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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지코 “‘씽킹’은 나의 어둡지만 진솔한 생각을 털어놓는 앨범”

19.11.1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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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재능이라는 것은 -특히 예체능 계열에서 더더욱-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평생 노력해도 손에 넣기 힘든 결과물을 누군가는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도 금세 만들어내곤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지극히 단편적인 시선이긴 하다. 재능이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재능을 제대로 발현시키고 세상에 인정을 받기까지는 결국 각자의 노력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세상을 놀라게 할 재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세상에 내보일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고, 설령 세상에 내보일 기회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꾸준히 갈고 닦지 않으면 결국은 뒤처지기 마련이다. 

예컨대, 프로스포츠에서 ‘역대급’, ‘천재’ 소리를 듣던 유망주들이 성장이 멈추거나 자기관리의 실패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버린 사례를 우리는 수 없이 보아왔다.  

뻔한 이야기지만, ‘천재’나 ‘독보적’, ‘역대급’과 같은 수식어는 결국 재능과 노력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얻을 수 있는 수식어인 셈이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인 지코(본명 우지호)는 이런 재능과 노력이 잘 조화를 이룬 좋은 사례다. 

정식 데뷔전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래퍼로 활동하며 차츰 실력을 인정받았고, 그룹 블락비의 멤버로 데뷔해 아이돌로도 성공을 거뒀다. 

또 솔로 활동 역시 큰 인기를 누렸고, 프로듀서로서도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인기 프로듀서이다. 여기에 지금은 자신의 회사를 운영하는 ‘청년 CEO’이기도 하다.  

이처럼 재능이 온몸에서 철철 넘쳐흐르는 듯한 지코이건만, 새 앨범 ‘THINKING’(씽킹)에 대해서는 “나의 무력감을 노래한 앨범”이라고 털어놓았다. 

‘THINKING’(씽킹)에 대해 지코는 “인정하지 않았던, 인정하면 나를 해칠 수 있는 감정들을 담은 앨범”이라고 표현하면서도 “그래도 한번은 꺼내놓고 진솔하게 털어내고 가야할 부분”이라며 이번 앨범이 지닌 의미를 되짚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코의 음악적 재능, 그리고 그 자신감까지 무력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THINKING’(씽킹)은 전작들과는 달라진 스타일의 사운드를 들려주면서 한층 더 발전하고 깊어진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발휘한 앨범이기도 하다.   

걱정과 자신감, 그 상반된 감정이 교차한 오묘했던 인터뷰 당시의 이야기들을 옮겨 적어본다.
※본 인터뷰는 2019년 11월 5일 진행됐습니다.
※본 인터뷰는 복수의 기자들이 함께한 라운드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하 일문일답

Q. 시작이니 일단 간단한 컴백 소감을 부탁한다.

지코 “솔로로 KOZ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첫 작업물이라서 나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기대가 되는 만큼 걱정되는 부분도 있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걱정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앨범을 앞두면 공통적으로 겪는 걱정 같다. 아이를 잘 키워서 세상 밖으로 외출시킬 때의 마음 같은 게 아닐까 싶다”

Q. 앨범 제목이 ‘THINKING’(씽킹, 생각)이다. 이렇게 지은 이유가 있나.

지코 “내가 올해 1월부터 앨범의 초안을 구상할 때부터 약간 내 생각의 결이 달라지는 걸 느꼈다. 음악적인 접근을 사운드적인 부분과 그리고 분위기적으로 해석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무심코 건드리지 않았던 또 다른 생각은 내놓고 싶었다”

Q. 전반적으로 가사의 내용이 어둡다. 그 ‘또 다른 생각’이라는 것과 관련이 있나.

지코 “내 안의 성향에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 중 하나였다. 크고 작은 나의 쓸쓸함들, 권태, 더 나아가서 무력감들, 내가 인정하기 시작하면 나를 해칠 수도 있을 것 같은 감정을 한번은 꺼내 봐야 할 거 같아서 꺼낸 거다. 어둡게 느낄 수도 있지만 진솔한 순간들이라서 잘 받아들여줬으면 한다”

Q.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지코 “‘나’로 살아가는데 예전에는 내가 어떻게 하고, 뭘 해야 안정감을 느끼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코로서 직업군에 있을 때는 목표의식이 뚜렷했는데, 우지호 개인으로는 나를 보살피는 방법을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까 (생각이)하나씩 바뀐 거 같다”

Q. ‘지코’보다 ‘우지호’로서의 모습을 더 보여주겠다는 뜻인가?
 
지코 “어느 정도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죽을 때까지 지코로는 살 수 없지만 우지호로는 죽을 때까지 살아가야하기 때문에 하나씩 바꿔가고 있다”

Q. 개명할 계획이 있는 건 아닌가?

지코 “하하. 그럴 계획은 없다. 다만 그런 건 있다. 지금까지는 지코였지만 나중에 지코가 아닌 그냥 ‘우지호’로 활동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Q. 수록곡 중 ‘Balloon’(벌룬)의 가사가 눈에 띈다. 어떤 의미인가?

