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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앤씨아’하면 ‘새벽에 듣는 노래’라는 이미지 생기길”

19.05.0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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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씨아, 사진제공|제이플래닛엔터테인먼트

예전에 프로야구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3루수 중에서 15시즌 동안 뛰면서 통산 성적이 홈런 163개, 타점 712점, 타율 0.279, 출루율 0.370, 장타율 0.450, OPS 0.820에 실책 172개를 기록한 A라는 선수와 14시즌을 뛰면서 통산 성적 홈런 149개, 타점 782점, 타율 0.289, 출루율 0.346, 장타율 0.432, OPS 0.778, 실책 140개를 기록한 B라는 선수 중 누가 더 나은 선수냐를 묻는 내용이었다.  

위 스탯으로만 보면 쉽게 A선수와 B선수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A선수가 홈런과 출루율, 장타율 등은 앞서지만, B선수는 타율과 타점, 실책수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두 선수의 비교는 야구팬 사이에서 꽤 오래된 떡밥으로, 통산 성적만 보고도 A선수와 B선수가 누구인지 알아챈 사람도 있을 것이다. A선수와 B선수의 이름을 공개하자면 A는 한대화, B는 김한수이다.

재미있는 점은, 스탯상으로는 두 선수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실제로는 대다수의 야구팬들이 한대화를 더 우위에 둔다는 점이다. 

물론 이유는 있다. 일단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의 차이가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임팩트’다. 현역 시절 한대화는 큰 경기에서 유난히 극적인 장면을 자주 만들어내던 선수였다. 

1982년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결승 3점 홈런을 날린 것을 시작으로, 87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의 투런 홈런, 91년 한국시리즈 역전 투런 홈런 등등 중요한 순간에 터트린 홈런들로 ‘해결사’, ‘역대 최고의 클러치히터’ 등의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그에 반해 김한수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소리 없이 강한 남자’다. 

한대화처럼 큰 게임에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적은 많지 않아도 안정적인 수비와 더불어 꾸준히 타율 0.280에 15홈런 정도를 쳐주던 선수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김한수는 훌륭한 누적 스탯이나 팀에서의 입지, 활약도에 비해 역대 최고의 3루수를 논할 때면 늘 순위가 뒤로 밀리곤 한다.  

갑자기 한대화와 김한수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지금 인터뷰의 주인공 앤씨아가 바로 김한수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실제 앤씨아는 의외로 활동기간이 길고 커리어도 꽤나 풍부한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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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씨아, 사진제공|제이플래닛엔터테인먼트

일단 앤씨아는 2013년 ‘교생쌤’으로 데뷔한 7년차 가수이며, 탄탄한 가창력은 또래 가수들 중에서도 단연 첫손에 꼽힌다. 

커리어적으로도 지금까지 특별한 공백기 없이 꾸준히 싱글과 앨범을 발표해왔으며, OST이긴 하지만 ‘기억날 그날이 와도’로 음원차트 1위도 해보았다. 

이밖에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종 데뷔조에 발탁되기도 했으며 각종 음악방송이나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게다가 여자솔로가수가 흔치 않은 국내 가요계 상황이 더해져 ‘앤씨아’라는 이름의 인지도 역시 높은 편이다.  

이처럼 앤씨아는 꾸준한 활동을 통해 차곡차곡 커리어와 인지도를 쌓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결정적 한방’이 없다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즉, ‘임팩트’가 부족한 셈이다.  

이는 앤씨아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는 부분으로, 이번 인터뷰에서 “발표한 음원은 많은데 ‘앤씨아’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었다. (이번에)그런 게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앤시아의 이 목표는 당연히 실현 가능한 이야기다. 

한대화와 김한수 이래로 이 둘의 장점만을 합쳐 놓은 듯한 김동주나 3루수를 넘어 역대 최고의 타자자리까지 넘보고 있는 최정과 같은 선수가 등장했듯이 앤씨아 역시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하지 말란 법은 없다.  

게다가 활동 7년차라고 하지만 엔씨아는 여전히 많은 것을 시도하고 목표로 삼을 수 있는 나이이고, 또 그에 걸맞은 재능을 지닌 가수이다. 

▲이하 일문일답

Q. 기분탓인지 몰라도 목소리가 점점 더 허스키 해져가는 것 같다. 

앤씨아 “부르는 장르마다 목소리가 달라진다. 기존에는 멜로디가 화려하고 기승전결이 뚜렷해서 목소리가 세게 나오는 스타일이었다면, 이번엔 편안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Q. 유니티를 통해 처음으로 그룹으로 활동했는데, 여기서는 보컬이 또 달랐을 것같다. 

