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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리듬파워 “뭉치면 웨스트햄? ‘프로젝트A’는 그에 대한 대답”

19.09.25 11:15

[아메바컬쳐] 리듬파워(2).JPG

리듬파워는 국내 힙합계에서 이제 흔치 않은 ‘힙합 그룹’이다. 

당연히 결성 당시부터 팀으로 -멤버들 스스로도 항상 팀 활동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하곤 한다- 활동하고 있는 리듬파워지만, 정작 실력을 인정받고 주목을 받은 건 개개인이 먼저였다.  

잘 알려졌다시피 리듬파워의 보이비, 지구인, 행주는 Mnet ‘쇼미더머니’ 시리즈에 참가했었고, 멤버들 모두 명장면을 만들어내며 고평가와 호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지구인은 시즌4에서 모든 무대에서 -스눕독에게까지- 호평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보이비는 시즌5의 명곡으로 꼽히는 ‘호랑나비’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행주는 시즌6의 우승자다.)

그 결과 리듬파워는 아직 팀으로는 자타가 공인할 만큼 ‘성공했다’라고 말한 곡이 없는 반면,  멤버 개개인으로는 사람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키고 히트곡을 배출한 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때문에 한 팬은 ‘멤버 한 명씩은 레알 마드리드인데 팀으로 뭉치면 웨스트햄’이라는 농담 섞인 평을 내놓기도 했다. (※주: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 라리가의 명문구단으로, 특히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하는 갈락티코 정책으로 유명하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는 영국 1부 리그인 프리미어리그 팀이지만 대부분 중위권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반응은 리듬파워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맞는 얘기”라고 웃으며 인정한 이들이었지만 곧 “이번 앨범 ‘프로젝트 A’가 팀 리듬파워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주2: 공교롭게도 이번 시즌 웨스트햄은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6라운드까지 5위를 달리고 있다.)  

정식 데뷔 9년 만의 첫 정규앨범이자, ‘팀 리듬파워’의 대답인 ‘프로젝트 A’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하 리듬파워와의 일문일답

Q. 우선 타이틀곡 ‘6AM’ 곡 소개를 부탁한다.

보이비 “‘6AM’(식스에이엠)이라는 곡이다. 아침 6시까지 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우리가 좋아하는 영국 래퍼들의 사운드적인 부분을 많이 고려해서 만든 곡이다” 

지구인 “장르는 UK아프로다. 방황하는 청춘, 술자리 막차의 느낌을 담아보려고 했다. 우리가 이름을 알리게 된 ‘호랑나비’나 ‘리듬파워’ 같은 신남이 아닌 세련된 신남을 추구하는 노래를 만들었다” 

Q. 정규 앨범이 나오기까지 9년이 걸렸다.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가 있나?

지구인 “우리 생각이 모여야 앨범이 만들어지는데, 음악활동 한 이래 처음로 바쁘다는 걸 체감했다. 안 바쁠 때는 우리도 ‘앨범 만드는 게 왜 오래 걸려?’라고 그랬는데 막상 바빠지니까 모여서 작업하기가 쉽지 않더라. 의견을 모아서 앨범이라는 작업물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약간 성장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오래 걸리지 않았나 싶다” 

Q. 정규 앨범의 의미는?

행주 “정규라고 해서 다른 의미라고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우리가 ‘쇼 미 더 머니’로 개개인이 랩을 할 수 있다는 걸 어필했는데, 그 다음에 처음으로 모여서 만든 앨범이니까 정규로 만들만큼 소중했다” 

보이비 “음원이 싱글 위주로 돌아가는데, 어떤 특정한 팀이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싱글보다 앨범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은 2014년 이후 앨범 단위 결과물을 내본 적이 없다. 우리를 알고 있던 사람은 우리에 대해 희미해졌을 시간이라서 이번에는 앨범으로 내야겠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다” 

지구인 “정규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한 건 각자 시즌을 끝내고 모였을 때 ‘지금부터 정규를 만들어야 돼’ 하고 해봤는데 부담감 때문에 진행이 안 되더라. 그래서 ‘압박감을 내려놓고 편하게 만들어보자’라고 하니까 풀리는 느낌이었다. 의미부여가 오히려 좋지 않아서 가볍게 만들었다” 