지코 “이전까지의 삶이 아등바등 달려가는 데에만 집중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마치 풍선처럼 안에 바람이 다 빠지면 어디로 갈지를 모르는 거다. 그래서 내가 방향을 잃게 됐을 때 어느 곳에 안착할지는 내 자신도 모르겠다는 느낌으로 만들어진 곡이다” 

Q. 그런 미래에 어떤 공포감을 느끼는가?

지코 “공포감이라기보다 그것을 초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표현이다. 에를들어 ‘극’ 뮤직비디오에서 내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내가 프레임 속에 있다. 네모난 거울로부터 비치는 나. 그리고 한정된 공간에서 랩을 하는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들로 구성을 했는데, 나와 나를 보는 시선에 대해 데미지를 입기도 하지만 결국 그걸 완전하게 받아들이면서 초연하게 되는 걸 표현했다”

Q. ‘THINKING’(씽킹) 파트2의 타이틀곡 ‘남겨짐에 대해’는 싱잉랩 스타일이다. 이를 선택한 거도 어떤 이유가 있나?

지코 “일부러 싱잉랩을 했다기보다 템포가 슬로우 템포다보니까 빼곡히 채워지고 음절수가 많은 것보다는 (이렇게 하는 것이)곡의 무드를 잘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느릿느릿한 노래와 비슷한 메이킹을 한 거 같다” 

Q. 이번에도 페노메코가 참여했다. 

지코 “나에게 영향을 많이 주는 친구다. 아쉬운 건 사람들이 이 친구의 역량을 아직 많이 눈치를 못 챘다. 그래서 많이 알리고 싶다. 학창시절부터 친구이기도 하고 내 음악을 통해서 알리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이 친구는 일단 랩을 잘하고 노래도 수준급의 보컬실력을 가지고 있다. 웬만한 싱어만큼의 보컬실력을 가지고 있다. 스펙트럼도 넓고 내는 음악도 퀄리티가 좋다. 유입되는 층이 한정적이라서 빨리 알려지지 않더라. 그래서 조금 아쉬운데 이 음악을 통해서 페노메코를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다”

Q. 앨범 작업하면서 고민한 부분이 있다면?

지코 “가장 큰 고민은 타이틀을 뭘 할까였다. 그만큼 수록곡이 다 좋았다는 마음도 어느 정도있었다. 모든 트랙에 공을 들였고, 메시지도 확실하고, 이 곡만 만들어야겠다하고 확실하게 정한 것도 없고, 다 만들고 나서 타이틀을 고민했다. 3, 4개월을 고민했다. (수록곡의)과반수 이상이 올해 중반에 다 완성이 된 상태였다” 

Q. 그럼 ‘남겨짐에 대해’를 타이틀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코 “계절감도 있고, 쌀쌀해졌을 때, 추위를 느끼고 따듯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드리고 싶었다. 사운드적으로는 따뜻하고 가사는 또 다르고 그런 언밸러스의 매력이 있다” 

Q. 피처링에 참여한 ‘다운’은 누구인가?

지코 “R&B, 힙합, 포크, 장르를 가리지않고 여러 가지 음악이 가능한 친구다. 내가 몇 년 전부터 사우드 클라우드를 통해서 이 친구를 접했다. 그이후로 함께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남겨짐에 대해’가 나오고 이 친구가 생각나서 같이 하게 됐다” 

Q. 이번 앨범은 사운드가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강하다.

지코 “나의 음악은 아날로그보다 디지털적인 요소, 트랜디한 요소가 많았다. 나의 장점이자 한계점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늘 어택감있는 사운드를 구현한다는 게. 이제는 여러 가지 부수적인 요소를 덜어내고자 했다. 음악뿐만이 아니라 스타일링도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부가적인 부분을 최대한 제거하고 메시지에 집중하려고 했다” 

Q. LP를 듣는 취미도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즐겨듣는 LP가 있다면?

지코 “요즘은 도니 헤더웨이와 또 한국가수와 다른 벤이라는 아티스트가 있다. 아, 그리고 김흥국의 ‘레게신’ 그것도 좋더라” 

Q. 그렇다면 이번 ‘THINKING’(씽킹)을 지코의 앞으로의 사운드 방향성을 제시한 앨범이라고 생각해도 되는가? 

지코 “음악적인 방향을 그렇게 설정하고 싶지는 않다. (이번에 이렇게 한 이유는)이번 앨범의 주제를 돋보이게 하려한 거다. 이번에 나의 생각을 담았고 세상에 공개했으니, 다음단계로 넘어갔을 때는 이와 같은 작업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가지 않을까 싶다”

Q. 새로운 시도보다 잘하는 걸 잘하는 것이 낫지 않나?

지코 “나는 그게 더 번거롭더라. 잘하는 것은 거기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새로운 것을 도전해서 그걸 잘 하는 게 더 편리하고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Q. ‘남겨짐에 대해’ 뮤직비디오 주연을 배우 배종옥이 맡은 것도 눈에 띈다. 

지코 “‘남겨짐에 대해’가 완성되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곡이 담은 감정을 이미지화 하는 방향을 생각하는데, (캐스팅이 뻔하면)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배종옥 선배님이 생각났고 그분의 표정이 ‘남겨짐에 대한’의 서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섭외요청을 했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요청을 했다. 거기에만 올인하다가 만약에 안 되면 다른 대책이 없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흔쾌히 승락을 해줘서 (기뻐서) 많이 웃었다” 
 
Q. 이렇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어떤 명확한 메시지가 있나?

지코 “나는 뮤직비디오나 가사에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라고 결정해서 설명하고 싶지는 않더라. 해석의 자유를 드리고 싶다”

[인터뷰②]에 계속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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