앤씨아 “유니티 하면서 창법이 편한 소리를 찾은 거 같기도 하다. 혼자할 때는 두 세 시간이면 녹음이 끝나는데, 유니티를 할 때는 거의 하루 종일 녹음실에 있었다. 그러면서 다양한 방법을 배우고 연구했었다. 창법이 크게 달라졌다기보다 좀 더 편안한 방법을 찾은 거 같다. 또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 배운 거 같다” 

Q. 최근에 유튜브 채널을 오픈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시도하고 있더라. 

앤씨아 “커버는 계속 하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서 계속 못 올렸다. 녹음도 지금은 내가 다 하는데, 어렸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별거 아닌데 거창하게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원래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하려했는데, 꾸준히 올릴만한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제일 잘 하는 걸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커버영상을)올렸는데 반응이 좋더라. 감사하다” 

Q. 유튜브 영상을 보면 ‘대충 부르는 거 같은데 잘 부른다’라는 평이 있다. 

앤씨아 “원래 내가 노래 부를 때 엄청 못생겨져서 힘든 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랬더니 이제는 힘든 척을 잘 못하겠다. 하하. 정말 되게 열심히 하는데 영상을 보면 열심히 하지 않은 거 같아 보이더라” 

Q. 데뷔 7년차를 맞이했는데 지금도 데뷔곡 ‘교생쌤’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앤씨아 “‘교생쌤’이 데뷔곡이라서 더 많이 알아주기도 한다. 그 노래 좋아해준 분들이 어린 분들이었다. 그분들이 이제 성인이 돼서 계속 알고 그런다. 그런데 ‘교생쌤’때문에 어리게 보는 이미지가 많아서, 이번 노래로 잘돼서 이런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 

Q. 실제로도 동안이다. 여전히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될 것같다. 

앤씨아 “외모 때문에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중간에 발라드 활동도 했었는데, 처음 이미지가 강렬해서 더 그런게 아닌가 싶다. 지금도 방송에 가면 감독님이 몇 살이냐고 물어본다. 24살이라고 하면 ‘18살인 거 같다’고 하더라. 어리게 보는 게 좋긴 한데, 가수로서도 (어린 이미지로) 그렇게 보는 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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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씨아, 사진제공|제이플래닛엔터테인먼트

Q. 새 앨범 ‘some-’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타이틀곡이 ‘밤바람’인데?

앤씨아 “내가 하고 싶은 노래에 가까운 것 같다. 고음이 많은 노래는 아닌데, 꼭 고음이 많아야 노래를 잘하는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감성적이고 표현을 잘 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Q. ‘밤바람’의 특징이라면?

앤씨아 “뻔한 사랑노래가 아니라 위로를 주고 일상에서 힐링을 받을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도 힘들었지’ 하는 느낌도 있고 ‘괜찮아’라는 느낌도 있고... 그런데 ‘밤바람’이 이중적인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며칠 전에 인터뷰 끝나고 회사를 가서 산책을 나왔는데, 밤바람이 부는게 좋더라. 시원해지고. 그런 느낌을 이 노래를 들으면서 느꼈으면 좋겠다. 다른 의미로는 누군가가 찾아오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Q. 요즘 자작곡을 쓰는 게 유행인데, 혹시 이번 앨범에 자작곡은 수록하지 않았나?

앤씨아 “원래 이번 앨범에 자작곡을 넣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쓴 곡이)계속 마음에 안 들어서 ‘여기만 고치면 될 거 같은데...’하다가 결국 날짜를 못 지켰다. 내가 정신노동을 못한다” 

Q. 이번 앨범에 롤러코스터의 ‘습관’을 리메이크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하게 된 것인가?

앤씨아 “회사에서 리메이크 앨범을 내게 되면 하고 싶은 노래가 있냐고 했을 때 부르고 싶다고 했던 곡 중에 하나다. 중학교 때 좋아했는데 어떻게 처음 들었는지는 잘 기억 안 난다. 주위에선 시원한 발라드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내가 이곡을 좋아하니까 이걸로 하게 됐다. 조원선 선배님에게 직접 전화해서 리메이크해도 되냐고 했더니 흔쾌히 승락하더라. 그렇게 수록하게 됐다” 

Q. 앨범을 작업하면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앤씨아 “예전엔 녹음하거나 노래부를 때 ‘이 부분은 어떤 소리를 내면 슬프겠지’하고 기계적으로 부른 경향이 있었다. 이번엔 가사 자체를 이해하려고 하다 보니 감정선이 더 표현이 잘 된 것 같다” 

“내가 경험이 별로 없다보니 예전 노래들은 작곡가들이 계속 세뇌를 시켰다 ‘넌 이런 이런 상황에 놓인 여자다’라고 엄청 세뇌를 시켰다. 그 정도로 감정을 잘 이해 못했는데 이제는 ‘내가 이런 노래를 불렀을 때 이런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불렀다. 그래서 더 감정을 잘 표현한 거 같다”