보이비 “그렇다고 곡들이 가볍지는 않다. 마음가짐만 가볍다” 

Q. 리듬파워는 멤버 개인의 이름이 팀보다 유명하다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 이번 앨범에서 리듬파워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보이비 “음악적인 얘기를 하기 전에, 우리나라에 ‘힙합 그룹’은 거의 없다고 본다. 무브먼트 세대 이후 거의 없지 않나. 요즘 그룹으로 활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 팀이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나 그런 게 항상 필요할거라고 생각했다. 셋 다 마찬가지일 건데, 팀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개개인이 유명해졌지만 팀으로서도 발전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다”

지구인 “‘쇼미더머니’ 하고 이제 나오는 거라 그 공백기 동안 리듬파워로 나오지 못한 건 우리 잘못이다. 지금부터라도 더 만들어야하지 않겠나 싶다. 어쨌든 우리는 리듬파워가 최우선순위다” 

Q. 멤버 개개인은 레알 마드리드인데, 뭉치면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라는 평이 인상 깊다.

보이비 “하하. 맞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지난 2~3년간 팀으로 보여준 게 없다. 싱글로 보여준 거 정도다. 그런 얘기도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거 같다. 다만, 그에 대한 대답이 이번 앨범인 거 같다” 

Q. 리듬파워라고 하면 코믹하고 유머러스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편이다. 이번 앨범도 비슷한 이미지인가.

보이비 “그런 걸 의식하고 작업하지는 않았다. 그때 그때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는 편인데, 이번 앨범은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다른 수록곡도 2018~19년에 하고 싶었던 곡의 모음집 같은 느낌이라고 봐줬으면 좋겠다. 이런 느낌의 이런 곡을 하자라고 딱 정해놓는 건 아니다” 

지구인 “예를 들어 ‘누구 하나 빠짐없이 잘생겼다 리듬파워’ 같은 앨범은 그때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한 거다. 지금도 그때에 비하면 세련되게 들릴 수 있지만 우린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는 의미에서는)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한다. (코믹한 이미지를)탈피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보이비 “언젠가는 다시 레트로를 할 수도 있다” 

Q. 그런데 이번 앨범의 타이틀인 ‘프로젝트A’는 또 굉장히 레트로적이다.   

지구인 “우리가 나이가 있고, 성룡과 홍금보, 원표를 ‘가화삼보’라고 하는데, ‘프로젝트A’가 이들이 함께 출연한 영화다. 가화삼보를 좋아하기도 하고 ‘프로젝트’가 붙어서 앨범명으로 쓰면 좋겠다고 해서 썼다” 

Q. 그럼 리듬파워에서 누가 성룡이고 원표고 홍금보인가?

행주 “내가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라 성룡을 하기로 했다”

지구인 “내가 날쌘돌이 느낌이 있어서 원표다”

보이비 “왜인지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내가 홍금보로 정해져있었다” 

Q. ‘6AM’은 전작 ‘왕좌의 게임’의 연장선으로 들리기도 한다. 

지구인 “맞다. 파이팅 하다가 실패하고 광동포차에서 막차를 하는 그런 쓸쓸함을 담으려고 했다” 

보이비 “사실은 곡에 쓸쓸함은 담겨있지 않다. 워낙에 친구사이라서 있어 보이려고 얘기해서 그러는데, 가사내용을 처음부터 연구해 두진 않았다. 초안은 내가 만들었는데, 초안을 만들 때는 그때 만나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클럽 가서 놀아도 되냐’고 물어보길래 내가 쿨한척 하면서 ‘놀아라’라고 했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잠도 오지 않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은 상황이 왔다. 그때 느낀 기분, 그 친구가 클럽에 갔을 때라고 가정하고 만든 게 초안이었다. 처음에 곡이 출발할 때는 ‘왕좌의 게임’ 감성보다 ‘호랑나비’ 같은 감성에 더 맞지 않을까 싶다. ‘넌 예쁘다 잘 놀 수 있어’라는 느낌이다” 

행주와 지구인 “(보이비의) 이 이야기는 우리도 처음 듣는다”

Q. 과거와 비교해서 전체적인 감성이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행주 “크게 달라졌다고는 느끼지 않은데, 같이 노는 파티송을 불러도 내면의 솔직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예전엔 찌질함도 있었는데 지금은 쿨함이 더 크다. 나이를 먹었다는 게 같은 내용을 가사로 써도 같은 표현이 아닌 다른 게 있는 것 같다” 

보이비 “‘우리는 30대가 됐으니까 20대와 다른 음악을 해야 돼’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금의 곡은 그냥 최근의 우리를 반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Q. 그럼 좋아하는 게 달라졌나?

