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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헤이즈 “‘만추’는 경험담…있는 그대로가 내 특징이자 강점”

19.10.16 11:14

헤이즈 현장 사진5.jpg

최근 몇 년간 음원차트에서는 ‘음색’, ‘감성’을 앞세운 음악가들이 강세였다. 

헤이즈 역시 이런 유형의 싱어송라이터로, 자신만의 감성을 담은 음악과 매력적인 음색, 공감을 자아내는 가사 등이 헤이즈의 인기 요인으로 꼽히곤 한다. 

이제는 냈다하면 호성적이 보장되어있는 헤이즈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돌아오지마’나 ‘저 별’, ‘비도 오고 그래서’ 등의 이별 노래들이 더 인기가 높은 편이다. 

헤이즈의 이별노래가 특히 더 사랑받는 이유는 필자 주관적으로는, 그가 이별을 노래하고 풀어내는 감성과 방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느끼는 헤이즈의 이별노래는 굉장히 담담히 말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복받치는 감정을 애써 꾹꾹 누르고 참아내는 듯한 인상이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조금씩 새어나오지만 끝끝내 내뱉지는 않고 아슬아슬한 순간에 삼켜내는, 그런 긴장감과 안도감, 또 한편으로 드는 묘한 아쉬움이 있다. -재밌는 점은 정작 헤이즈는 매우 털털하고, 밝고, 긍정적이며, 리액션도 큰 성격이라는 것이다.-    
헤이즈의 신보 ‘만추’ 역시 이런 ‘헤이즈 감성’이 듬뿍 담긴 작품이다. -사실 메인 타이틀곡인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는 이와 같은 이별 감성과 다소 궤를 달리하는 곡이다. 오히려 서브 타이틀곡인 ‘만추’가 이와 같은 헤이즈표 이별 감성에 더 가깝고 충실하다. 후에 더 자세히 밝히겠지만, 그런 이유 때문인지 헤이즈 본인이 메인타이틀로 하고자했던 곡은 ‘만추’였다.-    

쌀쌀하면서도 상쾌한 가을바람 같은 ‘만추’에 대해 헤이즈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본 인터뷰는 10월 11일 진행됐습니다.)
(※해당인터뷰는 복수의 기자가 동시에 인터뷰를 진행하는 라운드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하 일문일답

Q. 일단 곡 소개를 부탁한다. 

헤이즈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는 가을이 쓸쓸하고 외로운 계절이고 낙엽이 떨어지는 것도 슬픈 감정을 들게 하는 장면이라고 통상적으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낙엽이 떨어지는걸 보다가 ‘낙엽이 떨어지면 나뭇가지가 앙상해지고 추운겨울이 오겠지만 그게 지나면 더 풍성하게 잎이 나고 꽃도 피는 따뜻한 봄이 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별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준비과정일 뿐이고 슬픈 일이지만, 더 나은 다음 단계를 위한 과정이지 않을까 싶었다. 비가 아무리와도 다시 해가 뜨는 것처럼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쓴 곡이다” 

“‘만추’는 이 사람 눈빛만 봐도, 표정만 봐도 다 느낄 수 있을 만큼 오래 만나고 돈독한 연인관계인데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이 생겼구나 하는 느낌이 든 상황을 표현한 곡이다. 또 이 사람이 연애를 하면서 얼마나 사랑해줬고 아껴줬고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잘 알기 때문에 얼마나 나에게 최선을 다했는지 알고 있어서 배신감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쓴 곡이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 상황까지 그 이유가 내가 만들었을 수도 있고, 그 사람이 얼마나 신중한지도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굉장히 고민을 했을 것도 아는 거다. 더 매달리거나 어떤 말로도 돌릴 수 없는 마음이 됐을 거란 걸 알기 때문에 얘가 나한테 미안한 마음을 느끼기 전에 더 차갑게 떠나야겠다는 내용이다. 또 다른 이유는 차마 이 사람 입에서 ‘다른 사람이 생겼어’라고 듣고 싶지 않아서 더 매정하게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내용이다. 제목이 ‘만추’인건 그 계절이 딱 만추인데, ‘너무 추워지기 전이라서 다행이다. 한겨울이었으면 집에서도 추우면 안 나가는데 더 추워지기 전에 잘 됐다’는 생각에서 그렸다. 그런 계절 배경과 내 감정을 다 더해서 ‘만추’라고 썼다‘ 

Q. ‘만추’는 실제 경험담인건가?

헤이즈 “그렇다. 경험담이다. 내 곡은 거의 다 내 경험으로 쓴다. 처음 곡을 쓴 것도 일기를 쓰면서 취미로 노래를 붙이기 시작한 거다. 일기처럼 실제 느끼는 일에서 영감을 얻고 (곡을)쓰는 편이다” 

“항상 느끼는 점이 있거나 소재가 될 수 있겠다 싶으면 메모를 한다. 한 가지 소재가 나왔을 때 바로 하루 만에 완성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중구난방으로 적어놓고 나중에 쭉 내용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Q. ‘만추’의 현실 결말을 물어도 되나?

