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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체인스모커스가 선사한 ‘두 가지 충격’

19.09.0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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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hoto credit: © Danilo Lewis

DJ 듀오 체인스모커스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 9월 6일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열린 이들의 내한공연 현장을 직접 보니, 단순히 ‘인기가 많다’라는 표현은 부족했다. 이날 현장에서 받은 느낌은 ‘체인스모커스야말로 지금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아이콘’. 요즘에는 흔한 수식어가 되어버렸지만, 사실 진정으로 아이콘이라는 단어를 앞에 놓을 수 있는 가수들은 그리 흔치 않다. 음악계에서 아이콘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그 시기를 대표’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들의 기준에 따라 그 시대의 아이콘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비틀즈나 레드 제플린, 메탈리카, 너바나처럼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해야하는 음악가들은 존재한다. 

그리고 퀸 역시 아이콘의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음악가다. 퀸의 경우 조금 특별한 게, 지난해 개봉한 프레디 머큐리의 전기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다시금 그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으로, 그 덕분에 영화의 제목으로 쓰인 퀸의 대표곡 ‘보헤미안 랩소디’는 마치 7~80년대의 찬가 혹은 주제가와도 같은 지위를 얻게 됐다.

갑자기 퀸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체인스모커스의 드류 태거트가 공연중에 프레디 머큐리의 전매특허인 ‘에~오~’를 따라하며 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 퀸의 커버나 프레디 머큐리의 호응 유도는 다른 가수들도 흔히 하는 것이니까.     

명장면은 그 다음이었다. 프레디 머큐리에겐 ‘보헤미안 랩소디’가 있듯이 체인스모커스에겐 ‘클로저’가 있었다. 곧이어 드류 태거트가 ‘So baby pull me closer in the backseat of your Rover’라는 자신들의 첫 빌보드 1위곡인 ‘클로저’(Closer)의 한 구절을 읊조리자, 현장에 있던 8,600여 관객은 일제히 환호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떼창으로 응답을 보냈다. 

여타 아이돌 가수들에게 보내는 환호나 떼창과는 확연히 느낌이 달랐다. 휴대폰으로 그 장면을 촬영하는 사람부터 함께 노래를 부르며 화답하는 사람, 또 무아지경의 댄스로 함께 하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그 순간을 음미하고 또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즐기고 기억하려 모습이었다. 마치 ‘클로저’가 자기 자신의 노래인 것처럼.

체인스모커스는 2010년대의 아이콘이며 ‘클로저’는 2010년대를 위한 찬가라는 걸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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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hoto credit: © Danilo Lewis

이 시대 아이콘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는 것이 첫 충격이라면, 두 번째는 조금 더 음악적인 내용이다.

현재 음악 시장의 주류는 EDM이다. - 여담으로 EDM이라는 명칭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긴 하나, 이 글에서는 편의상 DJ들의 음악을 통틀어 EDM이라고 하겠다. - 

그리고 그중에서 체인스모커스는 좀 더 특별하다. 사실상 DJ를 메인스트림으로 끌어올리고 EDM을 하나의 장르로 정착하게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원래 DJ는 ‘디스크쟈키’(Disk Jockey)의 약자로, 자신들의 음악을 플레이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음악을 소개하고 플레이하는 사람들이었다. - 실제 과거 음악카페나 라디오 진행자도 DJ라고 불렀다는 것을 떠올려보라. - 

또 클럽에서도 DJ들의 역할은 사람들이 잘 놀 수 있게 적절한 음악을 리믹스하여 끊이지 않게 플레이하는 역할이었다. 

물론 DJ들도 나름대로 오리지널 믹스 등을 내놓으며 자기 음악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디가지나 언더그라운드의 영역에 있었고, 결정적으로 EDM은 하나의 싱글로 보기 어려웠다.  