Q. 앤씨아 씨는 유달리 듀엣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앤씨아 “(듀엣을 해서)음원으로 발매된 건 10여명 되는 것 같다. 구본승, 탑독, 원써겐, 육성재, 신지, 예성, 알리 선배님 등등... 선배님들이 많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 외모와 다른 반전 보컬이라서 더 그런 것 같다. ‘복면가왕’에 출연했을 때도, 유영석 작곡가가 나에게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매니저 번호 알려달라고 했다. 반전이 있어서 좋아하는 거 같다” 

Q. 이번 ‘밤바람’ 뮤직비디오에 그룹 SF9의 로운씨가 나온다. 여주인공인 이수지는 알겠는데, 로운은 무슨 인연인가? 

앤씨아 “스토리를 짜는데 현재에서 과거를 회상하면서 현재로 이어지는 관계를 찍고 싶었다. 옛날에는 수지가 로운의 버팀목이었다면, 나중에는 로운이 토닥거리는 그런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다. 내가 70%정도는 구상한 거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수지와 어울리는 사람을 찾다가 로운씨 이름이 떠올랐다. 마침 시간이 잘 맞아서 하게 됐다. 캐스팅을 잘한 거 같은 게, 둘이 정말 잘 어울리고 영화 같아서 기뻤다” 

Q. 앤씨아 본인은 출연을 안하나?

앤씨아 “내가 출연하는 순간 뮤직비디오같이 될 거 같아서, 안했다. 그런 느낌을 지우고 싶었다. 웹드라마 같은 느낌으로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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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씨아, 사진제공|제이플래닛엔터테인먼트

Q. 유니티로 활동한 소감은 어떤가?

앤씨아 “팀 생활을 해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단체생활을 그렇게 오래한 게 처음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았고 성격도 많이 밝아졌다. 예전에는 멍석을 깔아줘도 못하고, 떠먹여주는 것도 못 먹고 그랬었다. 예를들어 방송국에서 춤을 시키거나 하면 못해서 안했다. 그런데 유니티로 활동하면서 옆에서 웃어주고 하니까 더 하게 되더라” 

Q. 지금도 유니티 멤버들과 친하게 지내나?

앤씨아 “유니티는 아직도 연락하고 있다. 엊그제도 만나자고 했었다. 수지가 뮤직비디오 나온걸 알고 있어서 그랬다. 많이 응원 받고 있는 거 같다. 콘서트 게스트도 와주고 해서 고마웠다” 

Q. ‘더유닛’의 출연은 자의였나?

앤씨아 “자의로 나갔다. 사실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에는 내가 ‘나갈게요’라고 얘기했다” 

Q. 이제 다시 솔로가 됐는데 기분이 이상할 수도 있겠다.

앤씨아 “그동안 방송국을 안 간 것도 아닌데, 2년 전에 뭘 했는지 생각이 안나더라. ‘그때도 이렇게 어려웠나? 힘들었나?’하는 느낌이다. 이번엔 오랫동안 준비한 앨범인데, 타이틀도 빨리 안 나오고 그러다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타이틀곡이 정해지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되긴 했다.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안 해도 되는 걱정을 하게 되더라. 무대에서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그런 걱정. 이번 활동에 신경을 많이 써서 기대도 되고 빨리 들려드리고 싶고 그런 여러 가지 생각이 뒤죽박죽이다”

Q. 특별히 기대하는 성적이 있나?

앤씨아 “성적이 잘나오면 좋겠지만, 이정도면 좋겠다라고는 생각 안 해봤다. 그냥 오래 차트에 있었으면 좋겠다. 1위나 올킬 그런 거창한 것 보다, 계속 남아있으면 더 많이 들어주실 거 같다. 항상 볼 때마다 있었으면 좋겠다” 

Q. 7년차가 된 마음은 어떤가?

앤씨아 “그룹인 분들은 마의 7년이라고 하는데, 나는 혼자기도 하고, 7년 동안 시간이 길다거나 고비가 있었다든가 그런 생각이 안 든다. 또 회사에 20년씩 된 선배님들이 많아서 더 그런다. 항상 똑같은 마음으로 지내면 된다고 생각한다” 

Q. 가수 앤씨아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앤씨아 “내가 음원이 많은데 앤씨아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었다. 예를 들어 헤이즈라고 하면 직설적인 이별노래, 아이유 하면 시적인 가사, 그런 명확한 이미지가 있지 않나. 난 그런 게 없다. 그런 이미지가 생겼으면 좋겠다” 

Q. 구체적으로 바라는 이미지가 있나? 음... ‘동안의 암살자’는 어떤가?

엔씨아 “좋긴 한데 그건 하하... 앤씨아하면 ‘새벽에 듣는 노래’라는 느낌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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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씨아, 사진제공|제이플래닛엔터테인먼트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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