헤이즈 “‘만추’의 결말은 내가 생각했던 게 맞았다. 노래가 공개되면 당사자가 알 거 같다”

Q. 모든 곡이 경험담이라고 했는데, 혹이 이전에 당사자에게 연락이 온 적도 있나? 

헤이즈 “아니다. 경험담 주인공에게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

Q. 헤이즈만의 독특한 감성이 있다. 음악적인 영향은 어디서 받은 건가?

헤이즈 “음악적 영향은 아기 때부터 어머니가 항상 거실에서 전축으로 음악을 틀어놓았다 그때 음악이 윤상, 이문세, 변진섭, 신승훈, 이승철, 이적 이런 분들의 노래였다. 그런 음악을 듣고 자라니까 내가 하는 음악이 그런 감성이 영향을 받은 거 같다. 가사라든지 그런 부분도 그렇다” 

Q. 메인 타이틀곡은 ‘떨어지는 낙엽까지도’인가 ‘만추’인가?

헤이즈 “회사에서는 ‘떨어지는 낙엽까지도’고 나는 ‘만추’가 타이틀이다.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는 작년에 만들었다. 보통은 시기를 맞춰서 앨범을 만드는데, 이번에는 앨범이 만들어지고 발매시기를 잡아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만추’의 내용을 메모장에서 보다가 지금과 너무 잘 어울릴 거 같아서 만들기 시작했다. 완성한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그런데 만들고 보니까 마음에 들어서 타이틀곡을 바꾸겠다고 했는데 (회사에서는)만장일치로 다 반대를 하더라. 하하.  그래서 바꾸지는 못하고 더블 타이틀이 됐다.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도 처음으로 시티팝을 한건 데 잘나왔다” 

“뮤직비디오를 찍고 있을 때 ‘만추’가 완성이 됐다. 개인적으로 ‘만추’를 뮤직비디오를 찍고 싶어서 둘 다 음악을 보내드리고 감독에게도 훨씬 더 영상이 잘 나올 것을 선책해달라라고 하기도 했었다. ‘만추’를 선택할 줄 알았는데 다들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를 좋아해서 ‘만추’는 뮤직비디오도 못 찍었다”

Q. ‘만추’에는 크러쉬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헤이즈 “처음엔 여자 혼자 청승맞게 부르는 노래였는데, 나중에 ‘바람을 피워도 저 남자가 그랬다면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순둥한 이미지에 남자가수를 넣고 싶었다. 또 직접 가사를 써줄 수 있고 이 노래에 맞는 음색, 또 결국에는 떠나갔지만 죄책감도 느끼고 슬퍼할 거 같은 상황을 보여주고 싶어서 무조건 크러쉬가 피처링했으면 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그 벌스를(크러쉬가 부를 파트를) 비우고 완성을 했다”

Q. 흔히 음원 강자라고 불리는데,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수식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헤이즈 “아직까지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일기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는데 정말 디테일하게 다 풀어내는 싱어송라이터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아직까지 많이 받는 질문이 ‘곡을 직접 쓰냐?’이다. 내가 곡을 쓴다는 것을 더 알려야할 거 같다. 정말 내 이야기로 쓴다는 것을 알려야할 거 같다” 

Q. 자신의 경험담 중에 공개할 수 있는 마지노선 같은 게 있나?

헤이즈 “나는 사실 곡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나만이 가진 특징,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게, 있는 그대로를 쓰는 거라 생각한다. 내가 멋이 없고, 찌질하고, 그런 내용을 쓰는 건 나의 이미지는 상관없다. 다만, 상대방 당사자에게는 미안하다는 감정을 느낀 적도 있다. 우리 둘만의 이야기인데 노래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그 사람이 누군지를 몰라도 너무한 점이 있지 않나하는 생각도 했다. 그게 내가 곡을 쓰는 방법이고 나만의 작업 방식이기 때문에 계속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최근에 쓴 곡 중에 가제가 ‘작사가’인데, 내가 다른 일 때문에 힘든데, 보통은 힘들어하고 그렇게 극복해나가기 바쁠 때 나는 울면서 가사를 쓰고 있으니까 내가 너무 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적인 면도 있는 것 같고, 직업이 그러니까 그런 고민은 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할 예정이다” 

Q. 그런 경험을 떠올리다보면 감정적으로 힘들지는 않나? 

헤이즈 “곡을 쓸 때는 계속 힘들어하는 시간들이었는데 2018년에 모든 감정을 다 쏟아냈다고 생각했었다. 그 뒤로 괜찮아졌다가 이번에 ‘만추’라는 곡을 쓸 때는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거 같다.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었다. 울면서 노래를 부를 수는 없지 않나. 그런데 후렴구 가이드 녹음할 때 울었다. 그런 감정을 추스르기 힘든 게 내 감정을 표현하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②에 계속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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