실제 DJ들의 음악은 ‘끊이지 않게’ 연주해야 한다는 특징 때문에 각각의 곡을 구분하기 모호하다.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대중음악과는 작법이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았다. 또 전자음이 베이스다보니 실제 보컬보다는 각종 오토튠 등으로 보컬을 만들거나 샘플링 등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아, DJ들이 앨범을 내더라도 각각의 싱글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이런 특징 때문에 EDM이 각종 페스티벌로 한창 인기를 구가하고 있음에도 정작 차트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는데, 체인스모커스는 EDM에 팝적인 요소를 가미해 이를 하나의 장르로 정착시켰다. 

실제 초기 체인스모커스는 EDM중에서도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장르에 가까웠지만, ‘클로저’를 기점으로 퓨처베이스에 팝을 가미한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결과 적으로 이들의 이 선택은 옳았다. 

‘클로저’의 빌보드 1위를 시작으로 ‘섬씽 저스트 라이크 유’(Something Just Like You) 등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이후 DJ들은 앞 다투어 가수들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 이와 비슷한 형식의 음악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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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hoto credit: © Danilo Lewis

이처럼 일종의 선구자격인 체인스모커스가 이제 ‘밴드 라이브셋’을 선보이고 있다. 

EDM의 또 하나의 큰 특징은 ‘전자’음악이라는 데에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단 하나의 실제 악기나 사운드 장비가 없이도 컴퓨터 하나만으로 그럴싸한 EDM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USB음악’이라고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부피가 큰 라이브 세션이나 복잡한 무대 세팅 등이 필요 없다는 점은 확실한 장점이다. 

하지만 정작 체인스모커스는 드러머 맷 맥과이어를 아예 투어멤버로 영입해 2018년부터 라이브 무대에 함께 나서고 있다. 

게다가 콘서트에서 드류 타가트는 이제 사실상 보컬의 비중이 더 크고, 직접 기타를 연주하는 곡도 많아지고 있다. 알렉스 폴 역시 턴테이블링 뿐만 아니라 피아노 연주와 솔로 무대까지 선보이고 있다. 

라이브 무대에서의 체인스모커스는 EDM이라기보다 사실상 록 밴드에 가까운 모습이다. 필자 개인의 생각이기도 하지만, 아마 이날 내한공연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이 이와 같은 평에 동의할 것이다. 

현재 음악계에서 가장 최첨단에 위치한 EDM장르에 록, 밴드가 스며든 점은 꽤나 흥미롭다. 결국 이는 체인스모커스가 생각하는 다음 방향은 EDM과 록 혹은 밴드의 결합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체인스모커스가 2018년 발매한 ‘식 보이’(Sick Boy)와 같은 곡은 거의 록 밴드 음악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확 달라진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다들 알다시피, 대중음악에서 록이 메인 장르로 자리 잡은 이후 록 음악은 수많은 파생 장르를 낳았고, 90년대 힙합과 결합한 랩 메탈, 랩 록이 인기를 끈 것을 마지막으로 하락세를 맞이해 지금은 비주류 장르로 전락해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랩 록이 인기를 얻으면서 덩달아 힙합의 대중적 인기가 올라갔다는 점이다. 이런 묘한 관계는 힙합과 EDM의 사이에서도 반복된다. EDM식의 비트나 사운드 소스를 도입한 힙합이 인기를 얻으면서 대중적으로 EDM의 인기가 높아졌고, 지금은 EDM 역시 메인장르로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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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hoto credit: © Danilo Lewis

그런 와중에 EDM의 선두주자에 있는 체인스모커스가 밴드와 록 적인 요소의 도입을 시도하고 있으니 이 어찌 흥미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여담으로 또 다른 인기 DJ인 알렌워커도 자신의 라이브셋이 따로 있다. - 

결론적으로 체인스모커스의 이번 내한 공연 -뿐만 아니라 투어는 - 이 시대의 아이콘이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자리라고 볼 수 있다. 
 
과연 이들의 선택이 다시 한 번 선견지명이 될지, 아니면 섣부른 판단이 될지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이어질 과정 역시 만만찮게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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