구장 모든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고, 타점을 올리는 것을 위주로 타격한다. 내가 가진 장점으로 나간 선수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싶다. 또 감독과 캠프에서 타율 3할을 걸고 내기를 했다. (발디리스가 타율 3할을 기록하면 류중일 감독에게 선물을 받고, 실패한다면 벌금을 내야 한다.) 일본에서 타율 3할(2010년・타율 0.301)을 기록한 적이 있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
발디리스 “일본 무대에서 내 최근 2년 동안의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요코하마에서는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요청에 따라 타격폼을 계속해서 수정해야했고, 내 뒤를 받치는 선수도 없었다. 또 일본 야구는 룰이 많고 외국인 선수에 대한 제약이 많아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일본과 한국의 분위기는 100% 다르다. 삼성에서는 모든 선수들이 기쁜 마음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한다. 훈련을 하면서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팀원들이 서로 간의 믿음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좋아졌다.”
발디리스 “나는 훈련을 많이 하는 것이 익숙한 편이다. 야구를 시작하면서부터 계속해서 훈련량을 많이 가져갔다. 스프링캠프에서 자진해서 야간 훈련을 했던 부분도 스스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시즌 중에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나는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했는지’를 묻는다. 그때 부족함을 느끼거나 반성이 들지 않도록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다. 적어도 은퇴를 할 때에는 ‘야구를 하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발디리스 “이승엽, 이대호(발디리스는 이승엽, 이대호와 각각 2011년, 2013년에 오릭스에서 함께 선수로 뛴 적이 있다.)가 일본에서 뛸 때 친하게 지냈다. 식사도 종종 함께했고, 가족들과도 어울리며 지냈다. 일본에 있으면서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는데, 서로 의지하고 얘기하면서 털어냈다. 그때 한국 야구에 대해 자주 얘기를 들었으며, 언젠가 뛰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지금 이승엽을 보는데, 굉장히 행복해 보인다.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이승엽이 한 팀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다. 그래도 사람이 먼저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열려있다. 야구는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동료들과도 언제든지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한국의 매운 음식은 아직 적응 중이다. 음식은 다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