보이비 “나는 좋아하는 게 바뀌었다기보다 좋아하는 걸 좀 더 드러낸 거 같다. 20대 때는 남들의 시선일수도 있고 내가 느끼는 나일 수도 있는데 나를 좀 숨겼다면 조금 더 경험이 쌓이면서 ‘이럴 이유가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보다는 훨씬 많이 드러내는 편이다” 

지구인 “20대는 되고 싶은 사람이 있고, 그렇게 되는 그림을 그려서 그 사람이 할법한걸 쫓고 그랬다. 동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책을 읽거나 하는 건 ‘간지가 떨어져’ 그렇게 생각하고 그랬는데 30대가 되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나는 정적인 게 좋고 나가서 노는 것보다 책 읽는 게 좋고 그런 걸 받아들이게 됐다” 

Q. 마지막 트랙인 ‘바보언덕’이 또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지구인 “바보언덕은 우리가 다니던 인하부고 앞 분식집 이름이다. 거기서 즐겨먹던 메뉴가 쫄떡이다.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트랙이기도 하다. 우리가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하고 가사를 써보자 해서 쓴 건데 개인적으로는 뭉클한 점도 살짝 있고 그런다” 

Q. ‘6AM’은 사운드가 힙합보다는 댄스홀이나 뭄바톤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의도적으로 EDM 계열을 도입한 건가?

보이비 “장르를 딱 나누는 건 좋아하진 않지만, 댄스홀이나 UK아프로나 계보가 다 비슷한 쪽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더 넓게 보면 션 폴까지 올라가가도 한다. 그런 흐름에서 갈라진 거라고 생각한다”

Q.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이다. 그사이 ‘쇼미더머니’가 생기면서 힙합씬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지구인 “우리가 힙합을 좋아했던 중, 고등학교 시절은 힙합을 좋아한다고 하면 좀 특이한 사람이었다. 랩을 좋아한다고 하면 별종 취급을 받았다. 지금은 ‘쇼미더머니’ 이후 래퍼를 멋있는 직업으로 봐준다. 돈도 잘 벌고 멋있고 그런 인식이 생겼다” 

행주 “‘쇼미더머니’ 전에는 힙합이 ‘너네는 모르는데 우리는 알어. 그래서 멋있는 거야’ 그렇게 우리끼리 떠드는 매력이 있었는데, ‘쇼미더머니’ 이후에는 ‘누가 봐도 멋있는 거’라고 바뀐거 같다” 

보이비 “‘쇼미더머니’ 이전에 힙합은 누가 봐도 확연하게 보이는 선 같은 게 있었다. 그런 게 무너지고 우리나라 래퍼도 실력 있고 개성 있고 메인스트림으로 활동할 수 있는 그런 발판을 마련해준 것 같다. 우리도 수혜자고 좋은 거 같다. 아쉬운 점은, 이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시대가 빠르지 않나. 우리가 원래부터 듣던 힙합에도 클래식한 멋이 있는데, 조금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은 있다” 

Q. 우승자인 행주에게 직접 묻기엔 실례되는 질문일 수도 있는데, ‘쇼미더머니’는 종종 우승자보다 더 큰 인기와 이슈를 가져가는 수혜자가 따로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행주 “우승자 외에 나머지 인기가 없다기보다, 본인이 ‘쇼미더머니’에 출전해서 얻어갈 수 있는 게 정해져있다고 생각한다. 우승했으니 이만큼 얻어간다기보다, 비와이, 나플라 넉살과같은 출연자들이 가져가는 게 시작부터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어떻게 붙고 언제 떨어지는지 지켜보지 않나. 그러면서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이비 “난 ‘쇼미더머니’를 챔피언스리그라고 생각한다.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한 프로팀의 각각의 커리어는 또 다른 거다. 엄청 큰 이벤트인데 끝나면 다시 또 새 시즌이고 그런게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②에 계속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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